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30년 전투' 끝내러 온 강철의 아치

심진용 기자 2016. 11. 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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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체르노빌 원자로 봉인을 위해 건설된 3만5000t 무게의 방호벽.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홈페이지.

30년 전 대폭발 사고를 일으킨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4호기를 봉인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AFP통신 등은 체르노빌 원전 원자로 4호기의 방사능 누출을 차단하기 위해 건설한 ‘강철 덮개’를 원자로로 움직이는 작업이 14일(현지시간)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뉴 세이프 컨파인먼트’(New Safe Confinement)라고 이름 붙인 이 덮개는 높이 108m, 너비 275m에 무게는 3만6000t이다. 공사비용으로 15억 유로가 투입됐다. 건설 작업을 총괄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이 덮개를 가리켜 “사상 최대의 이동식 지상 구조물”이라고 평가했다.

덮개 건설공사는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로 4호기로부터 327m 떨어진 곳에서 진행됐다. 규모가 너무 커서 2부분으로 나눠 작업했고, 지난해 결합에 성공했다.

건설장소와 설치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덮개를 움직여야 한다. 유압식 동력장치 224개가 동원된 특수설비를 이용해 덮개를 움직인다. 설비가 한번 움직일(stroke) 때마다 덮개는 60㎝씩 이동한다. 이런식으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40시간 정도가 걸린다. EBRD는 닷새 정도면 이동 작업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사는 국제 컨소시엄의 협력 형태로 진행됐다. 이탈리아 업체가 아치 형태 설계와 제작을 맡았고, 미국 업체는 건설 과정에 쓰이는 크레인을 만들었다. 덮개를 목적지까지 옮기는 작업은 네덜란드 업체가 지휘한다. 2012년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가 지난 4월 완공했다.

체르노빌 원전 원자로 4호기는 1986년 4월26일 전력통제 시스템 실험 도중 폭발했다. 순식간에 원자로 건물 지붕이 날아가고, 시커먼 구름이 치솟았다. 건물은 금방 화재에 휩싸였다. 56명이 폭발 사고의 직접적 영향으로 사망했다. 방사능 피폭 등으로 인한 간접 사망자 수는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다. 그저 수천에서 최대 수만에 이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사고 직후 당시 소련 정부는 ‘석관’이라 불리는 콘크리트돔을 씌워 원자로 4호기 건물을 봉인했다. 하지만 봉인 당시부터 응급처치일 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석관 건설 후 30년이 지나는 동안 노후화가 심각해져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번 덮개는 석관 붕괴 위험을 예방하고 방사성 물질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건설됐다. EBRD는 덮개가 원자로 4호기를 완전히 봉인하면 향후 100년 이상 제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덮개로 원자로 건물을 밀봉한 뒤에는 내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조심스럽게 진행된다. 원자로 건물 내부에는 아직도 최소 4t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덮개 이동 작업을 지켜본 오스타프 세메락 우크라이나 환경장관은 “폭발 사고 이후 지난 30년간 이어온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방호벽 어떻게 지어서 어떻게 설치하나. 동영상 보러가기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5만명 주민 모두가 빠져나가 ‘유령도시’가 된 우크라이나 프리퍄티. 360도 사진. GettyImages/이매진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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