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굴욕? 승부수?..박지원 "우린 함정에 빠졌다"
회담 후 박 대통령은 하야 구호를 외치는 야당 측 시위대 앞을 다시 지나 본관 정문으로 퇴장했다. 박 대통령 퇴장 시 배웅 나온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국회에서 전례가 드문 굴욕을 당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일단 외형상으론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할 때부터 김 후보자에게 내치(內治)의 전권을 맡기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지명 절차상의 문제로 야당이 반발하면서 ‘김병준 카드’의 의도를 의심받는 상황이 되자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실타래를 다시 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상황에 대해 부담감을 표시했지만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이 길 외엔 방법이 없다”며 강하게 설득했다고 한다. 특히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들이 지난 7일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건의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총리 지명권 국회 이양’이 굴복이 아니라 일종의 승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을 받아든 야당 일각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앞으로 관심이 국회에서 누구를 총리 후보자로 뽑느냐에 쏠릴 수밖에 없어 박 대통령으로선 한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정파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려 총리 후보자 지명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책임총리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려면 정파별로 장관 몫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 문제도 난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 총리지명권을 국회로 넘기라는 요구는 애초에 야당이 제기했다. 이제 와서 거절할 명분을 만들기도 애매하다는 게 야당의 딜레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야당도 국정공백을 최소화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조속히 총리 인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내치의 전권을 갖는 새 총리가 취임하면 박 대통령은 명시적 발표가 없어도 사실상 2선 후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박 대통령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수습책으론 ‘새누리당 탈당’ 카드 정도가 남아 있다.
글=김정하·안효성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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