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박 대통령, 한국 여권 신장에 장애물"

입력 2016. 11. 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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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그렇지만 ‘한번도 여성 인권의 대변인(champion)인 적이 없었던 인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평가하며,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한국 여권(女權) 신장이 장애물에 가로막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때문에 여성 전체가 편견에 매도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NYT는 “박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은 많은 한국 여성들로 하여금 여성이 지도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로 이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라며 “이미 한국은 글로벌 성평등 순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데, 여성이 권좌에 오르는 것에 대한 저항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여성들은 걱정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 김연정(22ㆍ여) 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남성들은 지금 우리 뒤에서 비웃고 있다. ‘그것봐. 이게 여자 대통령을 뽑아 놓은 대가다’라고 말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NYT는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호 변호사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라고 말한 것을 전하며 “여성이라는 점을 방패로 삼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NYT는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으로서의 법을 위반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고려할 지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여성은 약하고 특별하게 보호받아야 하거나 배려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성차별적이고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이다”고 비판한 바 있다.

NYT는 한국 여성들이 남성 못지 않게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주 동안 평화적인 시위를 이끈 것도 여성의 공이 크다고 분석했다.

NYT는 박 대통령이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으로서나 국회의원으로서나 여성 인권의 대변인인 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현 정부 하에서 성평등은 더 악화됐고, 성범죄는 늘었으며, 남녀간 소득 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한 여성운동가의 말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의 이미지 자체도 ‘여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선거 운동 기간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노년층 보수표를 겨냥했고, 실제 많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을 아버지의 현대적인 버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국가안보에 취약한 여성 지도자라는 인식을 떨쳐버리기 위해 대북 정책 및 국내 비판 여론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NYT는 평가했다.

많은 국민들은 여성 대통령에게서 역대 남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기를 바랐지만, 박 대통령은 더 한 특권의식을 보였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가 와도 남이 우비 모자를 씌워줄 때까지 기다렸다는 일화는 그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

NYT는 지난 대선 토론 당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후보의 “박근혜 후보는 여성 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제 새누리당원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정희 후보의 비판이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여성’이 벌인 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온라인 상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회자된다거나, 최 씨를 아무 권한도 없는 ‘아줌마’나 ‘주부’로 지칭하는 일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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