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에 손 넣는' 성범죄가 가해자의 장난?..정부공모전 수상작 논란

박용필 기자 2016. 11. 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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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정부의 공익광고제 수상작으로 선정된 성범죄 예방 포스터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 포스터는 성범죄를 장난으로 표현했다. 인형 치마 속에 손을 넣는 묘사도 선정적이다. 뒤늦게 포스터와 수상 사실이 알려진 뒤 성범죄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5 공익광고제 동상 수상작 ‘손 인형’/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제공

21일 소셜네트워크와 포털커뮤니티 등에 ‘성폭력 공익광고’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올라왔다. 해당 광고는 지난해 ‘2015 대한민국 공익광고제’에서 일반부 인쇄 부문 동상을 수상한‘손인형’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대한민국 공익광고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공동 주최하는 공익광고 공모전이다.

‘손인형’이라는 광고에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 인형이 단추가 풀린 채 검은 눈물을 흘리는 사진이 등장한다. 인형의 교복 치마 밑으로는 핏줄이 선명한 손이 들어가 있다. 광고 전면에는 “가해자는 장난이지만 피해자는 고통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5년간 45% 증가된 성폭력 범죄, 이제는 안전의 손길로 아이들을 보호할 때입니다”라는 글을 실었다.

네티즌들은 ‘가해자 입장에 서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퍼뜨린다’고 비판했다. “장난으로 그랬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자신의 언행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주로 하는 변명이며, 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 역시 광고를 보게 될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포스터 문제를 앞서 보도한 여성신문에 “피해자로 묘사된 인형이 검은 눈물을 흘리고 단추가 풀어헤쳐진 모습으로 묘사한 것은 성폭력 피해자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남성으로 보이는 손이 치마 속에 들어간 표현 방식도 성폭력에 대한 공포를 떠올리게 해 성폭력 예방이라는 공익광고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여성신문 기사 바로가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해서 “지난해 공모전 심사과정에서도 해당 광고가 성차별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일부 나왔다”며 “하지만 심사 당시 심사위원 다수가 메시지를 보다 선명하게 전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해당 작품이 성차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공사가 자체 제작한 작품이 아닌 공모전 심사위원진이 수상을 결정한 외부 공모작이라 공사가 자체적으로 수상 취소나 삭제 조치를 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신 해당 광고의 유통이나 활용을 가급적 막고, 활용을 하더라도 ‘성차별적 논란이 제기된 작품이니 주의하라’는 취지의 문구를 병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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