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흉물 '빈집' 공용시설로 거듭난다

2016. 11.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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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공동텃밭·예술공간으로도 재활용

주차장·공동텃밭·예술공간으로도 재활용

(전국종합=연합뉴스) "건물이 10년 넘게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3년 전부터는 아예 사람이 살지 않아 늘 불안했는데 이번에 철거돼 동네 주민들이 두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게 됐네요."

충남 서산시 동문동 일대에서 장기간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됐던 연면적 64㎡의 노후주택이 최근 서산시 담당 공무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철거되자 인근에 사는 주민 김 모 씨는 16일 "골칫거리였던 빈집을 철거한 시에 감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촌에 이어 도시지역에도 빈집이 늘면서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나 우범지대가 되는 등 폐해가 큰 가운데 최근 들어 각 지자체가 소유주가 불분명한 빈집들을 철거하고 주차장 등 공용시설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행정을 펴고 있다.

◇ 주인 해외거주 빈집 철거 후 주차장 활용

이번에 철거된 서산의 빈집은 1965년 서산시 동문동 일대에 지어진 목조 함석 주택으로 3년 전 세입자가 이사하면서 빈집으로 방치됐다.

서산시청 도로과 김태건 주무관(행정 8급)이 이 빈집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을 접한 시기는 지난 3월이었다.

세입자가 3년 전 집을 비우면서 건물 안은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차고 건물 벽과 담장은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청소년과 행인이 밤에 드나들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한 데다 악취와 함께 동물 사체까지 목격되면서 인근 주민 100여 가구에 불안을 주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건물주는 해외에 나가 연락이 안 되고 세입자 또한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한 채 집을 비우면서 상황이 더 악화한 상태였다.

김 주무관은 건물 주변 안전펜스 설치, 집안 쓰레기 수거 등 응급조치를 시작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고, 재외국민 소재파악과 친족 탐문조사 끝에 부인(일본인)이 천안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 7월 20일부터 건축법 개정으로 가능해진 '도시지역 내 빈집정비' 규정을 찾아 건물주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행정절차를 밟아 지난 9월 철거 동의를 끌어냈다.

서산시는 건축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익상 유해 여부와 도시 미관, 주변 환경 저해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철거를 결정했다.

빈집은 지난 11일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철거됐고 건물이 있던 자리는 아스콘으로 포장해 주차장 등 공용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 예술공간·공동텃밭·주택관리소 등 다양한 재활용

경기도 내 각 지자체도 빈집을 사들여 주차장을 만들고, 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텃밭을 조성하는 등 도심 속 흉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부천시는 재개발사업이 중단된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활터마을에 빈집이 늘자 지난해 7월 국민안전처의 '안전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지원해 국비 3억8천만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시비 1억1천만원을 추가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주택 담에 활터를 상징하는 벽화를 그려 넣었으며,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녹색횡단보도를 설치하고 CCTV와 가로등도 설치했다.

성남시는 지난 7월부터 수정·중원구 일대 낡은 단독주택 대지를 사들여 공영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수정구 태평1동, 중원구 은행 1동·상대원1동 일대 폐가나 지은 지 30년 이상 된 건축물과 노는 땅 5천401㎡를 사들여 공영 주차장 227면을 만들 계획이다.

이 지역은 1970년대 초반 서울 철거민 이주단지 조성 당시 도시기반시설 없이 필지를 소규모(66㎡)로 쪼개 분양해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

동두천시는 오랜 기간 무단방치돼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사용되고 있던 보상동 등 4개 지역 빈집 5곳을 지난 4월 철거한 뒤 임시주차장이나 공동텃밭으로 조성했다.

인천 남구청은 낡은 집과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젊은 예술가들을 지역에 유치하고 활동을 지원한다.

용일 자유시장(연면적 1천400㎡)은 1990년대부터 상권이 쇠락하면서 빈 가게가 증가해 흉물로 여겨졌지만, 예술가들의 활동이 이어지면서 지역공동체 거점이 됐다.

20∼30대 예술가 40여명으로 구성된 청년문화예술공동체 '그린빌라'는 이곳 빈집을 빌려 전시·공연행사를 꾸준히 연다.

빈집을 재활용해 세운 마을 주택관리소도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8월 도화동에 문을 연 마을 주택관리소 '두드림(Do Dream!)'은 전기·하수도 설비, 택배 보관, 환경정비 등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같은 서비스를 단독·다세대주택에 제공한다.

이 관리소는 114㎡ 2층 규모의 빈 단독주택을 3년간 무상으로 빌려 문을 열었고, 관리소 운영은 마을공동체인 '쑥 골 마을 사람들' 10여 명이 시간을 나눠 참여한다.

남구청 관계자는 "흉물 취급을 받던 낡은 집이나 빈집이 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재탄생해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며 "빈집 소유주들과 접촉하며 무상임대로 건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갈수록 늘어나는 도시 빈집 때문에 주거환경이 나빠지고 원주민이 이탈하는 요인이 되면서 다시 빈집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자 2010년부터 빈집정비에 나섰다.

2013년 전국 처음으로 빈집정비 지원조례를 만들어 시 예산으로 빈집 1채당 800만원의 철거비를 지원하면서 매년 200채가량의 빈집을 철거하고 있다.

빈집을 철거한 부지는 3년간 공공용지로 제공하도록 해 주차장이나 주민 쉼터, 빨래 건조장, 텃밭 등으로 이용한다.

빈집을 새로 고쳐 대학생이나 저소득층에 반값에 공급하는 햇살 둥지 사업도 2012년부터 도입해 지금까지 308동의 햇살 둥지를 공급했다.

(김인유 윤태현 김상현 유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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