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평화적이었던 것은 비겁한 언론 때문

CBS 시사자키 제작팀 2016. 11.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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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싫어하는 한국 언론..집회에 부정적 이미지 덧씌우기 일쑤

- 시민들이 물리적 충돌 조심했던 건 그 부정적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함
- 모든 언론이 평화적 촛불집회 칭찬했지만, 그 동안의 집회 보도는 문제 없었나
- 전문 시위꾼, 종북 시각, 노조 폭력 등만 강조한 언론의 문제
- 차벽이나 과잉대응, 선제적 진압 등 지적 없이 집회 주체만 비판
- MBC 등, 집회현장에서 로고 뗀 마이크 사용해야 했던 서글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9:05~19:50)
■ 방송일 : 2016년 11월 18일 (금)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언경 사무처장 (민언련)

◇ 정관용> 내일도 집회가 예정이 돼 있고 100만 촛불집회, 온 언론이 다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는데 이번에는 다 논조가 통일된 것 같아요. 아주 성숙한 시민의식, 바람직한 시위문화, 뭐 이렇더라고요. 맞죠?

◆ 김언경> 칭찬, 완전히 말씀하신 대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에 대해서 언론 보도가 아주 이례적으로 매우 호의적이다. 그래서 7개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를 보면 모두 평화집회를 성숙한 시민의식의 결과로 설명하면서 찬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11월 12일에서 13일에 비폭력 평화집회를 칭찬하는 보도량을 한번 세봤거든요. 폭력이 없었다는 내용만을 언급한 보도량만 세어봐도 KBS가 5건, MBC, SBS, JTBC, MBN이 3건, TV조선이 6건, 채널A가 2건이에요. 그러니까 칭찬하는 보도가 이렇게 많았다고 보시면 돼요. 대부분의 보도가 지난해 민중총궐기처럼 과격한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집회를 성공한 집회로 규정을 했습니다.

◇ 정관용> 칭찬했죠.

◆ 김언경> 신문들도 대부분 성숙한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보도로 이어졌어요.

◇ 정관용> 그런데 민언련이 보고서를 낸 걸 제가 언뜻 봤는데 이런 언론들의 칭찬을 보면서 씁쓸한 부분이 있었다면서요?

◆ 김언경> 네. 왜냐하면 언론이 이렇게 집회를 칭찬하니까 참 고맙고 기쁜 일인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언론이 마치 자신들은 굉장히 높은 곳에서, 무슨 재판관처럼 성숙한 시민을 칭찬하기에 앞서서 과연 자신들이 기존 집회 관련 보도를 잘 했었던가, 이것을 이제 묻고 싶은 거죠.

사실 저는 집회가 폭력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집회현장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항상 가족과 많이 같이 가고요. 그리고 아주 어린 아이들이 와도 괜찮겠거니 하고 집회에 늘 갔었는데, 그동안 세 차례 있었던 집회에서 폭력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은 법원이 순조롭게 행진을 허용하고 경찰도 과잉 차벽 설치나 과잉진압 등 기존의 대응과는 굉장히 달랐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존 집회에서 폭력이 정말 심했던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히 시민의식이 없어서, 그때 당시에 시민들은 시민의식이 없어서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번에는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폭력이 없었다, 이런 프레임은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과연 평화집회를 칭찬하기 전에 왜 그동안 폭력집회가 계속되었던가를 언론이 짚어줘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야 공정한 보도 행태고 그래야 진짜 칭찬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기존의 언론들이 집회를 보도하는 행태에 문제가 많았는데 자기 스스로 거기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이번 걸 칭찬하더라, 그래서 씁쓸하다. 기존의 언론 보도의 제일 큰 문제가 어떤 겁니까, 그러면?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 김언경> 일단은 언론은 집회를 매우 싫어하죠. 그래서 집회가 열리면 전문 시위꾼이 등장했다고 항상 말하고요. 시위 참가자 중에서 일부에 있는 사람들을 갈라치기 해서 종북주의자가 있다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정부 여당과 경찰 등이 이를 부추기기도 했고요. 최근에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제가 여기 나와서도 여러 번 얘기했지만 사드 보도에 있어서도 계속 갈라치기 하는, 거기에 종북주의자가 있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죠.

◇ 정관용> 성주 시위에 외부세력 이런 얘기하다가 성주 군민들한테 혼나고 그랬죠.

