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에 병드는 공공부문..금융·공기업은 '낙하산 전성시대'

CBS노컷뉴스 구성수 선임기자 2016. 11. 1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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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낙하산 255명 중 97명이 '관피아·정피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던 공언과 달리 임기중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모두 215명의 낙하산을 내려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부실인사가 아무런 원칙없이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곳에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관행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 해수부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가 문제되자 '관피아·낙하산 인사' 척결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사회공공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9월말 현재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9곳의 낙하산 인사는 임원 1186명 가운데 215명으로 18.1%를 차지했다. 이는 1년 반 전인 2015년 2월 25일 현재의 낙하산 인사 비율 16.9%보다 증가한 것이다.

금융권에서 낙하산 인사는 더 심한 편이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공공기관과 공공기관이 지분을 보유한 금융회사 27군데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현직 임원 255명 가운데 97명, 약 40%가 관피아(관료)와 정피아(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인사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증권금융의 상근감사위원으로 금융과 관련된 아무런 경력도 없는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선임한 것은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 사례로 청와대 스스로 대통령 공약을 저버린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낙하산 인사는 기관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내부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뿐 만 아니라 경영성과를 떨어뜨리게 된다"며 "낙하산으로 간 임원은 공공기관의 책임있는 운영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을 갖고 공공기관 고유의 설립목적을 간과한 채 자기 자리 보존을 위해 정부 정책에 영합하면서 국정철학 밀어붙이기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낙하산 인사는 해당 기관의 부실을 심화시켜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와 최순실게이트의 국정농단에서도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만약 산업은행장이 홍기택행장과 같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었다면, 또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들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고 제대로 감시감독 활동을 했더라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사태가 이렇게 심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최순실씨나 차은택씨의 인사전횡에 제동이 걸렸었다면 최순실게이트가 이렇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공약(公約)을 청와대가 앞장서서 공약(空約)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어느 정권에서나 낙하산인사를 문제시하면서도 예외없이 낙하산 인사를 해왔다. 이것은 우리나라 공기업에는 표방되는 전문성은 있지만 실질적인 전문성은 없다"며 "여야 공수가 바뀌면 서로 공격해 대는데 아무리 공격해도 해결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 해결대안으로 투명성과 개방성 강화를 꼽는다. 낙하산인사의 폐해를 막는다고 해서 공적인 기관에 외부 인사의 유입을 막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가 부정적인 이유는 역량이나 전문성과는 관계없이 임용권자나 추천권자와의 개인적인 연고에 의해 정실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개방형 임용으로 정실인사를 막고 역량이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임용절차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원 교수도 "철저한 외부공모를 통한 개방성과 경쟁의 논리를 도입하고 제도를 최대한 투명하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인데 이를위해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모든 진행 과정을 낱낱이 기록으로 남겨 추후에 문제가 될 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9월 정찬우 이사장을 선임하면서 공모 지원자 현황은 물론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심사 등의 모든 절차를 비공개, 깜깜이식으로 진행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거래소는 공개할 경우 로비 등에 의해 선임절차가 혼탁해질 수 있다며 비공개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지만 이것은 오히려 거래소 내부에서 낙하산 인사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재구 교수는 "로비가 우려된다면 사후에라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사후에 회의록 등 그동안의 진행과정이 공개가 된다면, 나중에 잘못됐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자격없는 사람을 그대로 낙하산으로 받는 식의 인사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후계자 승계프로그램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채이배 의원은 "낙하산 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공적인 기관마다 자체적으로 후계자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후보자를 놓고 공정한 경쟁과 검증을 거쳐 최종적인 CEO를 뽑아야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김철 연구실장은 "낙하산 인사문제와 관련된 토론회에 나가보면 전문가들이 나중에 이르게 되는 결론은 '근절방안을 아무리 내놔봤자 소용없다. 정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이다. 나도 거기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박근혜 정부는 성과주의에 기반한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에 밀어부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성과 저하의 근본원인 사실상 낙하산 인사에 있다고 봐야 한다. 성과연봉제 도입보다는 공공기관장과 감사 등을 제대로 임명하는 것이 공공기관 개혁의 출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구성수 선임기자] ksung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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