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통수권 위임, 다수 의견이 "헌법상 가능"

전웅빈 이종선 기자 2016. 11.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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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15인 설문조사 해보니

헌법학자 15명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비상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이 총리와 국회에 국정운영 전권을 맡기고 2선으로 물러나도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견해는 이 같은 상황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일부는 견해를 달리했지만 헌법상 총리가 국군 통수권을 통할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헌법학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했다’는 실망감과 분노도 묻어났다. 이들은 여야 정치권에도 “시간이 없다. 국정공백 사태를 질질 끌어서는 절대 안된다”며 적극적인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①거국중립내각, 책임총리

헌법학자들은 현행 헌법상으로도 책임총리 구현이나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 용어 모두 헌법에 나와 있지 않은 정치용어인 만큼 ‘운용의 묘’를 살리면 실현 가능하다는 입장이 대체적이다.

특히 책임총리의 경우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각료 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내각 통할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총리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고 봤다.

심경수 충남대 교수는 10일 “국회가 여야 합의로 추천한 총리와 내각 구성을 협의하고, 그 결정을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하면 그 자체가 거국중립내각”이라며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인 만큼 위헌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평 경북대 교수는 “정치적 합의를 통해 구현해나가는 건 전혀 상관없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치권이 합의하면 헌법 내에서도 수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문현 이화여대 교수도 “헌법과 상관없는 공식적인 약속을 한 것”이라고 했다.

②대통령의 2선 후퇴 명문화

야당은 현재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에 나와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것이어서 여당 일각에서는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선언적 의미에서의 2선 후퇴 약속은 대부분 가능하다고 봤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는 “엄격히 따지면 말이 안 되지만 공개적으로 2선 후퇴를 얘기해서 총리에게 권한을 실어준다는 의미”라며 “현행 헌법상 총리가 국정운영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대통령의 명백한 2선 후퇴를 보장하지 않고선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약속을 명시적으로 하라는 의미이지 문서로 해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며 “명시적으로 확실하게 밝히면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 영향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도 “지금이 비정상적인 상황인 만큼 이론적으로는 위헌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국가 상황을 보면 헌법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관희 경찰대 교수는 “정치적 선언을 하는 건 헌법 위반이 아니지만 현행 헌법상 대통령이 총리에게 권한을 줘도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게 돼 있다”며 “중요한 국가적 결정을 할 때 대통령이 완전히 배제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③국군 통수권

국군 통수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군 통수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위헌적 발상”이라고 맞섰다.

헌법학자들도 통수권 문제에서는 견해가 갈렸다. 이헌환 아주대 교수는 “거국중립내각이나 책임총리는 대통령이 헌법상 정해진 권한을 행사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등장한 용어”라며 “의원내각제 취지에 맞게 군 통수권도 포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도 “대통령이 국가원수로 군을 통수하는 건 맞지만 지금은 지위만 있고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헌법 89조 국무회의 의결에 관한 조항에 따라 위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국민대 교수도 “현행 헌법에서도 국무총리가 대통령에 대한 보좌는 가능하게 돼 있다”며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이 갖더라도 국무총리가 수행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정용상 동국대 교수는 “통수권은 국가원수가 갖는 헌법상 권한인 만큼 책임총리를 해도 가질 수 없다”며 “대통령이 통수권과 관련한 총리의 보좌를 받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원수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④“국정 공백 수습 서둘러야”

헌법학자들은 정국 해법을 위해 당장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처한 여러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빨리 답을 내야 한다. 시간이 없다”며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되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병로 전남대 교수도 “경제·안보 위기상황”이라며 “정치권이 빨리 책임총리를 찾고 내각을 구성해 체제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정치권이 책임총리가 누구냐 하는 논의보다 책임총리가 실현되고 거국내각이 구성되면 국정이 어떻게 달라지고 국민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국민은 대통령이 더 이상 직을 수행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이미 내고 있다”며 “정치권은 정쟁을 그치고 이 같은 민심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웅빈 이종선 기자 imung@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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