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동욱 "검찰이여, 목숨 내놓고 수사하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6. 11. 17. 09:47 수정 2016. 11. 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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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현장 눈물흘리며 다짐..특검, 소명으로 맡겠다"

-국정농단, 민주주의 파괴사태
-검찰 시국사건 처리보며 염려
-검찰, 세상의 소금아닌 설탕돼
-특검 규모와 기간, 턱없이 부족
-큰 일일수록 흑백 바꿔선 안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채동욱(전 검찰총장)

여야가 최순실 게이트 특검 법안에 합의하면서 세간에 급부상하고 있는 이름 석 자가 있습니다. 바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박근혜 정부 초기에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고 원세훈, 김용판 두 사람을 기소했다가 갑자기 혼외자 의혹이 터지면서 취임 5개월 만에 사퇴를 했죠. 당시 청와대 뜻에 따르지 않아서 보복을 당한 게 아니냐? 이런 의혹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최순실 게이트에 원칙 수사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은 지금 특별검사로 채동욱 전 총장을 떠올리고 있는 겁니다. 채동욱 전 총장의 입장을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검찰총장직을 사임한 지 3년 만에 첫 라디오 인터뷰입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만나보죠. 채 전 총장님, 안녕하세요?

◆ 채동욱>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 김현정>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채동욱> 이리저리 살아왔는데 주로 깊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 김현정> 왜 꼭꼭 숨어서 인터뷰도 일절 안 하시고요?

◆ 채동욱> 살다보면 세상이 싫을 때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세상이 좀 싫으셨습니까?

◆ 채동욱> 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국정이 완전히 농단 당하고, 그래서 국민들은 100만 개의 촛불을 켜고 있고요. 지금 돌아가는 정국 상황 보면서는 ‘더 이상은 내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하나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신 건가요?

◆ 채동욱> 지금 이건 사건이라기보다는 사태라고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저는 이런 사태가 해방 이후에 국민들이 피 흘리며 만들어낸 헌법과 민주주의를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자들이 유린해버린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질서 파괴 사건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질서 파괴 사태요?

◆ 채동욱> 네, 그렇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고요. 이번 기회에 이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대통령이라든지 정치인이라든지 관련자들 모두가 혐의가 있을 때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엄하게 처벌해서 헌정질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그런 기득권자들은 또 다른 최순실을 만들어서 민주주의를 또다시 유린할 가능성이 높다, 상당히 그런 우려를 하게 됩니다.

◇ 김현정> 이번에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털 거 털지 못하고 넘어가면 제2의 최순실이 또 나올 거라고요?

◆ 채동욱> 그렇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다마는 대기업 재벌들이 검찰에 나와사 ‘우리는 대가성 하나도 없이 자발적으로 냈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고요. 대통령도 ‘국가를 위해서 모금하고 재단을 만들었다’ 이렇게 오리발을 내밀기 시작하면 이건 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요?

◆ 채동욱> 수사라는 것은 본인들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도 그 사람들 다 통치자금으로 받았다고 했잖아요.

◇ 김현정> 그랬죠.

◆ 채동욱> 그리고 그 당시에는 정치자금법이 없었어요. 뇌물이 안 되면 처벌할 수 없었던 거죠. 그런데 결국 그때 뇌물에 관한 새로운 법리를 만들어낸 거죠, 포괄적 뇌물수수라는 법리를 개발을 했고요. 그럼으로써 그때 당시에 단죄가 가능했던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단죄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그러한 정황증거를 다 엮어서 새로운 법률을 구성하는 것도 노력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면 돌파할 수 있는 길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검사들이 정말 열심히 해야 되는데요. 지금 후배 검사들을 밖에서 보시기에 잘하고 있습니까?

◆ 채동욱> 저도 이 정권 초기에 검찰총장 한 6개월 하다가 그만뒀습니다마는 그 뒤에 보여준 여러 가지 모습들이 대단히 실망스럽고 염려스럽습니다.

