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모아Zoom] '불안'한 한국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심지우 2016. 11. 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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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5.5%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범죄 발생, 신종 질병, 정보 보안, 교통사고, 자연재해, 국가안보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국민은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13.2% 뿐이었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

우리 사회의 가장 주된 불안 요인으로 꼽힌 것은 '범죄 발생(29.7%)'이었다. 최근 '묻지마 범죄'나 '분노 범죄'와 같은 강력 범죄들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밤에 집 근처를 걸을 때 혼자 걷기가 두려운 곳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4명꼴(40.9%)이었다.

특히 10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7명에 해당하는 72.8%의 응답자가 "묻지마 범죄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모든 지역 및 계층에서 '묻지마 범죄의 불안을 경험한 적 있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먼저 성별로 보면 여성(있다 80.0% vs. 없다 20.0%)에서 남성(65.4% vs. 34.6%)보다 14.6%p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이 남성보다 불안감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안전 상태를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12%에 그친 반면, '위험해졌다' 응답은 50.1%에 달했다. 5년 후의 사회 안전 상태를 묻는 질문에도 '안전해질 것'(15.4%)이라는 응답보다 '위험해질 것'(38.5%)이라는 응답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느끼는 국민 중 15.5%는 경제적 위험을 꼽았다. 경제적 위험은 2014년 9.7%에서 2년 만에 5.8%포인트나 증가했다.

올해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6(Society at a Glance 2016)'에 따르면, 한국인의 79.4%가 일자리를 잃거나 실업 후 다시 일자리를 못 얻는 데 대해 불안해 하고 있었다. 이는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일자리 걱정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스웨덴이 24%, 해고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미국도 40%를 근소하게 넘기는 수준이어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실업과 취업 불안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도 일자리 불안에 한 몫 거들었다.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같은 해 10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81.6%)은 로봇과 첨단기술로 인해 지금보다 일자리가 더 적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적인 일자리 수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은 10.8%에 불과했다. 로봇과 첨단기술로 인해 지금보다 인간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 같다는 시각은 중장년층(20대 79.2%, 30대 78.8%, 40대 85.2%, 50대 83.2%)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미래 사회를 떠올릴 때 가장 불안감이 큰 요소는 일자리 문제(56.7%, 복수응답)와 인간 존엄성 훼손(56.4%)이었다.

자살 충동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안은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심각해보인다. 2016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지난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6.4%로 조사됐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35.5%가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10대만 '성적과 진학 문제'(48.1%)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20~60대 이상은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로도 경제적 문제는 자살 충동의 주요 원인이다. 지난 1년간 죽고싶다는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성인 중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52.9%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를 한 이유로는 55%의 응답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33.1%의 응답자가 '가족갈등'을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9명은 평소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한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사람들은 그 일자리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있었다. 2016 사회지표에서 스트레스 정도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73.3%로 가장 많고 학교생활에서는 52.9%가 스트레스를 느꼈다. 가정생활에서는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남자가 35.7%, 여자는 49.4%였다.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 설문에서도, 이 응답 역시 20대의 41.2%, 30대의 45.6%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매우 자주' 느낀다고 대답해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능과 지구온난화보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건 '황사, 미세먼지 유입'이었다. 통계청의 같은 조사에서 황사와 미세먼지를 불안해하는 국민이 80%에 육박했다.

또 국민의 29.7%가 현재 환경을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더 '나빠졌다'고 생각했다. 5년 후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31.5%)이 '개선될 것(24.7%)'이란 응답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36.2%로 오히려 2년 전(36.8%)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관념도 바뀌었다. 가족관념은 희박해졌다. 2016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중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두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미혼 남녀의 동거(同居)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크게 늘었다. 공동체로서의 가족 관념도 경제적인 상황과 불안이 맞물리면서 점차 희박해진 것이다.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2014년 56.8%에서 2016년엔 51.9%로 떨어졌다. 또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48%)이 2010년(40.5%) 이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39.5%로 2년 전(44.4%)보다 줄었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있다. 청소년이 고민을 털어놓는 대상 중 부모의 비율은 24.1%에 그쳤는데, 아버지(3.5%)보다는 어머니(20.6%)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친구·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44.4%). 조사 대상의 4분의 3인 75.4%가 '결혼식 문화가 과도하다'고 응답해 비싼 결혼 비용과 복잡한 절차에 피로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들수록,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더 불안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에게서 나타난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은 상대적으로 사회활동이 많고 주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남성에게서, 그리고 성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20대보다는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에게서 높았다.

