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입연 박재홍 감독 "최순실, 재산해외도피가 목적"

정용인 기자 2016. 11.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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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침내 입연 박재홍 감독 “최순실, 재산해외도피가 목적”

[총력분석] 박감독이 4시간 동안 밝힌 최순실 모녀의 수상한 독일행적

“내 판단으로 최순실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면, 재산을 해외도피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자기재산으로 완전히 빼지 않고 욕심이 많아서 기업들이나 이런 것을 이용해서, 외국에다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독일 현지에서 최순실·정유라씨의 ‘수상한 행적들’과 관련해 핵심인사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단 감독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주간경향>은 10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체육계 인사에게 털어놓은 박 감독의 녹취파일을 입수했다. 총 4시간 분량으로 38개 파일로 나누어져 있다.

박 감독은 녹취파일에서 독일에 파견된 경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지난해) 8월 20일쯤 독일 하겐에서 올림픽 선발전이 있었다. 당시 박상진 승마협회 회장 등 임원들이 왔다. 나는 거기서 4위를 했다. 시합이 끝나고 나서 떨어지긴 했지만 처음으로 박 회장과 밥을 먹었다. 그 자리에는 황성수 부회장, 전무, 경기이사 등이 있었다. 회장사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바뀐 뒤 처음으로 회장과 부회장을 만난 자리였다.(필자 주: 박 회장은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며, 황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무다) 회장이 ‘너무 너무 고생했다. 다음엔 장애물팀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동안 박 감독 독일 파견 경위와 관련해 마사회나 승마협회 측에는 “독일 훈련캠프 조성 목적으로 파견한 것이며, 독일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정유라씨의 일정과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박 감독 파견이 최순실·정유라씨를 보조하기 위한 계획일 뿐 아니라, 애초 박 감독은 마사회를 그만두고 최씨와 정씨가 관여된 독일 회사에 4년간 취직할 생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그 과정에서 삼성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도 박씨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삼성이 보낸 돈 최순실이 가로챘다”

박 감독은 지난해 9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독일에서 정유라 일행을 만났다고 밝혔다.

“8월에 하겐 시합을 뛰고 나서 일주일 뒤에 야거호프에 갔다. 원래부터 고향 선배로 알고 있었던 박원오 전무가 유연이(정유라씨 개명 전 이름)를 도와주고 있어서 갔다. 갔더니 정유연, 최순실, 정유연 남자친구, 코어스포츠 장 대리 등 6~7명의 한국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이 많이 있어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마부 일을 해주는 사람도 박 감독의 기억에 따르면 한국마사고를 졸업하고 잠깐 선수를 한 한국 출신 청년이었다. “박원오 전무와 나가서 저녁 먹고 근처 여관에서 잤는데, 그때 유연이가 야거호프와 비블리스에서 훈련한 것을 처음 알았다. 코어스포츠라고 하더라. 거기 갔을 때 외국인이 한 명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코어스포츠 사장까지 됐다고 들었다.” 그 외국인이 유튜브에 공개된 정유라씨 동영상에 출연하는 캄플라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여러 가지 사업의 이권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귀국 후 박 감독에게 부여된 임무는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단 단장이었다. 녹취록에서 박 감독은 “원래 독일에서 4년 있을 계획으로 갔으며, 독일에 가면 삼성과 계약한 스포츠마케팅 회사에서 제반 경비, 즉 숙박비+알파를 지불할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차질을 빚는다. “승마장에 갔더니 비어 있었다. 그런데 거기가 유연이가 썼던 방이었다. 집안에서 썩은 내가 났다. 개 냄새로 엉망이었다. 시리아 애들을 불러서 청소를 시켰다.”

녹취록에서 박 감독은 독일 현지에서 정 선수의 훈련태도도 “사실상 올림픽 출전은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는 말도 한다. “훈련을 하려면 하루에 4시간씩 말을 타고 가랑이에서 피가 나도록 해야 하는데, 살짝 올라와서 내려오고 그런 식으로 해서 훈련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열심히 안 한 걸로 알고 있다.”