◇ 김현정> 염려스러우세요?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 채동욱> 예를 들면 정윤회 문건 사건 같은 경우에는 가이드라인을 짜서 지라시라고 수사 제대로 못하고 끝내버렸고, 또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시끄러웠지 않습니까? 그때도 또 친박계 의원 면죄부 다 줬고요. 또 윤상현, 최경환 친박계 선거법 위반 사건도 선관위 고발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무혐의로 해버렸고요.

또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제가 수사하다 쫓겨났습니다마는 무죄가 나왔지 않습니까? 또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사건 때도 결국은 그때 뭐 꼬리만 잘려나가는 그런 수사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결국 이러한 사건들이 국가의 민주적 기본질서가 유린당한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었거든요.

◇ 김현정> 기본 질서가 유린된 사건이요?

◆ 채동욱> 네. 그런데 이런 중대한 정치적 사건마다 아무리 봐도 공정성이 지켜지는 것 같지가 않아요. 상당히 좀 염려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번 최순실, 우병우 사건 수사 초기에도 출발부터 매우 잘못됐었습니다.

◇ 김현정> 출발부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 채동욱> 왜냐하면 고발사건이 처음 들어왔을 때, 최순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요. 그때 형사8부에 배당했단 말입니다. 그럼 거기 검사 혼자서 그걸 어떻게 하라고요. 그럼 결국 그걸 배당했다는 얘기는 그냥 가지고 있으라는 얘기 아니냐?

◇ 김현정> 아, 이거는 그냥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가지고 있으라는 시그널밖에는 안 됐다?

◆ 채동욱>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다가 국민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나고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포화를 가하고 이러다 보니까 나중에 뒤늦게 수사팀을 확대해가면서 수사에 들어갔는데 그러다 보니까 결국 관련자들한테 증거인멸 시간을 자꾸 벌어준 꼴이 돼버렸단 말입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 채동욱> 그다음에 그걸 직권남용으로 수사방향을 잡다 보니까 나중에 불법수익도 다 환수를 하고 추징을 해야 될 텐데 할 수가 없습니다, 직권남용으로 가면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뇌물수수로 가야, 뇌물수수죄로 처단이 되어야 환수를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참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3년 전에 문제가 됐던 원세훈, 김용판 두 사람 기소한 국정원 댓글 사건. 그때 어떤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 채동욱> 있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가이드라인이었나요?

◆ 채동욱> 법과 원칙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 김현정> 법과 원칙대로? 그게 무슨 가이드라인입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요?

◆ 채동욱> 음... 제가 나중에 보니까 거기서 말하는 법과 원칙대로 하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것 자체가 대통령이나 거물은 빼고 하라는 거 아니냐, 그런 부분에 대한 견해의 차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때 그 사건 같은 경우 한마디로 표현하면 ‘국정원 직원의 정치 관여 금지 의무 위반은 되는데, 그 혐의가 있는데 공직선거법 위반은 안 된다’ 그런 얘기거든요? 이건 그 당시에 인구에 회자됐던 얘기입니다마는 ‘술 먹고 음주운전했는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는 안 된다’ 그런 얘기랑 비슷한 논리였죠.

◇ 김현정> 술 먹고 운전은 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

◆ 채동욱> 음주운전죄는 성립이 안 된다는 거였죠.

◇ 김현정> 죄는 성립이 안 된다? 그랬죠. 그런 얘기 있었죠.

◆ 채동욱> 그런 시각에서 그 당시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고 그거에 대해서 원칙대로 돌파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공직선거법에 의해 기소를 했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다면 미루어 짐작할 때 이번에도 그런 가이드라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 채동욱> 글쎄요. 그게 없지는 않을 겁니다. 없지는 않을 것이고. 사태를 최소화시켜서 수습을 하고자 하는. 그건 어떻게 보면 정권이나 정부 차원에서는 당연한 노력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가이드라인이 이번에도 없지는 않을 거라고요?