◆ 김언경> 그렇죠. 그래서 이번 3차 범국민행동에서 시민들이 물리적 충돌에 극도로 조심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식의 전략에, 그러니까 부정적인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좀 더 국민들이 조심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이 되고요.

국민이 이처럼 강박에 가깝게 평화집회를 하려고 하는 노력을 했던 것, 자기 검열 이거 자체가 언론이 너무나 부정적으로 집회를 보도했기 때문에.

◇ 정관용> 그동안에?

◆ 김언경> 더 이상 말리지 말자 이런 노력을 했다고 저는 보고요. 그 행태 자체는 매우 좋지만 언론도 그만큼 반성을 해 줬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안 된다, 이게 아쉽고 예컨대 이번에 조선일보 사설에서 굉장히 칭찬하는 보도들을 하면서 12일 날, 그러니까 집회 당일날 아침에 뭐라고 했냐 하면 사설 제목이 ‘암담한 상황에 빛 같은 시민의식, 오늘 집회도 밝혀야’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설 내용을 보면 걱정되는 것은 민노총 등에서 조직 동원을 시도하고 있는 사실이다, 소수 전문 시위꾼이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하면 경찰은 이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불상사라도 벌어지면 더 큰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런 폭력의 악순환을 기획하거나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라고 주장을 했어요.

그런데 사실 조선일보는 계속 이런 식으로 집회에 노조나 시민단체가 들어가 있으면 폭력의 악순환을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그냥 근거도 없이 계속하고 있거든요.

◇ 정관용> 과거에 그런 전례가 있다는 그것만으로?

◆ 김언경> 조중동과 정부여당 그리고 경찰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폭력의 악순환이. 그런데 계속 집회를 막는 차벽이나 과잉대응, 선제적 진압 이런 것들은 지적을 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민노총, 뭐 이런 시민단체만을 계속 비판하고 있는 이런 목소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모든 국민은 노동자로서 특정 단체의, 시민단체 회원이든 아니든 자유롭게 시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이걸 너무 일축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차벽, 과잉대응, 선제적 진압 등, 뭔가를 지적하려면 두 가지를 동시에 지적이라도 해라?

◆ 김언경> 그렇죠. 그래야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이건 아예 쏙 빼고 왜 쇠파이프 얘기만 하느냐 그런 거죠?

◆ 김언경> 네.

◇ 정관용> 그럼 좀 바람직한 집회 보도라 하면 어떤 거라고 봐야 됩니까?

◆ 김언경> 일단은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부정적인 민폐 프레임을 덧씌우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집회를 하면 왜 집회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줘야 돼요, 언론이. 그래야지 집회를 하는 사람들이 집회하는 목적이 그거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알아주기를 바라서 집회를 하는 것인데.

◇ 정관용> 주장을 알리기 위해서죠.

◆ 김언경> 그런데 모든 집회마다 왜 집회하는지 제목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그냥 폭력이 있다, 종북몰이가 있다, 이 안에. 그다음에 교통이 혼잡하고 상권이 힘들어한다, 이런 식의 민폐 프레임을 계속 덧씌우거든요.

◇ 정관용> 민폐 프레임.

◆ 김언경> 그래서 이 민폐 프레임 행태를 버려야 하고요. 그리고 저는 언론이 스스로의 반민주적인 보도를 반성해야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민주주의에서 집회라는 것은 허용되어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자꾸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만 얘기하는 거죠.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만든 인권보도준칙이라는 게 있어요. 여기에 1장에 민주주의와 인권이란 항목이 있습니다. 여기를 보면 언론은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을 훼손하는 표현을 자제한다라고 하면서 특히 민주적 기본권인 집회, 시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을 자제하라, 이렇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건데?

◆ 김언경> 언론이 이 단순한 민주적 원칙을 상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 김언경> 이런 내용 없이 그냥 계속 평화집회만을 찬양하면, 조금이라도 폭력이 벌어지면 너희들은 비판받을 것이다라고 계속 일방적으로 겁박하는 것으로밖에 저는 해석이 되지 않는 거죠.

◇ 정관용> 오늘 조금 원칙적인 분석이 많은데 그래도 보도 행태에서 좀 지적할 만한 게 있으면 몇 개 지적해 주세요.

◆ 김언경> 이번 집회보도에서 특이한 것은 MBC와 TV조선이었는데요. MBC가 타사에 비해서 집회 관련 보도가 좀 적었습니다.

