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 "내가 뽑은 최고의 한식 미슐랭은 감동 담긴 백반"

박주연 기자 2016. 11. 1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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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만화 ‘식객’의 작가 허영만 화백이 말하는 ‘미슐랭 서울편’
ㆍ이제 본격적인 한식의 세계화 시작…정권과 무관하게 진행돼야
ㆍ‘원형’을 지키는 것도 중요 …‘은근한 여운’이 남는 음식이 좋아

“엄선했다고 해도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한국 식당에 대한 세세한 탐색이 계속되겠죠.”

만화 <식객> 시리즈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69·사진)은 지난 7일 ‘미슐랭 가이드-서울편’ 발표와 관련해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10일 경향신문과 전화와 e메일로 인터뷰하면서 “이제 한식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허 화백은 한계도 인정했다. 많은 음식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한식에 대한 이해가 짧은 서양인이 우리의 음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2007년 ‘미슐랭-도쿄편’이 발간될 당시 일본에서도 같은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저 역시 동감합니다. 가령 김장김치로 예를 들죠. 초겨울에 담근 김장은 1개월, 그리고 또 1개월…, 이렇게 겨우내 익어가면서 계속 다른 맛을 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외국인은 식탁에 놓인 김치만으로 평가하죠. 하나 미슐랭 가이드가 워낙 권위 있는 평가인 만큼, 세계인들이 이 책을 보고 한식에 접근할 겁니다. 기회를 살려야죠.”

그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외국인들이 자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들을 위한 음식을 내놓되, 원형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초밥도 날생선을 먹는다는 거부감 탓에 서양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정권과 무관하게 한식 세계화가 너무 급하지 않게 진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파문으로 혼란에 빠진 현 정국을 의식한 말로 짐작됐다.

허 화백은 장장 15년에 걸쳐 완성한 <식객> 시리즈를 통해 우리의 식문화를 인문학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찾아낸 맛에 얽힌 이야기를 서민들의 희로애락에 버무려 맛있게 차려냈다. <식객> 외에도 <허영만의 자전거 식객>(2016)과 일본편인 <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2011)·<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2016) 등 그의 음식 탐구는 진행형이다. 그는 훌륭한 음식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식사 후 다음 끼니 때까지 입안에 은근한 맛이 남아 있으면 최고”라고 답했다.

“사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준은 자란 환경이 많이 좌우하죠.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진 입맛은 평생 갑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고향의 강한 양념 맛을 좋아했죠. 다행히 요즘은 양념이 강하지 않은 것을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그에게 있어 미슐랭 가이드 최고인 별점 3개짜리 국내 식당이나 음식은 뭘까. 모두 ‘백반집’이다.

“홍어를 취재하러 나주에 갔을 때 먹은 백반과 철원 취재 때 시장통에서 먹은 백반이 아주 맛있었어요. 또 우리의 해안선을 자전거로 달리며 맛본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선유도의 백반이죠. 아주 훌륭했거든요. 간혹 음식점 주인이 숨겨놓고 먹는 젓갈이나, 아끼던 반찬을 얻어먹게 되는 경우엔 감동이 배가됩니다. 제가 백반을 자주 찾는 이유는 어머니의 밥상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허 화백은 내년에 칠순을 맞는다. 만화가로 42년을 달려온 그는 지금도 본업 외에 방송출연, 여행, 전시회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다녀왔다는 그는 “산속에서 야영도 자주 한다. 아직은 건강하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젠 어떻게 만화인생을 마무리 지을까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펜을 놓지 않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문제네요. 내년 계획이오? 음, 우선 4월에 캠퍼밴을 타고 40일 동안 호주를 여행할 예정입니다. 하하하….”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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