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끝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김세관 임상연 심재현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6. 11. 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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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머니투데이 김세관 임상연 심재현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the300]종합]

[단독]국회 가습기특위 재구성한다…한달 간 연장 검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가해 기업 중 한 곳인 세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5일 승소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법원이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지난달 4일 공식 활동을 종료했던 국회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특별위원회(이하 특위)의 재구성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특위 활동 연장 및 재구성에 소극적이었던 여당 측의 일부 전향적인 입장 변화로 추가로 한 달(30일) 간 활동 기간을 보장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특위가 재구성 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특별법 마련에 방점을 둔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특위의 재구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

재구성되는 특위 활동기간이 30일 정도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이야기가 오고간 상황이다. 아울러 특위에 입법권을 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 특별법 심사를 특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야당 소속 한 특위 관계자는 "입법권을 가진 특위 재구성을 전제로 여야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합의가 되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발의된 법안들을 특위에서 심의해 곧바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이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법권이 부여된 특위 구성은 너무 앞서갔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 소속 한 특위 위원은 "30일 가량 수준에서 특위 재구성 여부가 검토 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특위에 입법권을 준다는 건 '오버'다. 여당 내에서는 특위 재구성을 아직 반대하는 입장들도 있는데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위 재구성까지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입법권 부여 여부에 있어서는 여야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입법권 부여 문제는 해체된 특위 위원장이었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조심스러운 입장이어서 추후 어떤 결론에 이를지 주목된다.

우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입법권은 특위에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입법권이 특위에 보장된다면 재구성 특위 활동 기간을 한 달 이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재구성 된 특위에서는 현재 환노위에 발의돼 있는 7개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특별법을 취합, 특위 차원의 특별법 마련 등 피해구제 및 재방방지 방안이 주요 논의 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법 제정 심의 주체는 입법권 부여 상황에 따라 특위, 혹은 환노위가 될 예정이다.현재 가해 기업들과 협의 중인 피해구제 기금 방안 마련도 특위 이름으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문제는 특위 재구성 결정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이다. 모든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이른바 '최순실게이트'로 국회활동도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지도부 간 논의 테이블에 특위 재구성 의제를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관영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원내수석 부대표 간 회동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특위 재구성을 논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상황이 상황이라 회동 안건으로 정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밝혔다.

아울러 아직 특위 소속 여당 의원들 중 일부가 여전히 재구성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변수다. 또 다른 야당 소속 한 특위 위원은 "14일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에서도 특위 재구성 의제를 올릴 수 있었지만 여당 모 의원의 반대가 심해 올리지 못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야당 전체와 찬성하는 여당 의원들이 각 당 지도부와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앞으로 남은 일"이라고 말했다.

탄력받는 가습기살균제특별법…징벌적 손배 포함될까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가습기살균제특위)의 재가동을 추진하면서 피해자 구제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여러 개 발의된 가운데 구제대상과 범위, 절차 등이 어떻게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일부 법안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법안심의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20대 들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와 관련된 법안(이하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은 총 6개가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이언주·한정애, 국민의당 김삼화, 정의당 이정미, 무소속 서영교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와 별도로 이언주 의원은 가습기살균제를 비롯해 생활화학용품 사용으로 인한 피해자 구제를 골자로 하는 ‘생활화학용품피해구제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환노위가 가습기살균제특위를 다시 가동하면 이들 법안 내용을 토대로 관련 법 제정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발의된 가습기살균제특별법들은 각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구제대상과 범위, 절차 등은 큰 틀은 비슷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족들이 구제를 신청하면 환경의학자, 위생학자, 독극물학자 등전문가로 구성된 환경부 소속 피해판정위원회와 구제심사위원회가 이를 심의·판정(60~90일 이내)하고 피해가 인정되면 요양급여, 장의비, 조위금 등 구제급여를 지급받는 식이다.

피해 인정 유효기간은 질병의 종류 또는 피해 등급에 따라 결정하되 유효기간 만료 전까지 질병 등이 낫지 않을 경우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구제급여는 정부 및 민간의 출연(기부)금과 제품·원료의 제조 및 판매사가 각각 출연하는 피해구제분담금 등을 재원으로 설립되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기금(가칭)에서 지급한다. 이정미, 김삼화 의원은 제품·원료의 제조 및 판매사는 물론 수입 및 유통사도 피해구제분담금 납부대상에 포함시켰다.

법 제정과 관련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은 가습기살균제 개발·제조·판매·유통·수입업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고의·과실 입증책임 부과 부분이다. 이정미, 김삼화 의원은 이들 업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배상액은 고의·과실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의원의 경우 치료비의 5~20배 이내, 김 의원은 손해액의 10배 이내에서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지급토록 했다.

아울러 고의·과실 여부는 피해자 및 유족이 아닌 업체가 입증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오래 전부터 진행된데다 거의 모든 정보를 업체가 가지고 있어 개인이 고의·과실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개별사안 처리를 위한 특별법에 넣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환노위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동종사건에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조물 책임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 판매가 중단된 상태인데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이 가능하냐는 법리적 부분도 논란거리가 될 것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뇌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기금 어떻게?

국회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거둔 성과 중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이 기업들이 피해 배상금과 별도로 기금을 조성해 잠재적인 피해자 구제와 재발방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기금조성과 배분를 두고 정부와 가해기업, 피해자간 이견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뇌관으로 지적된다.

16일 국회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피해지원 기금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가 100억원 출연을 약속한 가운데 SK케미칼·애경·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헨켈코리아 등도 최대한 협조하기로 한 상태다. 전체적인 기금 규모나 구체적인 배분 방안은 협의 중이다.

1990년대 이황화탄소 노출로 9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던 원진레이온 사건을 참고하면 당시 총 356억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이를 현재 기준으로 계산하면 770억원에 달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정부의 피해접수 공식창구인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누적 기준 5060명으로 원진레이온 사건의 5배가 넘는다. 서울시가 지난 9월 가습기살균제 피해현황 파악 용역에 착수하면서 추가 피해자가 드러날 가능성도 높다. 1000억원대 기금이 조성될 가능성이 적잖은 셈이다.

정부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가해기업이 출현한 기금 사용방법에 대해 논의가 잘 되면 석면피해자처럼 정부 지원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특위는 지난 9월말 기금조성 간담회에서 △장기적인 영향 모니터 △피해자 확인 등 조사작업 △판정기준 등 관련 연구 △국정조사 이후 추가 재발방지 대책마련 △피해자 지원 등으로 대략적인 기금 활용 방향을 잡았다. 당시 간담회에서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법적 손해배상으로 해결이 안 되는 소비자들에 대해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는 게 유효한 조치"라며 "국회와 정부가 틀을 마련해주면 검토해 피해자의 고통을 하루빨리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각론이다. 여론조사 등에서 국민의 20%가 '문제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최종 피해자 규모가 유동적이다 보니 기금 사용을 두고 이견이 불거질 우려가 적잖다.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모인 국민성금 일부가 10년 동안 사용되지 못한 채 은행에 묶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전체 성금 670억원 가운데 공익재단 설립을 위해 100억여원을 남겨뒀지만 피해자단체간 합의 불발로 참사 12년만인 지난해에야 재단 설립이 성사됐다.

특위 위원장이었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금 조성과 배분 문제를 추가 논의하기 위해 오는 29일쯤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세관 임상연 심재현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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