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세월호 가라앉던 2시간20분 동안 대통령 본 사람도 지시도 없었다

이혜리 기자 2016. 11.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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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오전 10시30분 ~ 낮 12시50분까지 ‘보고’만 받아
ㆍ6차례 지시도 전화로…대책본부 도착시간도 의혹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50분까지 2시간20분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비서실로부터 ‘보고’는 받았지만 ‘지시’는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간은 세월호가 침몰하던 때다. 그 외 시간에 이뤄졌다는 지시도 모두 전화 지시뿐이어서 박 대통령의 당시 행적에 대한 의문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13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청와대의 ‘4·16 세월호 사고 당일 시간대별 대통령 조치사항’을 보면 비서실과 안보실은 박 대통령에게 총 18차례의 보고를 하고 박 대통령은 세월호와 관련해 총 6차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구조를 지시한 뒤 낮 12시50분 청와대 복지수석과 기초연금 관련해 전화통화를 할 때까지 2시간20분 동안은 8차례의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8번 중 오전 11시23분 안보실 보고만 구두보고이고, 나머지 7번은 모두 서면보고다. 세월호가 뱃머리 일부만 남기고 침몰한 오전 11시18분에도 박 대통령은 안보실과 비서실에서 보고를 받기만 했다.

청와대가 지난해 5월 법원에 제출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및 지시·조치 사항’ (위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연설문 유출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자료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받은 보고 내용과 지시 내용을 공개하라며 녹색당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이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청와대가 제출한 것이다.

녹색당 등은 2014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는데,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이 자료를 내면서 녹음 자료는 처음부터 없고 서면 자료는 있지만 공개하지 못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재판에서 “대통령이 업무전화기를 통해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경우에는 녹취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청와대는 국무회의와 같은 공식 일정만 속기록을 작성한다”고 주장했다.

자료를 보면 참사 당일 안보실과 비서실은 박 대통령에게 모두 7차례 구두보고, 11차례 서면보고를 한 것으로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5시15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 전까지 세월호와 관련해 직접 지시한 것은 6차례로 돼 있다.

오전 10시30분 이전에 3차례, 오후 2시11분 이후에 3차례다. 하지만 이들 지시도 박 대통령이 긴급회의를 열어 직접 대면 지시한 게 아니라 모두 ‘전화 지시’로 돼 있다.

박 대통령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이 지시 이후 2시간15분 만에 이뤄진 것도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오후 3시에 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했지만 도착한 것은 오후 5시15분이다. 청와대에서 대책본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까지는 자동차로 5분 거리다.

지난 11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은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며 “대통령이 당일 청와대에서 정상 집무를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박 대통령이 당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소송에 관여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기록을 공개하고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을 받아야 논란이 해소된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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