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경제는 미국만 잘 사는 세상, 그것도 잠시만

이영창 2016. 11. 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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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우리 계획은 ‘아메리카 퍼스트’의 실현이다.”(7월 21일 전당대회)

“미국인의 일자리, 소득. 안보는 언제나 최우선 사항이다.”(4월 27일 연설)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기조 중 가장 핵심을 꼽자면 바로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다. 이는 경제정책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제 협력을 맺는 나라나 우방국의 사정을 크게 고려치 않고, 강력한 경제ㆍ군사력을 이용해 미국 국익을 강요하는 경제정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는 상당한 충격이 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쇼크의 본질은 불확실성

“경제를 다시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무역, 이민, 경제정책을 바꿔야 한다.”(4월27일 연설)

트럼프 당선이 경제에 가져 올 가장 큰 위기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일 지 알 수 없다”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경선 과정이나 공약집 등에서 드러난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은 감세와 규제완화 등을 기조로 중산층 경제를 살리고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최상위계층 소득세를 39.6%에서 33%로 깎고 상속세는 폐지하며 법인세를 35%에서 15%로 절반 이하로 삭감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족한 세금을 어디에서 보충할 지 구체적 계획은 없고, 오히려 집권 후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언을 거듭해 왔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별도 재원 확충 없이 트럼프 공약이 가동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현재 78%에서 2026년 105%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세와 지출 확대가 미국 경제에 주는 긍정적 영향도 단기 효과에 그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 미국 성장률은 반짝 반등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추세선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재정적자 확대, 경제주체 불안심리 때문에 성과보다는 부작용이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트럼프 성장론을 평가했다.

우리 경제 성장률 더 떨어지나

“재무장관에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토록 하겠다.”(8월 24일 연설)

트럼프가 틈만 나면 드러냈던 반세계화 성향은 세계경제에 큰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크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대중 무역불균형(대규모 대중 적자)에 대해 수 차례 보복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수입국인 미국이 교역을 줄이면, 가뜩이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계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다.

떨어지는 성장잠재력 때문에 고민 중인 한국 경제에 이런 트럼프 시대의 도래는 설상가상이다. 일방주의로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경제에도 부정적 변수(디스카운트)가 될 수 있고, 국가 신용등급에도 마이너스 요인일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거세지는 경우 한국 경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될 공산이 크다. 당장 중국을 거쳐 미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에 대한 원화절상 요구도 더 거칠어질 수 있다. 원화절상은 주요 수출기업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에 대한 수출 기여도가 지금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교역 위축 ▦원화가치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의 3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부가 내년에 목표로 잡은 3.0% 성장률은커녕 2%대 성장마저 위태로운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장재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0.7~0.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이 여파로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2.7%에서 2.1%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mailto: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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