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참사 와중에도 VIP는 '문화사업'을 챙겼다

CBS노컷뉴스 김효은 기자 2016. 11.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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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4월 22일 朴대통령 "해외박물관 지원 방안 마련하라" 지시
문화체육관광부 문건에 'VIP 지시사항(14.4.22)'이라고 적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정국에도 '최순실·차은택 예산'으로 불리는 문화융성 사업을 직접 챙긴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문화체육관광부 문건을 보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 지원계획(안)'의 추진배경에 'VIP 지시사항(14.4.22)'이라고 적혀 있다.

대통령을 뜻하는 VIP가 직접 사안을 챙겨봤다는 의미다. 내용은 '해외박물관 한국실 부실, 제대로 된 한국실 설치·운영을 위한 효율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

당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2014년 4월 22일 오후 기준으로 사망자 113명, 실종자 189명으로 구조·수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국가의 위기관리 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자 문책 등을 강하게 경고한 상황.

시국이 엄중함에도 다음날 문체부에 하달된 VIP 지시사항은 황당하게도 해외박물관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라는 메시지였다.

세월호 참사 이튿날인 2014년 4월 17일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무르며 실종자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자료사진)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외박물관 지원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은 12억 5000만원의 예산을 받았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가운데 무려 10억원이 2018년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한 지원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단독] 수상한 거래…문체부, '삼성 예산'도 챙겨줬나?>

평창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비 35억원을 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이 박물관 한국실의 개관을 지원하고 현재도 후원하고 있는 기업이 삼성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시절인 2009년 9월 토머스 캠벨 박물관 관장을 직접 만난 인연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문체부가 '최순실·차은택 예산' 또는 '삼성 예산'을 챙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문체부는 "박물관 측이 먼저 예산 지원을 요청해온 사안"이라고 일축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19일째인 2014년 5월 4일 진도를 재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자료사진)
하지만, 박 대통령이 해당 사업을 직접 챙긴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문체부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선정하게 된 경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지난 2014년 6월 12일에 열린 1차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후보 박물관'에 들지 못했지만, 같은 달 22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후보군에 올랐다.

또 문체부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제안서를 내기도 전인 같은 해 8월 이미 해당 박물관에 대한 예산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놓고는 문체부 내부에서조차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VIP 지시사항과 상관이 없다. 우리 자체적으로 판단한 사업"이라고 밝혔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특별히 어디를 (지원) 하라는 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널리 알리라는 지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정유라씨의 '공주 승마'를 비호한 것으로 나타난 김종 문체부 2차관의 언행과 오버랩된다.

김 차관은 세월호 정국인 2014년 4월 25일 승마 비리를 취재하던 YTN 기자에게 "세월호에 빠지지 말고 승마 빨리빨리 하라. 대통령께서 세월호 다음날 체육개혁 확실히 하라고 오더 내려왔다"고 말한 사실이 최근 보도돼 물의를 빚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모든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고, 실종자 구조 작업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도 모자랄 판에 뜬금없이 문화 사업을 챙기라고 지시한 것은 결국 '최순실 예산'을 챙겨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김효은 기자] afric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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