자기 삶에 대해 느끼는 불안 정도를 0점(전혀 불안하지 않음)에서 10점(매우 불안함)으로 점수로 매겼을 때, 응답자 평균은 5.4점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육체노동자이거나 임시직일수록 불안점수는 높아졌다.

한국 성인들은 가구소득·사회적 계층·자존감·가정·학교·직장에 대한 소속감 등이 높을수록, 가족·직장 대인관계가 원만할수록, 주관적 신체 건강상태가 좋을수록, 사회가 안정됐다고 생각할수록 자기 삶과 사회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적게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후 준비에 불안함 느끼는 50대

19세 이상 성인들의 25.3%가 가장 크게 불안을 느끼는 개인적인 문제로 노후준비 부족을 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18.4%가 취업 및 소득, 15.0%가 신체적 건강, 12.1%가 자녀교육·가족 부양·간병을 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노후준비나 취업 및 소득등의 경제적인 문제로 가장 불안을 많이 느낀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노후준비로 인한 불안은 특히 앞으로 노인계층에 진입할 50대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이미 노인이 된 60대 이상의 계층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부족한 노후준비로 인해 이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계층의 경우 그것이 불안의 요소라기보다는 현재의 삶의 질에 대한 불만족 등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20대는 취업·소득 때문에 불안

취업 및 소득에 대한 불안은 20대에서 높게 나타나 최근의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젊은 연령층의 사회 ․ 심리적 불안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젊은 계층이 겪는 취업 및 소득기회 확보의 어려움은 다양한 측면으로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으나, 사회·심리적 불안으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안·스트레스 해소는 '스스로'

"불안 해소법? 그냥 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들에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평소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중복응답)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6%가 '수면이나 휴식'을 꼽았다. 그 다음은 TV시청(48.4%)이어서, 사실상 응답자들이 불안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수면이나 휴식이 55.7%,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44.6%, 게임 32.2% 등으로 나타나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전반적으로 불안 해소를 위한 개인적인 노력은 적은 편이었다.

또한 불안의 요인 중 하나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술과 담배를 찾고 있었다. 2016 사회조사에서 전체 흡연 인구는 줄었지만, 흡연자의 절반 이상(50.4%)이 금연을 시도했지만 '스트레스 때문(55.1%)'에 끊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세 이상 인구 중 65.%가 술을 마시고 있으며, 절주(음주량을 줄임)를 하거나 금주를 시도한 사람은 26.9%였으나 이들은 '스트레스 때문(41.1%)'에 절주나 금주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불안 해소해 줄 사회적 시스템 절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 성인의 경우 개인적인 불안요소 해소를 위해 노후준비, 신체적 건강관리를 위한 보건의료체계 개선 및 지원을 가장 많이 요구했다. 사회적인 불안요소 해소를 위해서는 경기활성화 및 성장 촉진, 감염병 관리등에 대한 정책적 요구도가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와 개인의 건강 문제가 가장 중요한 불안 요소인 만큼, 이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지지를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등의 소극적인 스트레스 해소는 결국 정신건강에 대한 체계적 관리 없이 혼자서 극복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본인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개인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신건강관리 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심리적인 불안이 높을수록 흡연·음주 등 건강하지 못한 행태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인 일탈 충동 경험이나 자살생각 등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사회병리적 현상이 사회·심리적 불안에 의해서만 유발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이라는 변인과의 사이에 유의한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또한 청소년도 진학·취업 등 미래문제에 대한 상담, 학업상담 및 지원 등에 정책적 우선순위가 두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청소년들의 사회·심리적 불안을 해소한다는 차원을 넘어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 한국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올해 6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 2016'에서 한국은 평균 5.8점으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그중 '삶의 만족도' 항목에서는 31위를 나타냈다.

삶의 만족도를 10점 척도로 질문하는 유엔의 '행복보고서(Happiness Report) 2016'에서도 한국인은 평균 5.835점으로 나타나 조사 대상 158개국 중 58위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 통계청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귀하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평균은 5.8점이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불안은 불행을 불러올 수 있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줄일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 참고 자료한국사회의 사회·심리적 불안의 원인분석과 대응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12)

삶의 질 지수 2016 /OECD (2016.06)

경제적 행복의 장애요인 /현대경제연구원 (2016.07)

한눈에 보는 사회 2016 /OECD (2016.10)

2016 인공지능 및 미래사회 관련 인식 조사 /트렌드모니터 (2016.10)

2016 사회조사 /통계청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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