◆ 채동욱> 제가 볼 때는 그런 노력은 있을 거라는 거죠. 워낙 사태가 위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서 사태를 좀 최소화시키고 또 하루 속히 이 혼란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그런 부분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 김현정> 그런데 이런 와중에 검찰수사와는 별도로 특검이 움직이게 됐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의 특별검사를 야당이 임명하고 120일간 수사하는 건데요. 채동욱 전 총장이 지금 하마평에 오르는 거 알고 계시죠?

◆ 채동욱> 그렇더구먼요, 저는 인터넷을 잘 안 보는데...

◇ 김현정> 일단 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채동욱> 제가 이번 12일에 있었던 100만 명의 촛불집회에 가족들과 함께 나가봤어요. 그때 참 많은 걸 느꼈습니다. 결국 돈과 힘을 가진 사람들은 제멋대로 법을 무시하고 또 선량한 국민들은 그래도 나라를 바로, 정의를 바로 세워보겠다고 피 흘렸던 대한민국의 슬픈 현대사가 또 반복되는구나.

저도 5.18 사태라든가 이런 거 다 겪었던, 6.10사태 다 겪었던 세대입니다마는 그런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결국 그걸 통해서 이러한 민주헌정질서가 확립됐던 것인데 이게 또 허물어져서 또 국민들이 나가서 저 고생을 하시는구나. 굉장히 눈물이 많이 났었습니다.

◇ 김현정> 눈물까지 흘리셨어요? 그냥 마음속으로 흘리셨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요?

◆ 채동욱> 실제로요. 국민들이 역시 위대하다는 그런 생각도 해 봤고요. 제가 더 그런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어쨌든 이 정권 초기에 일을 하다가 제 일신상의 문제로 인해서 대여섯 달 만에 결국 중도에 하차한 제 자신에 대해서 상당히 부끄럽다라는 생각을 해 봤고요.

◇ 김현정> 아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시다니요? 그때 가이드라인 안 따르고 기소해서 그런 건데요?

◆ 채동욱> 어쨌거나 제 일신상의 문제로, 외관상 제 일신상의 문제로 하차한 것이기 때문에요. 스스로 물러난 거죠. 그런 부분 때문에 ‘그래서 더 이렇게 나라가 됐을 수도 있겠다’ 하는 그런 자책감이 들었고요. 굉장히 부끄럽고 또 국민들한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눈물이 더 났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은 ‘그 당시에 내가 끝까지 사퇴 안 하고 버티면서 뭔가를 해냈다면, 더 끝까지 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런 자책감이 들었다는 말씀인가요?

◆ 채동욱> 그 생각입니다. 검찰이 이렇게 납작 엎드리게 돼서 결국은 소금기능을 못하게 된 거거든요. 빛과 소금과 기능을 해 줘야 되는 게 검찰의 본연의 기능인데 빛도 잃어버리고 설탕이 되어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런 사태가 커졌다. 결국 대통령도 불행해진 것이 아니냐’ 또 이 나라가 불행해진 것에 대한 자책감입니다.

◇ 김현정> 자책감을 크게 느끼고 눈물까지 흘리고 오신 후에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에 대해서 좀 다른 느낌을 받으셨겠네요?

◆ 채동욱> 그런 마음을 갖게 되면서 ‘이건 역사의 흐름이다. 제 팔자다.’라는 생각을 했고요. 국민들께서 맡겨주신다면 저는 사감은 없습니다. 저는 3년 동안 다 내려놓은 사람이고요.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서 무엇이든 간에 책임은 다해야 되지 않느냐, 꼭 그래야 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지금 굉장히 중요한 말씀해 주셨어요. ‘그동안 역사적인 자책감 같은 것을 느끼면서 만약 이 일이 내게 주어진다면 사감 없이 역사 앞에 내 소명을 다해야 되지 않겠는가. 최선을 다해서 맡아야 하는 게 내 책무다’라는 생각을 토요일 그 촛불을 보면서 하신 거군요?

