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파일] 김종 전 차관, 박태환에게도 협박!

김형열 기자 2016. 11. 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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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전격 공개] 김종, 기업은 내 마음대로.. 국민과 여론은 무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기업체에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5월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에게도 협박에 가까운 압력을 넣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종 전 차관은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가 논란이 되던 지난 5월 25일 이른 아침, 비밀리에 박태환과 소속사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박태환이 체육회의 뜻(?)대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각종 특혜를 주겠지만, 반대로 출전을 강행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 ‘무소불위’ 김종 차관, 기업은 내 마음대로…

장시호가 실소유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하라고 삼성에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 차관은 박태환을 회유하면서도 자신이 마음대로 기업을 주무를 수 있다는 듯 막강한 힘을 과시했습니다.

김 차관은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경우 기업의 스폰서를 받도록 해주겠지만,
“기업들도 소개해줘서 같이 훈련하게 하고 예를 들어 수영 클럽 만들겠다고 그러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서로가 시너지가 날 수 있으면.. 중략..부담 없이 도와주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나는”

“(기업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 줄 수 있어. 그렇게 해주려는 기업도 나타났어.”
자신의 뜻과 달리 올림픽 출전을 강행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 땄으니까 광고 주쇼’ 그러면 광고 들어와? 대한체육회서 인정하지 않으면 어거지로 나가서 그러면 어느 광고주가 태환이에게 붙겠냐 이거야?”

또, 자신의 힘이 미치는 곳은 기업 뿐만이 아니라며 미래를 생각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박태환 모교인)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최고야. 왜냐하면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 행정가도 될 수 있고 외교로 나갈 수 있고 다 할 수 있어. 그래서 교수 하려는 거야.”

“(박태환과) 서로가 앙금이 생기면 정부도 그렇고.. 정부가 부담가지면 대한체육회도 그렇고..예를 들어 단국대학이 부담 안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하고 싸운 애인데.예를 들어 대한체육회하고 싸워서 이겼어.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라고 난 그렇게 보는 거예요.”

김종 차관의 대화를 듣고 '대한민국은 고위 공무원이 마음만 먹으면 기업을 움직이고, 교수 채용까지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 “국민들은 금방 잊어”

김종 차관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 못할 말을 계속 했습니다. 국민을 개, 돼지로 비유한 다른 고위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언을 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어. 그래서 국민들이 환호했어. 그래서? 국민들은 금방 잊어요."

“이랬다 저랬다가 여론이야”

대한체육회의 이중처벌 규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바꿀 수 없다며 박태환의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태환이가 ‘올림픽 안 나가겠다 선수 안 뛰겠다.’ 하면 대한체육회에서 도의적으로 어쨌든(잘못된) 룰은 룰이니까 빨리 고치자 신속하게 국제적으로도 맞추고”

박태환에게 ‘리우 올림픽 출전을 하지 않겠다.’는 기자 회견을 하라고도 말했는데, 그 방식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기자들 다 신경 쓰지 마. 딱 내가 원고 하나를 써서 그거 읽고 끝! 딱 결정문 읽어버려. 그리고 질문 없습니다. 대답하지 마.”

김종 차관은 국민과 여론을 우습게 알았고, 잘못된 사실을 알면서도 바꿀 수 없었고, 소통 없는 기자회견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 김 차관의 반론 “리우 가지 말라고 한 적 없다!”

김 차관은 박태환을 만난 뒤 자리를 떠나면서 오늘 자신을 만난 것은 다른 곳에 얘기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몇몇 언론에서 김종 차관에게 ‘박태환을 따로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을 했지만, 김종 차관은 그런 적이 없었다고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김 차관에게 연락했습니다. 지난 5월 25일에 박태환을 만나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으면 기업 스폰서도 알아봐 주겠다고 한 게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박태환이 먼저 만나자고 해서 만났을 뿐이라며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하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기업 스폰서 부분은 사례를 들었을 뿐이고, 자신은 박태환을 리우에 보낼 권한도 없고, 리우에 가지 말라고 한 적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금 통화를 녹취하고 있으니 이상한 얘기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한 시간 이상 들은 녹취록에서는 박태환 측도, 그 자리에 동석한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도 거의 말을 하지 못한 채 김종 차관이 혼자 말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위에 있는 김종 차관의 말들은 제가 들은 대로 편집 없이 적었습니다. 자신이 한 말의 의미도 모르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는 김 차관이 과연 검찰 수사는 제대로 받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김형열 기자henry13@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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