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총애받던 사위, 왜 최순실과 연루돼야 했나
최 씨의 농단에는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그룹이 긴밀하게 연관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 승계 과정에 최 씨가 깊숙하게 관여한 것. 이 대가로 최 씨는 딸 정유라 씨의 입신과 양명을 위해 300억 원 가까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의 총애를 받던 사위까지 최 씨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회장의 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남편 김재열 제일모직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이다. 김 사장이 최 씨 일가에 대가성 돈을 대주고 이권을 받은 의혹이 짙다.
특히 이들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놓고 사실상 나눠먹기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로 특혜를 주며 이권을 챙기고 챙겨준 모양새다.
▲삼성家 'IOC 위원 세습의 꿈'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4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3명의 상근 부위원장 체제를 없애고 3사무차장 체제로 개편하는 게 골자였다. 대회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실용적인 조직 운영을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6월초 조직위는 김 사장을 신설된 국제 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동계종목 국제연맹과 긴밀한 소통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지만 '실용적 강소조직'을 내세웠던 조직 개편의 목적이 무색해진 상황이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가장 큰 변화는 조직위의 수장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조양호 위원장이 5월 3일 전격 사퇴한 것. 곧바로 조직위는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을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조 위원장이 회장을 맡은 한진그룹의 경영난 해결을 위해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내막이 밝혀졌다. 최 씨가 자신의 이권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 조 위원장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사실상 경질했다는 것이다.
체육계에서는 김 사장이 숙원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조직위 부위원장을 노렸다고 보고 있다. 조직위 부위원장은 전 세계 IOC 위원들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김 사장이 전경련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부위원장직을 요청했지만 조 위원장이 승락하지 않았다"면서 "때문에 최 씨를 통해 결국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IOC 위원은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 국가 원수급 대우를 받는다. 이건희 회장이 IOC의 공식 스폰서로서 막대한 후원금을 내는 또 하나의 이유다. 조양호 회장,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 등도 간절하게 원하는 자리다. 때문에 조 회장이 김 사장을 은근히 견제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임기는 80세까지이며 IOC 위원은 세습이 불가하다. 이런 까닭도 있지만 이 회장은 특히 각별히 여겼던 김 사장을 IOC 위원으로 밀어주려고 했다는 점은 체육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바다.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은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삼성그룹 경영에서 살짝 밀린 상황이다. 이 회장이 의식을 잃은 사이 아들인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사장의 차선책은 IOC 위원, 세계 스포츠 대통령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사장이 조직위 부위원장을 노린 이유다. 이후 김 사장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집행위원에 당선되는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 입지를 넓혀갔다.
물론 김 사장의 부위원장 자격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2011년부터 5년여 동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았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 선수단장도 역임했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사실 조직위에서 국제 스포츠계에 인맥이 있는 인물이 부족했다"면서 "재계에서 김 사장은 그래도 스포츠에 꾸준한 애정을 보였던 인사"라고 설명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조 위원장 사퇴로 조직위의 국제 스포츠계에 대한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 사장에게 요청이 와서 부위원장에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올림픽? 너도 먹고, 나도 먹자
제일기획과 최순실 일가의 유착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놓고 사이좋게 나눠먹기를 하는 밑그림을 그렸다는 의혹이다.
김 사장이 조직위 부위원장에 오른 이후 공교롭게도 제일기획은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운영사로 선정됐다. 책정된 사업비 662억 원에 이르는 행사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15~20% 정도 예상이 된다"고 귀띔했다.
다만 제일기획 측은 "실제 계약된 사업비는 528억 원이며 수익은 5% 정도"라면서 "그리고 5개 업체가 콘소시엄으로 참여해 제일기획이 얻는 수익은 10억 원인데 투입되는 인력과 기간을 감안하면 오히려 적자"라고 강조했다.
개폐회식 행사에 최순실 일가도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제일기획이 개폐회식 운영을 도맡아서 다하는 게 아니고 관련 사업에 대한 하청을 주게 된다"면서 "그 하청업체가 바로 최 씨 일가의 회사가 되는 각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 관계자는 "김 사장은 장시호 씨 등 최 씨 측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엮인 상황"이라면서 "K스포츠재단에는 삼성 계열사들이 갹출해서 출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운영은 수익이 거의 없어 하청도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이권보다는 올림픽 파트너인 그룹의 사명감으로 운영에 참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어 "김 사장은 제일기획의 의사 결정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 위치라 이권 개입은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전 국민적 행사다. 1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은 대부분이 세금이다. 고속도로와 고속 철도 등 기반 시설 공사에 11조 원, 대회 운영에 약 2조 원이 투입된다. 2조 원에는 IOC와 기업 후원 등이 적잖게 포함되지만 엄연히 혈세도 포함돼 있다.
일단 이들은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검찰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제일기획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는데 김 사장의 개인 집무실도 포함됐다. 또 17일 김 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미 최 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조카 장 씨도 18일 체포됐다. 과연 제일기획과 최순실 일가의 검은 거래가 낱낱이 밝혀질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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