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그림자 드리웠나..다시 도마 오른 기업들 '과거지사'
[경향신문]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이권이 걸려 있던 각종 사업들이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에는 특별한 결론 없이 지나갔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러난 사실들이 촘촘히 얽혀 개연성을 더하는 경우도 있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식의 결과론적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재벌 총수들을 속속 불러들이고 있는 만큼, 의혹을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은 다른 재벌기업들이 미르재단 등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과 달리 최순실씨(60) 모녀의 독일 사업체에 직접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2일과 13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삼성의 자금지원 이유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의혹은 지난해 삼성의 최대 이슈였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까지 튀었다.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의 결정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구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져 비판을 받았다.
통상 국민연금은 ‘민감한 사안’의 의결권 행사를 내부 조직인 투자위원회가 아니라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위임해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 15일 전 SK C&C와 SK(주)의 합병안을 논의할 때도 국민연금은 전문위원회에 사안을 맡겼다. 당시 전문위원회는 주주가치의 훼손을 이유로 SK의 합병안을 반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삼성의 합병안을 이례적으로 내부 투자위원회에 맡겼다. 세계 1~2위 의결권 자문회사의 합병 반대 권고 의견에도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을 택했다.
의혹이 일 만한 정황들은 이어진다. 일단 삼성의 동기가 확실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반드시 필요했다. 의심을 살 만한 접촉도 확인됐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합병 결정 직전 이 부회장을 따로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은 이후 최씨의 독일 사업체인 비덱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보냈다. 국민연금은 이 과정에서 주가 하락으로 막대한 평가손실을 봤다.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은 업계 전반에 미치고 있다. KT를 중심으로 인사 및 광고 등에 최씨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통신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가 지난해 이모씨와 신모씨를 임원급으로 채용하는 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씨와 신씨는 광고 업무 등을 담당하는 통합마케팅(IMC)본부에서 근무했다. 특히 차은택씨와 과거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이씨는 KT가 차씨 관련 회사에 광고제작을 맡기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씨는 올해 KT의 공개된 광고 24건 중 6건을 직접 연출했다.
KT가 지난 7월 마사회와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 초부터 통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낙하산은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두 가지 다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KT 측은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씨와 신씨 모두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채용됐으며, 차씨가 따낸 광고도 한 해 전체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KT가 주고 ‘받은 것’에 대한 추측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KT의 의혹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무산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 향방이 결정된 사업에까지 최순실 게이트의 유령이 어른거리고 있는 셈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명운을 가르는 중대사에도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의혹은 기업 총수의 입에서 구체화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씨의 입김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됐다는 보도에 대해 “기사에 나온 것이 90% 맞다”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 출범을 앞두고 조 회장과 한진은 출연금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개인회사가 개입한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공사도 조 회장의 개입으로 무산됐다. 정권의 눈 밖에 나 불이익이 뒤따랐다면, 국내 1위·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이권 사업을 최순실 게이트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출연금을 지원하는 등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기업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효상·이성희 기자 hsl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인천·경기 28일 지하철 첫차부터 1400원→1550원으로 인상
- 어린이도 받는 전국민 지원금 15만원, 이르면 7월 지급
- 끝내 경찰 출석 안 한 윤석열···체포는 결국 특검에서?
- [속보]이 대통령, ‘이공계지원특별법 시행령’ 국무회의 의결
- 서부지법 난동 ‘녹색점퍼남’ 징역 3년6개월···가담자 중 최고 형량
- [영상]“경찰 추격해오니 영화 같아 속도 냈다” 버스 훔쳐 무면허 질주한 50대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노란봉투법, 어떻게든 격차 해소하고 싶단 내용 담았다”
- 이재명 정부 첫 추경 30조5000억원…전국민 15만원 지급, 113만명 16조원 연체빚 탕감
-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잇따라 폭격···이란도 병원 등에 보복 공습
- [단독]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에 리박스쿨 연관 단체 인사, 한 둘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