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킴,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위로가 질린 당신에게(인터뷰)

김수경 2016. 11. 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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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수경 기자]

폴킴 / 사진제공=뉴런뮤직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이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아픈 청춘’들은 그 제목이 곧 허울뿐인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잘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가수의 꿈을 좇기로 한 폴킴은 그 마음을 가사에 녹여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누가 그랬어, 어이가 없어’라며 솔직하게 써내려 간 가사는 아픔과 청춘을 동일선상에 놓아버린 명제보다 사람들에게 위안이 됐다. 그렇게 지친 하루에 조용히 힘을 불어 넣을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 폴킴을 만났다. 그는 정말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씨앗’ 같았다.

10. 솔직하면서도 참신한 표현의 가사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Ex’, ‘너란 주의보’가 특히 그렇다.
폴킴 : 둘 다 내가 작사한 곡이다. ‘Ex’ 같은 경우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 쓴 곡이다. 선물로 받아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사실 한 챕터 읽다가 던져버렸다.(웃음) 실제로 힘든 사람들에게는 그런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젊기 때문에 일이 안 풀린다고 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의 제목 때문에 곡을 쓰게 된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던 것 같다.

10. 위로를 주는 곡들이 많지만, 정작 본인은 ‘힐링’만 하는 가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폴킴 : 내가 누구에게 힐링을 해줄 수 있을 만큼의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아무리 힘들었어도 내가 제일 힘든 삶은 살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남을 위로하기에는 나는 너무 행복하다. 듣는 이를 좀 다독여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

10. 가수의 길은 어떻게 걷게 된 건가.
폴킴 : 가수 이소라의 엄청난 팬이다. 이소라의 노래만 듣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였는데 이소라 7집 앨범의 ‘9번 트랙’을 듣고 있다가, 이소라가 앨범에 손글씨로 ‘나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씨앗’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봤다. 나는 왜 태어났고, 뭘 해야 하는지 한참 고민하던 시절에 그 멘트를 보고 ‘참 좋겠다. 태어난 이유를 알고 그 이유가 노래라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럼 나 노래를 해야겠다’라고 결심하게 됐다. 그래서 일본에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한국으로 왔다.

10. 휴학도 아닌 자퇴는 정말 큰 결심이었을 텐데.
폴킴 : 다들 말렸다. 혹시 모르니까 길을 만들어놓으라고도 했고. 그런데 나는 ‘안 들어갈 건데? 나는 성공할건데?’라는 생각이 너무 확고했다.

10. 한국에 무작정 온 셈인데, 힘들지는 않았나.
폴킴 : 집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집에도 못 가고 지인이 운영하는 고시텔에 갔었다. 고시텔에 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는데 고시텔에 있으니까 서럽더라. ‘내가 미쳤나,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내가 뭘 해야 되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10.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나.
폴킴 : 카페 직원으로 들어가 9시간씩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노래 연습을 했다. 공식적인 첫 스타트가 됐던 것은 라디오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별밤뽐내기’라는 오디션 코너에 나간 거였다. 그때 알게 된 친구에게 연락이 와 싱글 앨범 녹음도 하게 됐다. ‘위대한 탄생’에도 출연했었다.

10. 그렇게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도 지금까지 음악을 하게 해 준 원동력은 무엇인가.
폴킴 : 첫 번째는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 두 번째는 내가 정말 이 말을 하게 될 줄을 몰랐지만 팬 분들이다. 특히 고마운 분 들이 계시다. 사실 ‘위대한 탄생’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면 나한테 큰 변화가 일어나거나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탈락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우냐고 할 정도로 초코파이 먹으면서 엄청 울었다. 내가 좋아하면서 하면서 느낀 첫 좌절감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처음으로 음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분이 어떻게 아셨는지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으로 찾아오셨다. 아기를 낳고서 우울증이 와 엄청 힘들었는데 ‘위대한 탄생’에서 내 노래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아오셨다고. 내가 아직 음악을 그만둘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든, 제일 좋은 자리는 그 분께 드리고 싶다.

폴킴 / 사진제공=뉴런뮤직

10. 우여곡절을 거쳐 어엿한 음악인이 됐고, 성장하는 중이다. 어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나.
폴킴 : 유쾌하고 신나는 음악을 하고 싶다. 요즘에는 다들 일하느라 힘들고 음악 청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지 않나. 그냥 가볍게 듣고 ‘음 좋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10. 욕심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폴킴: 나는 진짜 욕심쟁이다.(웃음) 그런 곡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0. 음악인로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
폴킴 : 한국에서만 음악 활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일본에서 대학교를 다녔고, 뉴질랜드에서 살다온 적도 있는 터라 영어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영어로 된 앨범을 내고 싶기도 하고.

10. ‘음악인 폴킴’에 구애받지 않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폴킴 :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루고 싶다. 비유를 하자면 아파트 같은 거다. 내가 401호에 살면 내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가 402호에 살고, 작사가는 506호에 사는 식이다.(웃음) 나는 모든 일의 우선 순위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성장해가고 싶다.

10. 본인 노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폴킴 : ‘편지’를 제일 아낀다. 나는 곡이 발매되면 바로 바쁘게 활동에 들어가는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에, 곡이 발매되면 그날 하루 정말 허망하다. ‘편지’를 발매한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냥 평소처럼 밤에 운동하려고 피트니스 클럽에 갔다. ‘편지’를 들으면서 가고 있는데 건물 계단에 햇빛이 한 쪽으로 비치면서 들어오는 곳이 있다. 햇빛을 보는데 문득 ‘내가 참 잘 해왔네’라는 생각이 들으면서 울컥했다. 그런 기분이 들게 해 준 고마운 곡이기도 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라 애착이 간다.

10. 요즘 같은 날씨에 들으면 더 좋은 노래를 추천해준다면.
폴킴 : ‘내 사랑.’ 가을하고 가장 잘 어울린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Christmas Love’도. 두 곡 다 경험담인데 내가 경험했던 사랑의 시작과 끝에 관한 노래다.

10. 얼마 전에 했던 콘서트 ‘가사 노트’가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 또 공연 계획이 있나.
폴킴 : 오는 12월 18일 ‘폴킴 소극장콘서트’를 연다. 마리아칼라스홀이라는 곳에서 열리는데, 원래 클래식 공연을 주로 하는 곳이라 사운드가 엄청 좋다. 또 공간만 제공하고 기획은 내가 직접 하는 콘서트라 재미있을 것 같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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