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들 부글부글 "박 대통령, 조사 버티기 헌정 파괴"

현일훈.송승환.김성룡 2016. 11. 17. 01: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수본, 안종범 수첩서 혐의 확인
"최씨 공소장에 대통령 공모 표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의견 많아"
김수남 검찰총장이 16일 대검찰청을 나와 퇴근하고 있다. 김 총장은 15일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계속되는 검찰의 조사시한 제시를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검찰 수사가 벽에 부닥쳤다. 최순실(60·구속)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13일 ‘박 대통령 15~16일 대면조사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17일도 가능”→“늦어도 18일까지는 조사해야 한다”며 마지노선을 연장해 왔다. 박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대통령 막바지에 조사 ▶서면조사 원칙 ▶대면조사 최소화 등을 주장하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검찰은 이번 주말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씨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구속) 전 부속비서관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적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검찰은 올해 박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조사에서 “지난 2월 17일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 때 (최씨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소개하는 서류를 받았다. VIP 관심사안이니 광고를 챙겨 주라는 식으로 청와대에서 말하더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 5~9월 11억원의 광고를 최씨 회사에 발주했다. 이후 최씨가 플레이그라운드 공금을 해외로 빼돌린 단서(횡령 혐의)도 확보했다. 최씨가 정 전 비서관→안 전 수석을 통해 현대차에 압력을 가해 딸 정유라(20·해외 체류 중)씨의 초등학교·동창 부모가 운영하는 납품업체에 9억원가량의 일감을 준 정황도 포착했다.

이외에 검찰은 안 전 수석의 다이어리와 수첩에서 박 대통령 개입 흔적을 추가로 확인했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도 최씨와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내용을 확인했다.


◆‘대통령이 지시해’ 또는 ‘공모하여’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이 공모해 53개 기업에 774억원을 강제모금(직권남용)한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행위를 공소장에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박 대통령과 공모했다’ 또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문구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16일 “두 사람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통령이 지시해’나 ‘대통령의 부탁을 받아’ 정도를 넣어 봐야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문건 유출(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박 대통령이 지시·관여했다’는 식으로 기재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공소장에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라고 쓴 후 각주를 달아 ‘추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통해 보완 수사가 필요함’이라고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최씨 등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적시한 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기소시점에 맞춰 공소장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특검 수사’도 부담이다. 한 부장검사는 “특검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공모했다고 공소장을 쓸 확률이 99.99%”라며 “검찰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뒤 최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문구를 삽입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난 검사들
젊은 검사들 위주로 검찰 내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형사소추도 강제조사도 못한다는 박 대통령 측 변호인의 주장에 검찰 내에선 “피의자로 신분을 바로 전환해야 한다” “발부는 못 받더라도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등의 강경 대응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평검사는 “박 대통령 측 변호인이 내란·외환죄가 아닌 한 불소추 ‘특권’을 갖는다는 언급까지 하는 걸 보며 ‘노골적으로 버티기를 하겠다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행태도 헌정 질서 파괴다. 평검사 회의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글=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美 국무장관 물망 볼턴 "北에 선제공격 가능성 제로"

문재인 "엘시티 허위사실 유포자 고소···강력대응"

정홍원 "대통령에 무한책임 지라는 요구는 마녀사냥"

파국으로 가는 대통령, 돌연 '엘시티 비리 수사' 지시

"최순실·이영복, 1억씩 곗돈 타는 청담동 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