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청와대를 '청일베'라고 불러야 하나

하성태 입력 2016. 11. 8. 11:55 수정 2016. 11. 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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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 <뉴스룸> 특종으로 밝혀진 최순실 사단-일베 커넥션, 참담하다

[오마이뉴스 글:하성태, 편집:김지현]

 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일간베스트(아래 일베)가 청와대를 점령했다. 농담도 아니고, 비유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아니 최순실 사단의 비선캠프 인사들이 장악한 청와대가 무려 일베를 '뉴미디어정책실'의 전초기지로 삼았다는 정황이 나왔다.

지난 대선정국에서 댓글부대를 운용해 실형을 선고받은 일명 '십알단'이나 국정원 '댓글부대'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훨씬 더 심각하다. 정황만 놓고 보면, 대선 캠프 때부터 현재까지 그 '짓거리'를 계속해왔다는 말이니까.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 내 최순실 사단은 실제 일베의 게시물을 SNS로 퍼 나르고, 일베의 글을 취합해 청와대 부속실과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근혜-최순실의 청와대 수준이 왜 그 모양이었는지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2013년 11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요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베를 보고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라는 의혹을 제기한 정황이 딱 들어맞았던 셈이다.

'댓글공작' 팀을 운영한 국정원보다 못한 수준이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일베의 성향과 게시글의 수준을 아는 국민이라면 경악할 만한 '대참사'라 할 만하다. 이를 보도한 7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는 관련 단독보도의 서두를 이렇게 열었다.

"하늘 위의 하늘 같은 존재…. 누구였을까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는 이른바 최순실 사단이 개입한 비선캠프가 있었고, 이들이야말로 캠프 내에선 무소불위와 같은 존재였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지금 청와대로 들어가서 활동 중입니다."

"여왕폐하, 일베정부 공식 선언하세요"
 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박근혜 캠프 내 내부고발자와 청와대 직원들의 인터뷰를 종합한 <뉴스룸>의 보도를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비선조직을 최순실 사단이 이끌었다. 특히 최순실씨가 직접 움직인 온라인 비선조직 멤버들이 대통령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 청와대 인턴이나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됐고, 지금까지 근무했거나 근무 중이라는 것이다.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개설했던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 김한수 선임행정관을 기억하시는지. 핵심적인 역할은 역시 그의 몫이었다. 그를 비롯한 최순실 사단의 직원들이 극우 성향의 일베 글을 카카오톡 단톡방 등을 이용해 취합했다. 더불어 정권 비판적인 인사들의 SNS를 사찰해 일베 글과 함께 윗선에 보고했다. <뉴스룸>은 대표적인 인사로 이재명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그걸 보고받고 발언이나 정책에 반영했다.

문제는 청와대를 수시로 들락날락하고 보고를 받은 최순실씨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부하 직원 대하듯 했으며,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까지 넘겨받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자체로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지위가 동등한 것 아니냐, 대통령에 맞먹는 권력을 휘두른 것 아니냐는 추정을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국민들이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가.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 고 포기한 지 오래다. '최순실 대통령'의 활약(?)이 더 경악스러운 것은 역시나 그 논리의 수준이다. JTBC 기자는 "청와대 사람들은 이런 (일베 글과 같은) 논리를 만들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일갈했다.

극우라는 말도 아까운 명예훼손과 원색적 비하, 패륜적인 발언이 난무하는 그 일베 게시물들 말이다. 최순실의 비선 조직이 대선 캠프와 인수위 SNS홍보팀, 지금의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에서 열심히 일베의 글을 퍼 날랐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허탈함을 넘어 '자괴감'으로 괴로움을 던져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뉴스룸> 방영되던 시각, SNS 상 실시간 반응이 그랬다. 반면 일베는 "청와대는 월급을 내놓으라"라면서 환호(?)했지만.

"일베에 왜 그렇게 고급 정보가 많이 흘러들어가 있었는가가 결국 들통난 건데, 보통 국정원 생각했지 청와대는 생각을 안 했다 이거죠. ㅋㅋㅋㅋㅋ"(?@Ma*****)
"일베 본진이 국정원이 아니라 청와대였다니. 그동안 무시해서 미안했다."(@hn******)
"KBS 일베기자가 멀쩡히 직장 다닌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no********)
"일베충 애들 이제 별명이 무당벌레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Ar**********)
"여왕폐하 그냥 일베에 손 모양 인증하고 일베정부 공식 선언하세요." (@an*********)

'문재인 의자'까지 적극 개입한 최순실 사단
 7일 방송된 <뉴스룸> 보도 직후, 최순실 사단의 일베 개입을 최근 변경된 정부상징체계에 빗댄 패러디물.
ⓒ 트위터 갈무리
"검찰이 트위터 관련 이해불가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이것과 관계가 있는 듯하네요. 검찰이 무슨 할 일이 그리 없어서 내 SNS나 뒤지는 수사를 하고, 공무원들이 내 트윗글 리트윗했다고 근 100명씩이나 소환 조사하고…. (중략) 참 나라꼴이 그야말로 엉망진창…. 기가 막힙니다. 순실씨가 이제 감방에서 영영 나오지 말았으면, 순실씨의 아바타도 같은 감방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뉴스룸> 방송 직후 청와대의 SNS 사찰 당사자로 거론된 이재명 성남시장이 SNS에 적은 글이다. 김한수 행정관을 비롯한 최순실 사단은 일베글을 직접 SNS로 퍼나르고, 그 글들을 청와대 윗선에 보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정권 비판' 인사들의 SNS도 사찰했다고 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선 직전 '문재인 의자'로 시끌벅적했던 새누리당 측의 그 네거티브 전략도 바로 이 최순실 사단의 작품이었다.

