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조성진의 1년, 그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곽상은 기자 입력 2016. 11. 17. 10:25 수정 2016. 11. 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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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조성진 씨가 첫 스튜디오 앨범을 내고 국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런던에서 지아난드레아 노세다(Gianandrea Noseda)가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하고 이후 함부르크에서 쇼팽의 발라드 전곡을 녹음해 담은 앨범입니다.

9달 만에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새 앨범은 물론 ‘연주자 조성진’에 대한 질문도 많았습니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어느새 1년, 그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이번 취재파일에선 기자간담회 내용 중 ‘조성진의 지난 1년과 오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조성진 씨는 지난 1년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빨리 흘러간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쇼팽 콩쿠르 끝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제가 아직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온 중에 가장 빨리 지나간 한 해였던 것 같아요. 달라진 점은 전보다 이메일이 많이 온다는 점? 사실 유명세는 아직도 잘 못 느끼겠어요. 그렇게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고요, 가끔 있긴 한데 인생이나 일상이 변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그러진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크게 바뀐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연주를 더 많이 할 수 있고 그런 게 바뀌긴 했지만 그건 좋게 바뀐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연주 기회가 늘어난 것 말고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조성진 씨의 말은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겁니다. “남들은 다 대학교 생활하면서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고 놀러 다니는데 그런 게 부럽지 않느냐, 이렇게 다른 생활을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누가 물어보셨는데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음악 하시는 분들이거나 음악에 관계된 분들이어서 그런지 제가 봤을 때는 (제가 사는) 음악가의 삶이 평범하게 느껴져요. 청춘의 꿈, 이런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것 같아요.”

지난번 기자간담회 때에도 그랬지만, 그는 일상을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관리하는 연주자라는 느낌을 줍니다. 연주와 연습, 그리고 단순한 일상…그는 음악적인 것 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물론 22살 청년의 삶과 생각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난 1년 동안 그런 측면에서 그에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나 봅니다.

“다른 연주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연주자의 일상은 연주를 안 할 때 굉장히 단순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연습을 (낮 시간에) 3-4시간 정도 집에서 하는데, 제가 파리 아파트에 살아서 저녁 때는 연습을 못 하거든요. 아무 약속이 없으면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인터넷을 할 때도 있고 영화를 볼 때도 있고 산책을 나갈 때도 있고. 그런데 쇼팽 콩쿠르 이후에는 거의 파리에 있을 때 매일 약속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녁에는 그래서 친구들이나 사람 만나러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도 반복되는 일상이 혹은 반복되는 연습이 지루하거나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종종 받는 질문인 듯, 그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이런 얘기를 꺼냈습니다. “제가 쇼팽 콩쿠르 끝나고 쇼팽 협주곡을 정말 많이 연주했는데요. 지난 달 미국 연주까지 합해보면 50번을 넘게 했던 것 같아요.…어떤 사람은 지루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오히려 더 재미있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거나 제 연주가 조금씩 느는 걸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콩쿠르를 지켜보면서 극찬을 했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지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제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도 50번 정도 연주를 했는데 이제서야 조금씩 이 곡이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적어도 50번은 연주해봐야 곡을 이해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에겐 어쩌면 눈 깜짝할 새 지나갔을지 모르는 1년이지만, 많은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땅에 발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연주자처럼 보입니다. 9달 만의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이야기는 일관됐고 목표는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습니다. 그의 다음 목표가 이뤄지는 걸 보려면 우리는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까요? 조성진 씨 본인이 그런 것처럼 한국의 클래식 팬들도 기대가 큽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 하는 게 제 꿈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작년 이맘때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 초청을 받게 돼서 너무 놀랐어요.…목표를 하나 이루니까 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연주자라면 한 번 쯤 꿈꾸는 베를린필하모닉이나 비엔나필하모닉과, 지금 당장은 불가능이겠지만, 한 번 협연을 하는 것, 그게 지금 저의 새로운 목표예요.”      

곽상은 기자2bwith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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