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이폰 공장 美로 옮겨라" 압박.. 애플의 딜레마

강영수 기자 2016. 11. 1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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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애플의 향후 행보에 IT(정보기술)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월부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애플이 아이폰과 컴퓨터를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애플을 압박해 왔다. 이에 더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45% 관세를 물리겠다고 수차례 엄포를 놓기도 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애플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면 임금과 부품 비용 상승으로 아이폰의 가격 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애플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세금 문제에서 '당근'을 제시할 경우 애플이 전향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으로 옮기면 아이폰 가격 최소 30~40달러 상승"

애플은 현재 대만의 폭스콘·페가트론에 아이폰 조립을 위탁해 중국 6곳, 브라질 1곳 등 7개 해외 공장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은 IHS에 따르면 판매 가격인 749달러(86만원)인 아이폰 6S의 부품 가격은 약 230달러로 추산되고, 조립 비용은 4~10달러 수준이다.

미국으로 공장을 옮길 경우 우선 비싼 임금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시넷에 따르면 폭스콘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약 400달러(약 46만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에선 주(州)별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더라도 최소 2배, 많게는 3배가 더 든다. 부품 공급 비용도 대폭 오른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올해 기준 애플의 협력업체는 28개국 766개 업체에 달한다. 중국(346개, 전체 45%), 일본(126개·16%)과 대만(41개·5%) 등 대부분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미국 기업은 9%(69개)에 불과하다.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 아시아 지역에서 만든 상당수 부품을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옮겨야 하는 것이다.

미국 시러큐스대 제이슨 데드릭 교수는 "임금 상승과 부품 운반 비용만 고려하더라도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면 대당 가격이 30~40달러는 상승할 것"이라며 "여기에 부품까지 아시아가 아닌 미국에서 생산해야 할 상황이 오면 아이폰 생산 비용은 100달러 이상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초기에도 애플은 아이폰 생산 공장의 미국 이전 압박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에게 "왜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잡스는 이에 대해 "단지 임금이 싸기 때문이 아니다. 중국에는 숙련된 노동자가 많고, 중국 기업은 미국 기업보다 시장 상황에 따른 생산량 조절에도 훨씬 유연하다"고 반박했었다.

애플 입장에선 중국 공장 철수로 비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애플은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인 중국에서 5위권으로 밀려나자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올해에만 세 번씩 중국을 공식 방문해 베이징과 선전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고 약속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밀려 생산 공장을 옮길 경우 중국 시장 자체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애플이 폭스콘을 통해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거나 브라질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타협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근과 채찍 든 트럼프, 애플 압박할까

애플은 현재까지 공장 이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세금이나 관세 문제를 당근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인세 감면을 통해 애플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해외에 쌓아놓은 역외 자금 2000억달러(229조7000억원)를 미국 내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애플의 고민은 역외 자금을 들여오면 미국 연방정부에만 35%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것.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미국 기업들의 우려를 감안한 듯 지난 9월 "미국 기업이 역외 자금을 가지고 오면 법인세를 35%에서 10%로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세금 감면 혜택이 현실화된다면 애플의 미국 내 공장 설립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김동원 기업분석부장은 "세금 감면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면 애플이 미국에 추가로 생산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트럼프 정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휴대전화나 가전제품 공장을 미국 현지에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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