◆ 채동욱> 일종의 한 국민으로서 역사적 소명의식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막 솟구쳐 오르는 그런 감정을 맛봤죠.

◇ 김현정> 그런데 채 전 총장이 특검 맡게 될 경우에 어떤 개인적인 복수, 이른바 헌법에 금지된 자력구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거든요?

◆ 채동욱> 저는 다 내려놨습니다. 마음을 완전히 비웠고 거의 무심지경으로 살아갑니다, 무심지경. 그런 사람한테 무슨 사감이 있고 원한이 있고 복수심이 있고... 그랬다면 제가 괴로워서 못 살았을 겁니다.

◇ 김현정> 아니, 그렇게 수모를 당했는데도, 그 높은 자리에 있다가 수모를 당하고 끌어내려졌는데도 사감이 없으세요? 미운 생각이 어떻게 지워집니까?

◆ 채동욱>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힘들었죠. 힘들어서 하루 종일 좌선도 하고 108배도 매일 3번씩 하고 참 많은 수행을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제 자신이 좀 마음을 극복하게 됐고, 그래서 여태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지금은 그런 모든 부분들에 대해서 전부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 정도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복수, 자력구제 금지, 이 부분은 해당 안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 채동욱> 저는 그걸 부인하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고 제 마음이 그렇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만약 특검으로 임명이 된다면 어떤 점을 가장 주목해서 볼 지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채동욱> 결국은 이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했던 것은 거기에 추종하고 방조하고 가담해서 조력했던, 속된 표현입니다마는 부역한 공직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히 역점을 둬서 말 그대로 새로 역사를 세운다는 마음으로 청산작업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겁니다. 인적 청산이죠, 인적 청산.

◇ 김현정> 제2의 최순실이 나오지 않기 위한 청산작업을 하고 싶다?

◆ 채동욱> 그것이 참 중요한 방점이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특검이 120일 동안 진행이 되게 돼 있어요. 그러면 40명 정도 수사관이 활동을 하게 되는 건가요? 이 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 수사할 여건은?

◆ 채동욱> 그 부분에 대해서 참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에 합의안을 보고요.

◇ 김현정> 깜짝 놀라셨어요, 왜요?

◆ 채동욱> 이번에 보면 사건의 성격이나 또 관련자들 숫자, 제기된 의혹의 범위,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이게 지금 최소한 검사가 30명 이상은 최소한 돼야 되겠다 싶은거죠.

◇ 김현정> 30명 이상은? 지금 몇 명으로 배정이 됐습니까?

◆ 채동욱> 지금 20명입니다.

◇ 김현정> 검사 20명?

◆ 채동욱> 그렇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예를 들면 계좌 추적을 해야 될 것 아닙니까? 또 각종 금융자료 이런 거 다 들여다봐야 된단 말이에요. 그러면 계좌추적 금융전문가를 전부 파견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검찰 수사관들도 있습니다마는. 그다음에 모든 증거자료들이 디지털자료 아닙니까? 그러면 디지털 포렌식 팀이 많이 확보가 되어야 해요.

◇ 김현정> 전문가들이?

◆ 채동욱> 분석을 하고 복구하고요. 그러면 그 전문가 인력이 다 필요한 겁니다. 그리고 특검이라는 것은 독립된 관청이 생기는 거거든요. 그러면 그럼 독립된 관청에서 거기에서 지금 법이 정해 준 그 인원 테두리 안에서 죽으나 사나 수사를 해야 되는 그런 문제가 있단 말이에요.

◇ 김현정> 아, 검찰의 도움을 전혀 못 받으니까요?

◆ 채동욱> 그럼요. 도움을 받아서도 안 되고요. 독립적으로 수사를 해야 되니까요. 수사기관 도움을 못 받아요. 그렇다면 이것이 그 인력 가지고 되겠냐?

◇ 김현정> 그 정도 턱없이 부족합니까?

◆ 채동욱> 턱없이 부족하죠. 택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렇게 특검을 꾸리면 결과는 보나마나네요?