박 감독은 “말 한 마리 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2개월 반 동안 있었다”고 진술했다. 침대와 가구, 세탁기 등을 코어스포츠에서 쓰라고 준 카드로 샀다. 그는 “그 비용이 삼성이 돈을 보내고 코어가 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집행이 안 되면서 중간에 뭐가 잘못됐다고 느끼게 됐다”고 증언한다. “코어스포츠 직원들에게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이 보낸 돈을 최순실이 먹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이 논란에서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또 한 명의 핵심 인사인 박원오 전무와 최순실씨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박 감독은 덧붙였다. “삼성 황성수 부회장, 김종찬 전무이사에게 전화해서 난리를 쳤는데, 그쪽에서는 돈을 보냈다고 한다. 황 부회장도 어쩔 줄 몰라했다. 박원오에게 연락해서 최순실 보고 뭐라고 하라 했는데, 싸움이 나서 박원오도 11월에 귀국했다. 황성수 부회장은 한숨만 쉬면서 ‘미안하다’고만 했다.”

승마협회의 이른바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마장마술 말고 장애물 등 다른 분야의 선수들을 뽑아 현지에 보내는 것이었는데 그게 틀어지며 생긴 갈등이었다. 박 감독은 “알고 보니 코어스포츠가 퇴짜를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애초에 보낼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 녹취파일에서 주장하고 있다. 그는 녹취파일에서 “자신이 사기를 당해버린 셈”이라고 한탄했다.

“4년 동안 마사회를 그만두고 독일에 가서 살아야 하는데, 나도 얼마나 심사숙고해서 갔겠는가. 자동차도 줘버리고 전○○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만들어놓고, 다 정리해서 나간 것 아니냐. 내가 키우는 개도 데려갈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어떤 마음으로 1월에 철수했겠나.”

민주당 등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박 감독을 증인으로 세우려 했지만 당시 새누리당의 필사적인 반대로 증인채택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감독의 이번 증언은 지난 2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인 4~5일에 걸쳐 녹취된 것이다.

삼성전자 김모 전무는 3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삼성이 최씨와 정씨 회사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35억원)를 복잡한 송금과정을 거쳐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명관은 알고 있었다”
김현권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록의 일부가 보도되자 마사회 측은 10일 입장자료를 내고 “마사회는 (박 감독의 독일 파견 근거가 되었던) 중장기 로드맵과 관련해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의혹’들이 깨끗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언론이 보도한 ‘마사회가 돈을 보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는 부분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이와 관련해 11월 10일 서울중앙지검에 박 감독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과거 중장기 로드맵에 대한 <주간경향>의 보도(1198호)에 대해 취한 입장처럼 “중장기 로드맵 작성은 마사회와 무관한 일로 승마협회 측에서 작성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팩트’에서 마사회 측이 돈을 보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녹취록에서 박 감독은 “내가 1월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엎고 안들어왔다면 마사회도 돈을 코레스포츠에 보냈을 것”이라며 “내가 두드려 깨놓고 나오니까 그게 안된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박감독 사건’이 내부적으로 발생하면서 사실상 정유라 지원프로젝트인 2020년 동경올림픽 선수훈련을 위한 중장기로드맵이 실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 로드맵이 마사회와 상관없이 승마협회에 의해 작성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간경향>이 11월 11일 김현권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현명관 마사회 회장 주변인사가 이날 오전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와 설명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현 회장이 우리나라도 올림픽에서 승마 메달을 딸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니, 당시 승마진흥원 안○○ 원장이 ‘제가 만들어보겠습니다’라고 만들어 왔는데, 현 회장이 그걸 보고 ‘이거 너무 돈이 많이 들잖아’라고 이야기해서 그 서류는 폐기되었다. 그런데 이후 승마협회로부터 우리도 그런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파일을 보내줄 수 없느냐고 말했고, 안 원장이 승마협회에 파일을 전달해줬다.”

해당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승마협회 간부가 과거 <주간경향>의 취재에서 “마사회 쪽에서 만든 것을 건네받은 것”이라고 말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다.

마사회 현명관 회장은 2007년,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 핵심인사다. 김기춘 실장 이후 차기 비서실장으로 거론되었지만 결국 2013년 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승마계 일각에서는 연임을 노리는 현 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뒤를 봐주는 데 너무 올인을 하다가 탈이 난 것이 박 감독 사건이라는 의혹이 있었다. 실제 마사회 주변에서는 유력정치인 이모씨가 후임회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현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4일이면 끝난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연임 시도는 좌초되었고, 마사회로서는 후임이 없는 공백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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