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삶의 성찰이자 신비롭고 거대한 물음, 죽음
[경향신문] ㆍ죽음에 대하여
ㆍ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변진경 옮김 |돌베개 | 210쪽 | 1만2000원
프랑스 철학자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1903~1985)가 생전에 전문가들과 ‘죽음’을 주제로 나눈 4건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장켈레비치는 동시대를 살아간 장 폴 사르트르와 달리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다. 당시 프랑스 사상계를 휩쓴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와 거리를 두면서 자신만의 사유를 펼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르본대학 교수였던 그는 ‘시간성’이나 ‘죽음’, ‘용서’, ‘사랑’ 등의 주제를 깊게 파고든 철학자다. 특히 1960년대 <죽음>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죽음에 대한 그의 철학적 성과물은 세계적으로도 꽤 알려져 있다.
<죽음에 대하여>는 장켈레비치의 철학적 사유, 죽음에 대한 그의 혜안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번역서다.
사실 죽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어야만 하는 인간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거대한 물음이다. 저 먼 고대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이 ‘빅 퀘스천’은 계속되고 있고, 인간이 영생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다룰 주제이다. 그럼에도 죽음을 사유하는 것은 결국 충실한 삶에의 의지 때문일 것이다.
장켈레비치는 죽음이 “전혀 이해할 수도, 생각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신비”라고 말한다. 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그럼에도 그가 “죽음에 대한 철학”을 하는 것은 그것이 곧 “죽음에 대한 태도는 삶의 태도와 다르지 않”은 “삶에 대한 성찰”이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닐 것이다”라고, “죽지 않는 존재는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죽어야 한다는 것, 또 죽음이 무엇인지 우리가 결국 모른다는 사실이야말로 “삶을 한없이 소중한 것으로, 경이롭고 신비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장켈레비치는 말한다.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다. 짧지만 진정한 삶, 사랑을 주고받는 삶을 택하거나 아니면 사랑 없는 무한정한 존재, 삶이라고 할 수 없는 영속적인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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