"문재인 당시 후보의 안경과 의자가 고가의 제품이라면서 이를 비난하는 글이 극우 성향 사이트에서 회자됐는데요. 해당 사이트는 민주당 저격수라고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네거티브를 이 조직이 담당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습니다. 본인이 이 부분을 자랑하고 다녔다는 얘기를 청와대 전 관계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뉴스룸> 7일 보도)

이쯤 되면, 이 조직적 선거개입이 얼마나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는지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 SNS 상에서 국정원 댓글부대와 십알단, 박근혜 캠프가 합세해 일괄적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극우 성향의 글을 퍼 나르고, 댓글을 통해 반대 여론을 공격한 것이다. 더욱이 당시 박근혜 캠프의 공보단장은 이정현 현 새누리당 대표였다. 새누리당과 정부·여당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 증언도 존재했다.

'신정정치'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축 일베
 7일 방송된 <뉴스룸> 보도 직후 SNS에 올라온 패러디물.
ⓒ 트위터 갈무리
"요새는 대통령이 일베를 보고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새누리당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갑자기 그때 뭐죠? 귀태 발언이랄지 신부님들 발언 등등. 갑자기 오후 5시, 6시에 분위기가 확 바뀌거든요. 대통령 퇴근 시간 전후로 해서. 그래서 새누리당 수석 부대표 대변인 나와서 하루종일 잠잠하다가 갑자기 돌변한단 말이죠. 퇴근시간 조심하란 말이 있는데….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이런 식의 정치를 하는 것이 가능한 건지…. 정말 굉장한 회의가 들고 있죠."

tbs 라디오에 출연한 민병두 의원이 회의가 들었던 시기가 이 정권 초기인 2003년 11월이다. 이때나 지금이나 박 대통령의 인식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이 국가적 혼란에 대해 조언을 듣겠다고 초청한 종교계 인사가 '세월호 망언' 목사란다.

일베나 '세월호 망언' 목사나 '오십보백보'이지 않은가. '굿판'은 한사코 부정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 축에 '신정정치'가 있었다면, 또 다른 축엔 '극우패륜사이트' 일베가 있었던 셈이다. 검찰 조사를 통해 최순실 사단의 개입이나 연루 정황이 포착된다면, 압수수색과 같은 일베 운영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국민들에게 깊은 자괴감을 던져주는 대목은 또 있다. 함량미달의 인사들을 청와대에 속속 진입시킨 것 말이다. 김한수 행정관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관련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의도의 '트루뱅크'라는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 사이트의 도메인인 '마레이 컴퍼니'는 역시 김 행정관의 개인 회사다.

<뉴스룸>의 취재 결과, 김 행정관을 비롯한 최순실 사단 직원들은 업무 시간에도 공공연히 '일베' 사이트에 접속했으며, 김 행정관은 특히 (최순실씨와 다를 바 없이) 오만방자한 행태로 악명이 자자했다고 한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특종 보도 뒷얘기를 전한 JTBC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트루뱅크는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본인들이 해명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사실은 역효과도 날 수 있고 대선캠프가 스스로 자기 후보의 치부를 입증하는 꼴이거든요. 이 정도로 아마추어였던 사람들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간 거죠."

샤머니즘과 극우와 아마추어. 최순실 사단이 이끈 SNS 홍보팀과 뉴미디어정책실의 맨얼굴이다. 이런 부류가 청와대를, 박근혜 대통령을 좌지우지하고, 대한민국의 운영 논리를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국정교과서 논란이 벌어지고, 한일 위안부 졸속 합의가 이뤄졌고, 종북몰이가 횡행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통탄할 일이다. 아니, 분노가 치민다. '청일베', '일베충와대'와 같은 비아냥이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헬조선' 담론을 만드는 데 일조한 일베, 그 일베의 글과 논리를 통치 논리로 사용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사단. 특검과 국정조사 등 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들을 모두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그간 일베가 불러온 사회적 피로감과 실질적인 피해자들을 고려할 때다. 사회의 우경화는 물론 '세월호 유가족 폭식투쟁'과 같은 패륜적인 행태들을 이제는 징벌할 때다. 반면 일베 내부에서도 분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순수한 마음'이 아닌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자성 말이다. 최순실씨가 손대지 않은 곳이 어디인가. 지뢰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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