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석 "롤라를 만나 세상편견 모두 사라졌죠"

장병호 2016. 11. 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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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마친 강홍석
애착가는 공연 책임감도 더 커져
"사람 울릴 수도 있는 배우 매력적
관객과 교감 위해 내가 먼저 행복해야죠"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열연한 배우 강홍석이 1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학 때까지도 특별히 어떤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딱 하나. 뮤지컬과는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뮤지컬은 잘생긴 사람이 하는 거였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뮤지컬배우가 될 줄 정말 몰랐다.”

살다 보면 한 번쯤 중요한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강홍석(30)에게는 ‘킹키부츠’가 바로 그 기회였다. 2011년 ‘스트릿 라이프’로 우연치 않게 뮤지컬계에 발을 들인 그는 2014년 ‘킹키부츠’ 초연에서 롤라 역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데스노트’와 ‘드라큘라’까지 탄탄대로가 펼쳐졌다. ‘킹키부츠’와 롤라가 없었다면 지금의 강홍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을 열연한 배우 강홍석(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올해 ‘킹키부츠’의 두번째 공연에도 나서 얼마 전 공연을 마친 강홍석을 1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여운이 아직 남은 듯 “매회 정말 행복했다. 소리치고 환호해주고 박수까지 쳐준 관객에게 오히려 힐링을 받았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정반대의 롤라, 더 끌린 이유는…

‘킹키부츠’는 파산위기에 빠진 구두공장을 가업으로 물려받은 찰리가 드랙퀸(여장남자) 롤라를 만나면서 겪는 일을 그린 작품.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팝가수 신디 로퍼가 만든 흥겨운 음악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성소수자에 대한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유쾌한 감동을 전했다.

초연 당시 강홍석은 롤라 역을 위해 실제 드랙퀸으로 분장해 오디션에 임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화. 그가 롤라에게 끌린 것은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더 섹스 인 더 힐즈’ ‘에브리바디 세이 예!’의 영상을 봤는데 나와 정반대의 캐릭터라 정말 해보고 싶었다. 빌리 포터(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뮤지컬에서 롤라를 연기한 배우)의 광팬이기도 했고. 너무너무 하고 싶은 마음에 이태원과 동대문을 찾아다니며 구두와 의상을 제작하고 분장까지 받아 오디션을 보러 갔다. 외국인 스태프들이 보자마자 웃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웃음).”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사진=CJ E&M).

그런데 롤라의 진짜 매력은 예상치 못한 데 있었다.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 한과 같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남들 앞에 드러내는 당당함이었다. “첫 리딩을 마친 뒤 정말 행복했다. 롤라를 ‘여장남자’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멋진 캐릭터였다. 등장인물인 돈과 권투시합에서 일부러 지는 장면이 있다. 그때 돈에게 ‘네가 사람에게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롤라에 완전 반했다.”

◇열정으로 덤빈 초연, 책임감 생긴 앙코르

초연 때는 열정 하나만으로 덤벼들었다. 그러나 이번 앙코르공연에서는 책임감이 더 컸다. ‘킹키부츠’가 앞으로 10년, 20년을 넘어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작품, 나아가 온 국민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을 넘어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롤라를 통해 내 삶이 엄청나게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포장마차에서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걸 좋아하고, 신발을 살 때도 손을 벌벌 떨면서 카드를 내니까(웃음). 하지만 ‘킹키부츠’와 롤라를 만나지 않았다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롤라를 연기하면서 이전까지 갖고 있던 세상에 대한 편견이 모두 사라졌다. 작품 하나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하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을 열연한 배우 강홍석(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생긴 배우의 꿈

음악을 좋아한 어머니의 끼를 이어받은 강홍석은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수업 시간에 재즈댄스를 배우고 노래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 1학년 2학기 때부터 계원예고로 편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배우보다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연극을 접한 경험이 그로 하여금 배우를 꿈꾸게 만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를 연기했었다. 그런데 내가 자살을 하려는 장면에서 사람들이 울더라. 배우는 사람을 울릴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그게 정말 큰 매력이었다.” 이후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한 그는 친한 형이자 선배인 뮤지컬 배우 정원영의 추천으로 ‘스트릿 라이프’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 .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로서의 인생이 펼쳐졌다.

◇“이제 막 수면 위…앞으로 어떻게 헤엄칠지 고민”

그동안 여러 편의 뮤지컬로 존재감을 쌓아온 강홍석은 “이제 수면 위로 조금 올라온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헤엄을 치고 어떤 배를 타고 올라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는 결혼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변화도 겪었다. 그는 “‘킹키부츠’ 공연으로 신혼여행을 아직 가지 못했다”며 “미국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칸쿤으로 한 달 동안 다녀올 계획이다. 뉴욕에서는 뮤지컬공연을 많이 보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배우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배우 두 가지 중 어떤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다.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가 행복한지를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관객과도 더 많은 것을 교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관객의 환호와 박수야말로 배우에게 가장 큰 힘 아닌가.”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을 열연한 배우 강홍석(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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