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4년, 촘촘했던 예술검열의 기록

박다해 기자 입력 2016. 11. 12. 05:31 수정 2016. 11. 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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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유산, 대한민국 문화검열史 - 블랙리스트] <下> 대통령 풍자·세월호 작품, 지원사업서 배제..예술인, 광화문 광장서 '캠핑시위'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부끄러운 유산, 대한민국 문화검열史 - 블랙리스트] <下>대통령 풍자·세월호 작품, 지원사업서 배제…예술인, 광화문 광장서 '캠핑시위']

문화예술인들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텐트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4일, 광화문 광장에 캠핑촌이 들어섰다.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문화행정 파괴의 실체"라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문화예술인들이 꾸린 것이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는 7449명, 288개 단체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그림이나 만화를 그리고 상징물을 제작하는 예술활동과 문화예술인 원탁회의 등을 진행하며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캠핑촌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예술인들은 앞서 지난달 18일에도 박근혜 정부의 '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에 항의하며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지난해 문화계를 달군 검열 사태로 심증으로만 존재하던 블랙리스트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개된 블랙리스트에는 △2015년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서명 문화인 594명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 △2012년 대선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 등 9473명의 이름이 올랐다.

문화예술인들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현세태를 풍자하는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지원사업서 배제하고 사퇴 종용?…논란 일으킨 검열 사례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박근혜 정부의 예술검열 사례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2건에 달한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개관기념 전시회에서 임옥상 작가의 '하나됨을 위하여'와 이강우 작가의 '생각의 기록'이 청와대의 지시로 빠졌다는 주장과 2015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사퇴를 종용받았다는 주장이다. 같은 해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 아이' 공연을 방해했다는 것 등도 포함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논란의 중심에 선 사건은 박근형 연출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지원 '창작산실'사업에서 배제된 것이다. 문화계에서는 박 연출이 2013년 연극 '개구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창작산실 사업 심사에 참여했던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9일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에서 "심사결과를 번복할 것을 종용당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니 박근형 연출을 직접 찾아가서 포기 각서를 받아내는 일까지 겪었다"고 털어놨다.

앙상블 '시나위'대표로 국립국악원 검열사태를 겪은 신현식씨는 "(국립국악원 측에서) 공연 불과 2주 전 연극적인 요소를 빼라고 지시가 계속 왔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 공연을 포기하겠다고 했더니 박근형 연출을 배제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문화예술기관장의 해임과 임명, 기관 통폐합 등 문화행정 파행 사례도 24건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과 박민권 전 1차관의 해임이 블랙리스트 명단 관리 미숙과 공연계 검열 논란 때문이란 문체부 전, 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 예술행동위원회 는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일대에서 박 대통령 퇴진과 관련된 작품 전시회를 연다. /사진제공='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 공식 페이스북

◇ 문화로 '연대'하는 예술인…"문화의 비판, 표현정신이 사회 건강하게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은 연대를 통해 저항하고 있다. '권리장전 2016_검열각하'가 대표적이다. 연극인들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검열'을 주제로 22개 작품을 110회 공연했다. 내년에도 이어갈 예정이다.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행동위는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일대에서 박 대통령 퇴진과 관련된 작품 전시를 개최한다.

저항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비선실세인 최순실-차은택씨가 문화사업과 예산을 쥐락펴락했다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난 데 이어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제1차관 연루설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광화문 캠핑촌에서 머무는 노순택 사진작가는 "어떤 유명한 미술가가 '사회가 썩어야 예술이 잘된다. 서울은 많이 썩었으니까 예술이 잘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더라"며 "사회가 돌파구를 찾지 못해 꽉 막혀있고 부당함이 만연해있을 때 문화예술의 상상력이 그것들을 깨는 돌파구가 된다"고 강조했다.

"문화와 예술, 표현의 자유가 헌법 정신으로 표현받는 까닭은 문화예술의 공공재적인 성격 때문이죠. 문화예술은 공공의 힘으로 지켜야 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령 권력자가 보기에 곱게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가진 비판정신과 표현정신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노씨는 "문화예술계를 향한 검열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영역을 향한 것"이라며 "자조적으로 문화예술인을 취약계층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계층을 먼저) 장악하고 통제하면서 시범케이스를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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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해 기자 doa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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