[레이더P] 세월호참사 전후 두달, 박대통령 '일정 없는' 날 17일

김정범 2016. 11. 23. 15: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17일~5월 16일 청와대 일정

45일 근무일 가운데 '공식일정 없음' 17일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 22~24일 사흘 연속 '일정 없음'
4월 16일 관저에 머물러
"칩거를 했다고 볼 수 있을 상황 아닌가" 지적
청와대 "대통령은 출퇴근 개념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청와대)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는 건 출근하지 않았다는 뜻."(문재인)
"대통령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청와대)
"관저 집무실은 대통령이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관저에서 이용하는 곳. 그 긴박했던 시간에 출근하지 않고 뭘 했나?"(문재인)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까지 시간, 이른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동한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일정 없이' 보내는 날이 많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오후에 이뤄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이 아니었더라면 일정이 없는 날이었다.

레이더P는 세월호 전후 두 달간, 즉 2014년 3월 17일~5월 16일 대통령 일정을 일일이 살펴봤다.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자별로 대통령의 일정을 기록해 공개하고 있다. 주요 활동을 공표하는 것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근무표'다.

그 결과 두 달간 토·일요일을 제외한 평일이 45일이었는데, 이 가운데 17일이 '공식일정 없음'이었다. 일정이 있는 날도 오전 또는 오후에 한 건만 있는 날이 상당수였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 한 달 전으로 돌아가보자. 3월 셋째주(17~23일)에 일정이 있는 날은 2일에 그쳤다. 17일(월요일)에는 일정이 없었고 18일(화요일) 오전에 국무회의를 주재한 후 오후 일정은 없었다. 19일(수요일) 역시 일정이 없었고 20일(목요일)에는 오후에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다. 21일(금요일) 역시 일정이 없었다.

4월 첫주(3월 31일~4월 4일)에도 유사한 패턴이다. 31일(월요일) 공식 일정이 없었던 박 대통령은 4월 1일(화요일)에는 재외공관장 격려 만찬 일정만 소화했다. 2일(수요일)·3일(목요일)도 공식 일정이 없었다. 4일(금요일)에는 오전에 3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 오후에 제58회 신문의 날 기념축하연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16일 오후 5시를 넘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고 다음날인 17일 오전엔 세월호 참사 현장을 방문했지만 18일(금요일)에는 일정이 없었다. 이어 그 다음주인 21일(월요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지만 22일(화요일)~24일(목요일) 사흘간은 공식 일정이 없었다. 이 당시는 세월호 참사 직후로 국민적인 슬픔과 비탄이 가득했던 시기다.

물론 공식 일정이 없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업무를 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청와대 설명대로 "청와대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대통령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일처럼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은 박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고 하루 종일 대면한 참모가 없을 수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을 지낸 이상휘 위덕대 부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에는 적어도 공개 일정만 하루 평균 3~4가지 정도 있었다"며 "박 대통령이 2~3일간 공식 일정조차 없었다는 것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줄 뿐만 아니라 국정 자체를 소홀히 했다는 인식을 준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연설 담당 기획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대통령이 평일 이틀 이상 공식 일정이 없다고 한다면 장고에 들어갔다고 해서 기사거리까지도 될 수 있다"며 "칩거를 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변인은 왜 일정이 없는지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공식 일정 자체도 많지 않지만 이를 알리는 청와대의 방식도 불투명하다. 대통령 행적이 논란이 되던 상황에서 국회에 출석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행적은 대통령 기록물이라 자료를 내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17조를 보면 열람·사본 제작 등을 허용하지 않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대해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 등의 요건을 두고 있다. 이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도록 돼 있다. 또한 이미 지나간 일정이라면 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되도록 관리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백악관홈페이지캡쳐
일례로 미국 백악관만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통령의 행보를 알리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시간대별로 요약해 공개하고 있다. 주요 연설 장면 등은 사진, 동영상 등으로 남겨 다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오바바 대통령은 일정이 비어 있는 평일이 거의 없다.
한편 박 대통령의 행보는 2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인 재난 대응 방식과 비교된다.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이던 아베 총리는 22일 후쿠시마에 진도 7.3 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3분 만에 관저연락실을 설치하고 17분 뒤엔 총리 이름으로 긴급 지시 내용을 발표해 응급 대책에 전력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시간여 만에 아예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에게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안도감을 심어준 것이다.

[김정범 기자]
[정치뉴스의 모든 것 레이더P 바로가기]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에 있습니다.
지면 혹은 방송을 통한 인용 보도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