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혹'에 '국정의욕' 방패 들고 버티는 朴대통령

2016. 11. 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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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인사-韓中日 정상회담 참석
22일 국무회의 주재 국정 재개
외치 이어 내치까지 장악 의도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고유권한을 발판으로 국정재개 수순을 밟으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으로 헌법을 유린했단 지탄을 받는 박 대통령이 역설적이게도 헌법을 방패막이로 삼아 역공에 나선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중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00만 촛불과 야권이 요구한 퇴진을 거부한 채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으로서 ‘외치’(外治)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대외행보를 자제해온 박 대통령이 다시 나서는 이유를 놓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일본이 시기를 제안하는 상황에서 국내 이유로 참석을 못하면 많은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가장 중요한 외교행사로 꼽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박 대통령이 우리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이번 APEC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정부는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불참 결정도 이미 지난 9월 북한 핵실험 이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이 모두 나서는 APEC이야말로 북핵 해결 방안을 한 자리에서 논의하기 가장 좋은 자리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APEC 불참 결정이 알려진 뒤 앞으로 박 대통령의 대외활동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지율 5%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 얼마나 의미 있는 대화를 하겠냐는 회의적인 분석도 덧붙여졌다. 결국 달라진 건 대외환경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마음가짐인 셈이다.

APEC 참석을 위해 황 총리가 자리를 비우는 기간(11월 18일~22일) 열릴 가능성이 큰 국무회의에 박 대통령이 나타난다면 국정 재개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국무회의는 화요일에 열린다. 날짜로는 22일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건 10월 11일이 마지막이다. 그동안은 황 총리가 맡았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상징성이 크지만 ‘제3차 대국민 담화’가 될 모두발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관심사다. 또 절차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외교ㆍ안보’라는 대통령 권한을 백분 활용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또 다른 헌법 권한은 인사권이다. 박 대통령은 18일 한광옥 비서실장 등 신임 청와대 참모진과 신임 대사들에게 임명장과 신임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8일 만에 공식일정을 재개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16일에는 외교부 2차관 인사를 냈다. 고위직 내정과 임명 등 절차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국정 공백 최소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외치에 이어 내치(內治)도 손에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엘시티 비리사건’에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에서도 이 같은 맥락이 일부 엿보인다. 대통령으로서 공직사회의 명줄인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것과, 부처 최고 수장인 장관에게 명령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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