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편성''풍자 편성'..최·박 게이트에 임하는 방송의 자세

2016. 11. 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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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고 일어나면 새 의혹이 추가되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5년 전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소환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 브이아이피(VIP) 시설을 이용하면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제이티비시> 11월15일)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이를 놓칠세라 케이블티브이 ‘FOX 채널’은 <시크릿 가든> 전편을 재방송하기로 했습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씨제이(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엔 씨제이이엔엠(CJ E&M)의 영화 케이블채널 ‘채널 씨지브이(CGV)’가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나열한 듯한 제목의 영화를 편성해 화제가 됐고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편성으로 응답’하는 방송을 살펴봤습니다.

1. 풍자의 편성 :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다시 ‘풍자의 시대’입니다. “내가 이러려고~” 열풍을 낳았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이번엔 <시크릿 가든>입니다.

‘FOX 채널’은 지난 1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화제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21일 월요일부터 오후 4시40분과 새벽 1시에 1회부터 전편 재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우주의 기운을 모아 FOX가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누리꾼들은 “그 분은 대통령 관두고 24시간 내내 시크릿 가든 재방송 보면 안 될까” “분명 ‘대통령도 되고 싶었던 그녀’ 뭐 이런 작은 제목으로 소개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내놨습니다.

추천영화 코너도 만들어졌습니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왓챠 플레이’는 메인 화면에 ‘자괴감 들고 괴로울 때’라는 코너를 따로 마련해 28편의 영화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추천영화 리스트에는 <베테랑> <부당거래> <군도: 민란의 시대> 등 검찰·재벌 등 기득권 권력층의 부패를 꼬집는 영화와 <박수 건달> <관상> <왕의 남자> 등 최씨와 박 대통령의 ‘무속신앙 연계설’을 연상시키는 영화들이 포함됐습니다.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도 눈에 띕니다.

특히 이 코너의 영화 제목을 순서대로 앞글자만 따서 읽으면 ‘박그네하야’가 돼(사진)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왓챠 플레이’는 메인 화면. 영화 제목 앞글자를 따서 읽으면?

2. 분노의 편성 : 내가 이러려고 영화 만들었나

‘내가 이러려고 영화 만들었나.’

씨제이가 제작한 영화들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압박을 받은 이미경 부회장이 했을 법한 한탄입니다.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한 건 영화 〈그때 그 사람들>로부터 비롯된다는 게 정부와 씨제이 쪽의 공통된 의견입니다.(▶관련기사 : [단독] “청와대 CJ 압박, 영화 <변호인>이 결정적 이유”) 2013년 말까지 ‘말로만’ 이뤄지던 청와대의 압박은 2014년 12월 〈변호인〉 개봉 뒤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손을 보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에 이릅니다. 씨제이 한 관계자는 “씨제이와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은 〈그때 그 사람들〉로 시작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거쳐 〈변호인〉으로 끝난, 영화에서 시작해 영화로 끝난 역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당한 압력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일까요? ‘채널 씨지브이(CGV)’는 11월 초 최근 정국을 반영하는 듯한 영화를 연속 방영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최씨가 검찰에 출석할 때 ‘프라다’ 신발이 벗겨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이날 채널 씨지브이에선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방영됐습니다. 지난 3일에는 <부당거래>, 4일에는 <박수무당> <백악관 최후의 날> <군도 : 민란의 시대>가 연달아 편성됐고요. 우연일까요?

3. 국민 추천 편성 : 이 영화 좀 보십사 하야

영화전문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한 영화’ 1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그린 〈변호인〉입니다. 맥스무비는 지난 11~14일 13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6.3%가 〈변호인〉을 추천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 영화의 대사를 추천 이유로 밝혔다고 합니다.

2위는 ‘정국 예언 영화’로 재조명 받은 〈내부자들〉, 3위는 지난달 개봉해 관객 수 11만명을 넘어선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차지했습니다. 기타 추천작으로는 〈터널〉〈자백〉〈아수라〉 등도 있었습니다만, ‘추천작이 없다’는 의견이 압권입니다. “영화 볼 시간 없어요. 빨리 퇴진하시길” “영화는 무슨, 하야 하라” “뭣이 중헌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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