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국악단의 실험.. 국악관현악에 변화 외치다
전통적인 국악에는 기본적으로 현악, 관악, 타악 등으로 구성된 서구 오케스트라같은 단체가 없다. 종묘제례악이나 문묘제례악 등 대편성 악곡이 있지만 악기 편성 등은 관현악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전국 국공립 국악관현악단은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서양 오케스트라의 형식을 가져온 것이다. 1965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생긴 이후 80∼90년대 전국적으로 창설 붐이 일어 현재 30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국악관현악단은 관객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다. 눈에 띄는 국악관현악 창작곡이 부족한데다 서양 악기와 달리 음계와 조성 변화가 쉽지 않은 국악기로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는 1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경기도립국악단의 ‘페르귄트 모음곡’ 연주회는 국악관현악에 새로운 이슈를 던질 전망이다. 올초부터 국악관현악의 영역을 확장하고 전통악기를 보편적인 악기로 바꾸는 ‘치세지음 프로젝트’를 실험해온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은 대규모 관현악곡이다. 이번에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비올리스트이자 객원 지휘자인 페렌츠 가보가 지휘봉을 잡는다.
경기도립국악단은 국악기의 기존 5음계를 서양 악기처럼 12음계까지 가능하도록 개량하는 한편, 악기별 주법을 다양하게 개발해 왔다. 국악기로 다양한 음악을 수용해 대중적인 국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아예 1000곡이 넘는 악보를 따로 만들어 훈련을 해왔다.
치세지음 프로젝트를 이끄는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장은 “그동안 우리 악기가 가진 음의 높이 한계 때문에 동요조차 조율과정 없이 조성을 옮겨가며 손쉽게 연주할 수 없었다”며 “이미 중국, 일본, 북한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20세기 세계 음악을 받아들이고 악기를 개량해 왔다. 악기 개량은 전통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악기는 보편적인 악기가 아니다. 올림픽으로 비교하면 모두가 똑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 악기는 규정이 맞지 않아 예선에 출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악계에서 악기 개량은 1980년대 붐을 이뤘다. 하지만 전통의 변형 논란을 겪다가 요즘은 다소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대신 사랑방에 가객을 초청해 음악을 즐기는 소규모 국악 전용 공연장 개관이 붐을 이루고 있다. 최 단장은 “전통 국악은 인간 문화재를 중심으로 지켜가면 된다. 하지만 이제 젊은 연주자들은 전통악기와 개량악기를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립국악단의 시도를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미 다른 국악관현악단들의 벤치마팅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도립국악단은 그동안 축적해온 악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국립국악고와 국립전통예술고 등에 단원을 파견해 교육시키고 있다.
국악평론가 송현민씨는 “국악관현악단은 서양에서 19세기에 확립된 서양 오케스트라 양식을 차용한 뒤 변화가 없었다. 반면 서양 오케스트라는 20세기 이후에도 많은 실험을 해 왔다”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국내 국악관현악이 경기도립국악단의 실험을 계기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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