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토크] 국민의당, '임종룡 경제부총리 임명론' 들고 나온 이유는
"트럼프 당선 등 경제악재...위기관리 중요" '최순실 게이트'속 야권내 차별화 전략
국민의당은 지난 9일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에 들어가자고 야3당 대표 회동에서 공식 제안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문제 및 새 총리 인선 문제와 경제사령탑 정비 문제를 분리해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임 후보자를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지난 2일이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임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추진하자고 주장한 날짜는 9일이다.
한 주가 지나 다소 새삼스러운 시점에서 국민의당이 임종룡 임명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는 45대 미국 대통령에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상황 변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를 주장하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컨트롤타워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처럼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와 현직 금융위원장인 임종룡 후보자가 양립하면 위기 상황에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10일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주한미군 방위 분담금 인상이 예상되는 등 경제악재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 상황의 위기에 직면하여 대통령과 총리와는 별도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 경제부총리의 임명절차에 나서자"고 말했다. 손 대변인의 이같은 주장은 미 대선결과가 나온 직후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폭락한 점을 보면 일리가 있다.
또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거듭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한 것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경제분야 등에서 위기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곁에서 본 금융위기 상황을 회상하기도 했다.
두번째는 국민의당 주장의 이면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차별성을 분명히 하고 3당 구도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들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정치세력간 차별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주말마다 서울시내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초대형 촛불집회가 열리고 야3당 및 정치인들이 모두 박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치적 차별성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10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박 대통령 퇴진운동에 적극 나선다'는 대응방침까지 정해 '촛불민심'을 잡으면서, 경제부총리 임명론으로 불안한 정국에 동요하는 반대편 민심도 아우른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10일 임 후보자 임명을 주장하는 손금주 대변인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야권이 지금 박 대통령에게 2선 후퇴를 주장하는 이유는 청와대와 힘겨루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삭제했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 퇴진 요구를 하면서도 민생을 챙긴다’는 차별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미 20대 국회 개원 이후 민생챙기기를 통한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에서 성과를 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안 도출, 구조조정 청문회 등을 선도적으로 제기했고 새누리당과 압박해 민주당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경제문제는 국민의당이 주도한다는 구도를 만든 데 일정정도 성과를 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종룡 후보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할 수 있다. 전남 보성 출신인 임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난관을 뚫고 취임하게 되면 전북 전주 출신인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2005~2006년 재임) 이후 10년만에 호남출신 경제부총리가 탄생한다. 호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호남출신 경제부총리 인선에 호의적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최근 야권과 각을 세우긴 했지만 임종룡 후보자에 대한 인물평이 나쁘지 않은 점도 국민의당이 청문회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배경이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친 임 후보자는 관료사회의 ‘에이스 중 에이스’라는 평가를 듣지만 원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임 후보자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평가는 좋지만 지금은 개개인 평가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무총리 인선 문제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열 수 없다는 것이지 임 후보자를 거부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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