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손에 들어간 지 7년 만에 거덜 난 영남대 재정

김일우 2016. 11. 2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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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재정난으로 지난 3년 동안 400억원이 넘는 돈 적립기금에서 빼내 써
내년에도 200억원 적자 예상되는데 앞으로 쓸 수 있는 기금은 100억원에 불과

[한겨레]

22일 오전 경북 경산시 영남대 종합강의동 앞에 영남대 교수회가 내건 펼침막이 걸려있다.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영남대가 400억원이 넘는 돈을 적립기금에서 빼내 써야할 정도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교수들은 대학본부에 돈을 쓴 내역 등을 요구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학내 비리로 영남대에서 쫓겨났던 박근혜 대통령이 2009년 학교법인의 과반 이사 추천권을 갖고 영남대를 다시 장악한지 7년 만이다.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학교법인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남대(김진삼 총장 직무대행)가 22일 교수들에게 설명한 자료를 보면, 영남대는 재정난으로 3년째 적립기금에서 돈을 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대의 교비기금은 2013년까지만 해도 1028억여원이었다. 하지만 2014년에 80억여원이 줄어 947억여원이 남았다. 지난해에는 170억여원이 줄어 777억여원이 됐다. 올해에도 165억여원이 줄어들어 612억여원만 남은 상태다. 영남대는 내년에도 2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남대의 지난해 예산은 3500억여원이다.

대학의 적립기금은 교비기금과 발전기금으로 나눠진다. 교비기금은 대학이 등록금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다. 발전기금은 대학이 기탁받은 돈을 모아놓고 이자 수익을 장학금 등에 사용하는 돈이다. 교비기금 일부는 사용 목적에 제한을 받고, 발전기금은 운영비로 쓸 수가 없다. 영남대에는 현재 799억원의 발전기금이 있다.

교수회는 이날 오전 11시 경북 경산시 영남대 인문관 강당에서 ‘영남대 재정 파탄 원인 규명과 대책을 위한 교수회 비상 임시 총회’를 열었다. 대학본부 쪽에서 나온 한동근 기획처장과 노석균 전 총장은 재정난에 대해 “등록금과 예금이자 수입이 줄고 인건비와 장학금 지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총장은 지난달 6일 학교법인 쪽과의 갈등으로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한동근 영남대 기획처장은 “올해까지 누적 적자가 400억원이 넘었다.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내년에도 2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발전기금은 운영비로 인출이 불가능하고 나머지 교비기금은 특정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 사용이 가능한 기금은 100억원 미만이다. 앞으로 구성원의 희생과 고통이 따를 것 같다”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경북 경산시 영남대 인문관 대강당에서 노석균 전 총장이 교수들에게 영남대 재정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영남대가 국비사업을 타내기 위해 무리하게 각종 평가지표를 맞추려다가 이런 사태가 온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남대의 국고사업 지원금은 2011년 74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60억원으로 갑절이상 뛰었다. 학교법인이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불만도 나왔다. 영남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을 하면서 학교 돈을 쓴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렬 교수(영어영문학과)는 “글로벌 새마을 개발 네트워크에 42억여원의 국가 돈이 들어갔는데 우리학교 교비는 흘러들어 간 것이 없냐”고 물었다. 노 전 총장은 이에 대해 “교비 가 어느정도 지원됐다. 정확히 얼마가 들어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창언 교수회 의장은 “대학본부 쪽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지만 해소된 것도 없고 출구도 못 찾은 것 같다. 오히려 마음만 더 무겁고 의문만 증폭된다. 예산 관련 된 업무를 모두 전면 중단하고 임시비상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남대는 박정희새마을대학원(2011년 11월 설립)과 박정희새마을연구원(2014년 4월 설립) 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기획조정특보를 맡았던 최외출 전 대외협력부총장이 주도해 만들었다. 지난 4월까지 대외협력부총장을 지낸 그는 영남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영남대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이 대부분인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학생 338명에게 학비, 생활비, 항공료 등으로 모두 56억여원을 지원했다. 최 전 총장은 ‘글로벌 새마을 포럼’, ‘지구촌발전재단’, ‘글로벌 새마을 개발 네트워크’ 등 새마을운동 관련 단체도 운영해왔다.

최 전 대외협력부총장은 “우리나라도 가난했던 시절 다른 나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다.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을 운영하는 것은 한국이 과거에 받았던 도움을 지금 다른 어려운 나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지구촌발전재단 등과 같은 단체는 나 혼자 사재를 출연해 만들어 운영됐고 학교 돈이 들어간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2012년 대선이 끝난 이후 대통령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청와대에 간 적도 없었다. 내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남대는 1967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대와 청구대를 강제로 합병해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80년 4월부터 영남대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과 이사를 하며 영남대를 실질적으로 소유해 관리했다. 하지만 부정입학과 교비 횡령 등 학내 비리 사건이 터져 1988년 11월 물러났고, 영남대는 관선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9년 6월 박 대통령에게 영남학원 이사 4명(전체 7명)의 추천권을 다시 줬다. 이후 박 대통령은 영남학원에 복귀해 지금까지 영남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영남학원 정관 제1조에는 2011년 5월까지 ‘이 법인은 대한민국 교육이념과 교주 박정희 선생의 창학정신에 입각하여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알려왔습니다]이승렬 영남대 교수가 노석균 전 영남대 총장에게 “글로벌 새마을 개발 네트워크에 42억여원의 국가 돈이 들어갔다는데 우리 학교 교비는 흘러들어 간 것이 없냐”라고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이 교수는 “착각을 해서 사실을 잘못 말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교수는 최외출 영남대 교수와 글로벌 새마을 개발 네트워크 관계자들에게 사과의 말도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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