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왜 수원대에 갔을까

차현아 기자 2016. 11. 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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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뿌리 깊은 사학비리 문제에는 침묵하더니, 최순실 게이트와 4차 산업혁명 이야기하러 수원대에?

[미디어오늘 차현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16일 한 대학에서 ‘4차 산업과 우리의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안 의원은 “뿌리부터 썩어있는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전부 뒤집어 엎어 바꿔야 한다”며 “국민의 마음이 모이고 있는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국면을 고려해볼 때 유력 대권주자로서 안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시의적절한 발언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경유착의 산물인 ‘한국형 게이트’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이러한 발언을 한 곳은 각종 사학비리 의혹이 불거져온 수원대학교다. 이인수 총장에 대해서는 수원대 교수의 부당 해직과 학교 부실 운영 의혹 등을 두고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채택 요구가 있어왔지만 매번 성사되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은 현재 국회 교문위 소속이기도 하다. 안철수 의원은 사학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수원대에서 사회 곳곳의 부정부패를 개혁하겠다는 목소리를 낸 셈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강연을 위해 행사장인 대강당에 수원대 이인수 총장과 함께 입장했다. 해당 강연은 수원대 총학생회에서 안철수 의원에 요청해 이뤄졌지만, 현장에는 이인수 총장이 참석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수원대학교에서 '4차 산업과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이인수 총장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장면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상징적이다. 이인수 총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안 의원 역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이기도 하면서 최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는 학생들의 질문을 제한적으로 수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강연 참가자에 의하면 안 의원은 총 세 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이 중 두 건을 사전에 수렴한 질문 중에서 골랐고, 한 건만 현장에서 나온 질의로 한정했다고 전해진다. 사학비리와 관련된 질문은 없었다는 전언도 나온다. 또한 “중간에 교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총학한테 가서 귓속말로 뭐라하더니 질의응답이 그대로 끝났다”는 말도 전해진다.

4차 산업혁명과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주제로 대학생들 앞에서 한 강연을 그저 비판할 수만은 없다. 지난달 26일에도 안 의원은 창원대를 방문해 역시 같은 주제인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교수진 등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다만 국회 교문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유력 대권주자로서 수원대와 수원대 이인수 총장이 받고 있는 사학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고민하고 행보를 조금 다르게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원대 의혹을 지적했던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원대의 비리는 무엇이고, 그 대학의 비리는 어떻게 저질러졌습니까. 수원대 해직교수들은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해직되었고 법원의 판결은 어땠으며, 지금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또한 정 전 의원은 “안 의원님은 상임위에서 이 수원대 문제에 대해 한 번이라도 언급하신 적”이 있느냐며 “수원대는 아니어도 사학비리 문제를 언급해보신 일은 있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와 학내 비리 내부고발로 여섯 명이 해직됐던 수원대 교수협의회 역시 지난 17일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며 “공식적으로 해명을 요구하고 의원실 항의방문 및 규탄 기자회견”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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