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마시는 술, 같이 마실 때보다 알코올의존증 가능성 2배

강승미 헬스조선 기자 2016. 11. 1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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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story] '혼술'의 위험성
1인 가구 83% '혼자 술 마셔봤다'
대화 상대 없이 술 자체에만 몰입
고립감 심해지고 음주량은 늘어
더 많이, 더 자주 마실 위험 증가

혼자 술마시는 사람을 칭하는 '혼술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나홀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SNS 확산으로 직접적인 소통 부재, 사회경제적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혼술'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최근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혼자 사는 사람 3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혼술 경험이 있었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로움이나 고민을 풀 만한 적당한 대상을 찾지 못하고, 술을 스스로를 달래는 대안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알코올의존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실 때보다 알코올의존증 위험이 높고, 의존 정도도 심각하다. 알래스카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은 타인과 같이 마시는 사람에 비해 알코올의존증이 있을 가능성이 2배였다. 경북대 간호대학 연구팀이 알코올의존증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친한 친구와 술을 마시는 경우보다 혼자서 마시는 경우 알코올의존증으로 입원할 위험이 9.07배나 높았다.

나홀로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존증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피츠버그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일반 성인 709명을 3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혼자 술을 마시게 되면 우울감·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불러와 알코올 문제의 위험이 높았다. 다사랑중앙병원 이무형 원장은 "혼자 술을 마시면 함께 대화할 상대가 없어 술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고, 술만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라는 생각이 고착화되면서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돼 평소 주량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된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여럿이 술을 마시려면 술자리를 일부러 만들어야 하지만, 혼자 술 마실 때는 낮밤 구분 없이 어디에서든 마실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진다"며 "술을 혼자 마시기 시작하면 더 많이 자주 마실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혼자 술을 마실 때 한번에 많이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소량을 자주 마셔도 알코올의존증이 된다. 이무형 원장은 "과음을 하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술을 자주 마신다면, 이미 뇌가 조건반사를 통해 계속 술을 찾도록 만드는 알코올의존증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술은 보통 긴장감을 풀고 기분을 좋게 하려고 마시지만, 알코올의존증에 빠지면 기분이 더 나빠진다. 이해국 교수는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술에만 뇌의 쾌감 중추가 반응하기 때문에 다른 일에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며 "술 마시지 않을 때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진다"고 말했다.

☞ 알코올의존증

알코올이 뇌 속에 있는 신경망인 보상회로에 영향을 줘 과도한 음주를 하게 되는 정신 질환.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알코올 섭취량이나 빈도가 증가하고, 손떨림, 식은땀, 불안감 등 금단 현상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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