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엘시티 거론하며 '버티기'..장기화 염두 여론전환 기대

김형섭 입력 2016. 11. 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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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야권의 하야·퇴진 요구와 신속한 검찰 조사에 모두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장 8개월까지 걸릴 수 있는 탄핵정국이 불가피한 상황을 유도하면서도 즉각적인 탄핵의 빌미를 줄 수 있는 검찰 조사에는 '시간끌기'를 하면서 국면전환의 계기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단 박 대통령은 야권이 임기 단축을 전제로 주장하고 있는 즉각적인 하야나 질서 있는 퇴진은 국정 중단 사태를 초래하고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이유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만 하다"고 한 것이 박 대통령의 인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도 "헌정중단 같은 국가적 불행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하야나 퇴진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국안정을 위한 후속조치 방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하야나 퇴진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헌법 71조를 활용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도 부정적이다. 현 시국이 엄중한 상황이긴 하지만 헌법 71조에서 정한 '사고'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박 대통령은 여전히 국회가 추천한 책임총리에게 헌법상 권한을 모두 보장하고 여야 대표와의 영수회담으로 정국을 정상화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야3당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에서 절대 성사될리 없는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관철시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들게 될 것이란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청와대도 탄핵에 대해서 "정치권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는 분위기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발의와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소 29명 이상 동조해야 한다.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최장 6개월이 걸리고 이에 앞서 국회의 탄핵안 논의와 발의 과정까지 감안하면 길게는 8개월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탄핵은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6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박한철 헌재소장은 내년 1월에,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박 헌재소장과 이 재판관의 후임은 각각 대통령, 대법원장 추천 몫인데 국회 동의나 임명 과정에서 이들 자리가 공석으로 이어질 경우 남은 7명 중 2명만 반대해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야권의 하야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 지지층 결집이나 여론 반전을 모색할 시간을 그만큼 벌 수 있고 국회 부결이나 헌재 기각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면 국면을 전환할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이를테면 야권에 불리한 의혹 같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16일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거복합단지 엘시티(LCT) 비리 사건과 관련해 측근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법무부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관련자들을 엄단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엘시티 비리 사건 주범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 각종 특혜 대가로 정관계에 뇌물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의혹에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혹에 연루된 야당 인사들을 겨냥, 엘시티 비리 사건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국면전환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정 대변인이 이날 엘시티 관련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하면서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여야 정치인'을 함께 언급한 것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검찰 조사와 그 시기를 두고 검찰 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도 탄핵 정국의 장기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들을 19~20일께 일괄기소키로 하고 15~16일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공소장에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결과가 포함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정된 유영하 변호사는 "법리 검토와 변론 준비에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 조사 시기 연장을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오는 18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해 통보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이에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관련 의혹 사항이 모두 정리되는 시점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유 변호사)는 게 박 대통령 측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가 모두 끝난 뒤에야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헌법상 대통령은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어서 검찰이 박 대통령을 강제구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최씨 등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될 경우 야당에 즉각적인 탄핵소추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탄핵 정국 장기화를 염두에 두면서도 도래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시간끌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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