◇ 정관용> 적었어요?

◆ 김언경> 집회가 있었던 12일 당일 방송사 저녁 메인뉴스 집회 보도량을 보면 엄청납니다. KBS는 19건, 그중에 4건이 생중계 연결보도였고요. MBC는 8건 중에서 1건만 생중계. SBS는 34건을 보도했고요, 집회 보도만. 그중에 17건이 생중계 보도였어요.

그리고 JTBC는 18건을 했는데 11건이 생중계, TV조선은 20건 중에서 8건이 생중계. 채널A는 14건 중에서 10건이 생중계. MBN는 12건 중에서 4건이 생중계 이렇게 굉장히 많은 보도를 했어요.

◇ 정관용> MBC만 유독 적군요.

◆ 김언경> MBC만 적어요. 게다가 특이한 건 생중계가 단 1건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MBC는 사실 이날 그 집회 현장에서 중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는 그런 소식이 전해졌어요.

그래서인지 그나마 한 건인 생중계 보도마저도 기자의 리포트에서 이렇게 마이크에 보면 MBC라고 써 있잖아요. 그 로고 없이 그냥 ‘민 마이크’를 들고 중계를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정관용> 한마디로 MBC는 MBC 로고를 부착한 마이크로는 중계도 못하는군요.

◆ 김언경> 그런 것 같아요. 당일 날 미디어오늘의 기사를 보면 MBC 기자들이 집회 현장에서 야유를 듣고 쫓겨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등 수난을 겪었다, 그래서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호소했다라는 소식이 있습니다.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고 특히 카메라 기자들이 굉장히 굴욕적인, 쫓겨나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MBC노조가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보도국이 처음부터 이날 집회에 중계차가 진입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했었다, 이런 내용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집회 보도에서 이번에도 폭력성이 보인다 뭐 이런 걸 지적하는 보도가 여전히 있기는 있어요?

◆ 김언경> 조금 있는데요. 예를 들면 TV조선이 그런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TV조선이 생중계하는 보도가, 현장을 생중계하는 보도가 4건 있었는데 4건이 내자동 로터리 옆 충돌만을 다뤘어요.

그런데 이 내자동 로터리가 청와대 바로 앞쪽에 있는 가장 예민한 부분, 지역이었거든요. 이곳에서 약간의 몸싸움이나 의경의 방패를 빼앗았다가 다시 돌려준 사건 등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TV조선이 보도를 하면서 당장에라도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처럼 급박하게 막 발언을 하는 내용들이 좀 담겼어요.

그리고 TV조선의 ‘촛불집회 정치적 의미’라는 보도에서 내자동 로터리 집회 상황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해요. 시위대 중에서 과격한 주도세력이 있는 것 같다. 차로 밀고 오면 위험하다. 경찰이 다칠 수 있고 뚫리면 청와대까지 걷잡을 수가 없다라고 발언을 했고요.

그리고 또 다른 보도에서도 여러 가지 발언으로 이것이 폭력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라는 식의 흥분되는 그런 발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노조나 단체의 깃발을 이야기하면서 저것이 깃발이 어떤 특정단체가 폭력사태를 주도할 것 같다라는 우려를 하는 멘트도 하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다른 언론사들도 이 내자동 로터리 앞의 모습은 사실은 관심의 초점이었기 때문에 보도를 다 했잖아요. 그런데 멘트가 어떻게 달라요?

◆ 김언경> 일단은 타사들은 이렇게 내자동 로터리 그 내용만을 보도하지는 않았죠. 그리고 KBS는 똑같이 청와대 앞 상황을 두 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렇지만 약간의 몸싸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정도로만 가볍게 전했고요.

SBS는 10건에서 내자동 및 경복궁 앞 사거리의 상황을 보여줬지만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멘트를 했습니다. JTBC도 그 상황을 보여줬지만 JTBC와 MBN모두 청와대 앞 상황을 전한 보도를 그렇게 중요하게 전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만 이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도를 했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딱 그 멘트를 비교해 보면 되겠네요. SBS는 현장을 보여주면서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했고 TV조선은 현장을 보여주면서 이건 자칫하면 차로 밀고 오면 위험하다. 청와대까지 걷잡을 수 없다라는 멘트를 했다.

◆ 김언경> 네 그렇게 보도한 거죠.

◇ 정관용> 비교가 되네요. 수고하셨어요.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정관용>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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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제작팀] wo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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