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주교 "피묻은 헌금 안돼"..마피아 돈 돌려줘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이탈리아의 가톨릭 주교가 마피아의 헌금을 받을 수 없다며 성당 주임신부에게 헌금을 돌려주도록 했다고 이탈리아 일간 레푸블리카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DPA 통신이 전한 기사 내용에 따르면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 은드란게타의 본거지인 칼라브리아주의 로크리-제라체 교구 프란체스코 올리바 주교는 "일을 포기하더라도 더러운 돈으로 교회를 지을 수는 없다"며 성당 신부에게 1만 유로의 헌금을 돌려주도록 했다.

이 돈은 레지오 칼라브리아와 접한 보발리노에 있는 성당의 지붕을 보수하기 위해 봉헌된 헌금이었다. 이 성당은 지난해 태풍으로 지붕이 망가졌다.

거액을 봉헌한 신도는 지난달 체포된 사업가였는데 이탈리아 검찰은 그가 은드란게타 조직과 관련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올리바 주교는 "어떤 아름다움도 피 묻은 돈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잔인한 영주가 칼리브라의 수녀원 건축에 금화를 봉헌했을 때 파올라의 성 프란체스코 성인이 그 금화를 쪼갰더니 피가 흘러나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마피아가 활개 치는 남부 이탈리아에서는 과거 가톨릭 성당이 마피아의 헌금을 받아 논란이 됐다.

로마 가톨릭은 1990년 이후 마피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1993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시칠리아를 방문해 마피아를 비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칼라브리아를 방문했을 때 은드란게타 조직원들을 파문한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군중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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