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라기엔.. 대통령과 총수 독대 끝나면 최순실측이 수금

류정 기자 2016. 11. 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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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 농단]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패턴
- 독대 꺼리는 朴대통령, 이례적 만남
작년부터 총수들 10여차례 만나
재계 "대부분 사면·기업합병 등 현안 있거나 약점 잡힌 기업들"

신동빈 롯데 회장이 16일 새벽 5시 반쯤 서울중앙지검에서 16시간 조사를 받고 나왔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獨對)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경위를 조사받았다. 롯데는 이미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낸 상태였다.

대통령 독대 직후인 3월 17일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다시 롯데를 찾았다. 이들은 이석환 롯데 상무에게 "얘기가 다 됐다고 들었다"면서 돈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롯데는 애초 70억원을 35억원으로 줄여 달라고 제안했다가 5월 말 재단 쪽에서 요구한 대로 70억원을 보냈다. 그러나 6월 7일 재단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고, 실제 9일부터 돈을 돌려줬다. 그 하루 뒤인 10일 롯데는 검찰의 대대적 압수 수색을 받았다. 대통령 독대와 K재단의 '돈 요구'는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내사(內査)를 한창 벌이고 있을 때 이뤄졌다. 검찰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차원에서 이뤄진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말고 별도로 돈을 낸 대기업들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총수 사면(赦免)이나 기업 합병 문제 등 대형 현안이 걸려 있어 정권에 약할 수밖에 없는 기업 회장과 대통령의 독대가 이뤄지고, 그 직후 최순실씨 측에서 돈을 요구하는 식의 패턴이 공통적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SK도 비슷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월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 그 직후인 2월 29일 K스포츠재단은 SK에 80억원을 요구했다. SK는 미르·K재단에 이미 111억원을 냈는데도 K재단 관계자들이 SK그룹을 찾아와 "이미 얘기가 다 된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SK가 "사업 계획서가 부실하다"며 시간을 끌자 K재단은 "치사하게 군다"며 돈 요구를 거둬들였다고 한다. SK는 작년 8월 최 회장이 사면을 받았지만 당시 수감 중이던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있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문제도 걸려 있었다. SK가 80억원 지원을 거절하자 공교롭게도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이 불허(不許)됐고, 최 부회장 사면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9~10월 최순실씨 모녀(母女)가 독일에 세운 회사에 35억원을 송금한 삼성도 검찰의 집중 수사 대상이다. 최씨는 이 돈으로 승마 선수인 딸 정유라(20)씨를 위해 말을 사고, 호텔·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검찰의 자금 추적 과정에서 드러났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역시 35억원을 송금하기 두 달여 전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 삼성은 독대 직전인 작년 5~7월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 문제는 국민연금 등의 지원으로 삼성 뜻대로 해결됐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 총리나 장관은 물론이고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들과도 거의 독대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박 대통령이 작년 7월과 올해 2~3월 10여 차례에 걸쳐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했다. 전경련 등 경제 단체를 통하지 않고 청와대가 개별 기업에 직접 연락했다고 한다. 작년 7월 24~2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창근 SK수펙스 의장, 김승연 한화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을 만났고 올해 2~3월에는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전경련 회장) 등을 만났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언뜻 재계 서열대로 부른 것 같지만, 한화(재계 8위)나 CJ(14위)는 서열과 상관이 없다"며 "대부분 약점이 있거나 정권의 혜택을 입은 기업들"이라고 했다. 한화와 CJ는 이 정권 들어 총수의 사면·복권 문제가 걸려 있던 곳이다.

검찰은 현재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에게 민원성 현안을 제기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 조사 때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서 미르·K재단 기금 출연 경위를 조사받은 데 이어 특수1부로 옮겨 2시간 동안 '35억원 지원' 문제를 추궁받았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기업 총수들이 참고인 신분이지만 언제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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