◆ 채동욱> 하여튼 그거야 수사를 해 봐야 알겠습니다마는 굉장한 고생을 할 것입니다.

◇ 김현정> 굉장한 고생을 할 것이다? 시간도 120일이면 충분치 않습니까?

◆ 채동욱> 짧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충분한 인력을 지원을 해 줘야 됩니다. 인력과 예산을. 그렇지 않으면 단기간 내 수사 성과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 김현정> 채동욱 전 검찰총장 라디오 첫 인터뷰 여러분 듣고 계시는데요. 그나저나 사실 그때 그 가이드라인대로 적당히 정권과 타협했다면 그렇게 모진 수모를 겪지 않으셨어도 됐을 텐데. 왜 그렇게 안 하셨어요?

◆ 채동욱>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저인들 검찰총장이 총괄 지휘를 하는 건데, 저인들 그런 생각이 없었겠습니까? 타협하고 싶은 생각, 또 들어주고 편하게 가고 싶은 생각이요. 편하다라는 것은 자기 혼자만 편하다는 게 아니고 검찰 조직이 편해지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그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큰일일수록 흑과 백을 바꾸지는 말자.’

◇ 김현정> 큰일일수록 흑백을 바꾸지 말자? 정도대로 가자?

◆ 채동욱> 네, 흑백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다음에 ‘그 흑백을 바꾸려는 기류에 대해서는 내 몸으로 막겠다.’ 그런데 그것은 빈말이 아니고 제 마음 스스로가 그 당시에 그랬었던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한 5개월 정도를 지냈고요. 그런 입장에서 제가 그 사건을 타협해서 예를 들어 ‘선거법 위반을 무혐의로 하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제 마음속에도 없고 목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죠.

◇ 김현정> 그렇지만 그때 타협을 해도 될 만한 것을 타협 안 함으로 인해서 개인적인 사생활이 세상에 다 들춰지고 엄청난 수모를 겪으면서 정말 3년간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살아야 하는 이 상황이 됐어요. 그런데도 다시 3년 전 그때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행동하시겠습니까?

◆ 채동욱> 그건 후회가 없습니다. 제가 그때 만약 타협을 했다면 아마 저는 이 나라에서 살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무슨 말씀이세요?

◆ 채동욱> ‘그 부분을 제가 타협을 했기 때문에 대처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그 뒤에 이렇게 됐다’라는 비난의 화살이 저한테 다 왔을 거라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사람들과 똑같은 부역자 신세로 전락했을 거다?

◆ 채동욱> 부역자죠. 제가 어떻게 살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후배들한테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그런 말입니다. 이런 대형 권력비리 관련 수사는 정치권력, 경제권력, 그런 권력자들과의 전쟁입니다. 용기와 헌신이 없으면 무조건 집니다. 또 위에서 시킨 대로 했다고 해서 검사 개개인의 직무유기가 용서되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이런 비상시국에서마저 또 검찰이 권력자들과 제대로 싸워서 정의를 세우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또 길거리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될 겁니다. 우리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남을 것인지, 또는 권력의 개로 남을 것인지. 결단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권력의 개가 될 것인지?

◆ 채동욱> 결단해야 된다, 이거죠. 각자가 마음속에서. 그리고 마지막 당부를 하고 싶은 말씀은 ‘어려울수록 정도를 가야 후회가 없다’라는 겁니다.

◇ 김현정> 후회가 없다? 이건 뭐 경험에 의한 말씀이네요.

◆ 채동욱> 네, 제 말입니다. ‘어려울수록 정도로 가야 후회가 없다. 그러려면 목숨 내놓고 수사해라.’

◇ 김현정> 목숨 내놓고 수사해라?

◆ 채동욱> 믿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검찰을. 사랑합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특히 저는 오늘 인터뷰를 후배 검사들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잘 들어주기를, 가슴에 새겨주기를 바랍니다.

◆ 채동욱>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채동욱> 감사합니다.

◇ 김현정>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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