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이어 정호성도 자백.. 검찰의 눈은 대통령에게로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 그룹인 '문고리 권력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 쪽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정부의 모든 보고서를 다루던 사람이다. 그로 인해 연설문 등 '대통령 문서'가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에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순간 사건의 핵심 인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난달 하순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지자 "내가 유출한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검찰이 그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정 전 비서관은 과거에 쓰던 휴대전화기 2대를 버리지 않고 놓아두었는데, 통화는 할 수 없지만 '음성 녹음' 등 저장 기능은 그대로 살아있는 전화기에 박 대통령·최순실씨와 나눈 통화 녹음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전화기 2대 중 한 대에서 특히 최순실씨와의 녹음이 많이 나왔는데, 거기에 연설문 유출 경위 등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연설문 등을 최씨에게 보내 의견을 받으라고 했다"고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의 진술에 따라 기밀문서 유출 경로는 '박 대통령 지시→정호성→최순실'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셈이다.
그런데 '유출 이후'에 대해선 아직 검찰이 풀어야 할 매듭이 남아 있다. 정씨는 "최씨가 직접 문건을 수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고, 최씨는 연설문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스스로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 (최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기밀 유출' 문제에는 정 전 비서관 외에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김한수 전 행정관 등이 연루됐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안종범·최순실 모르는 사이인데 공범인 이유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은 물론 안 전 수석으로부터도 '안 쓰는 휴대전화기' 5대를 압수했다. 검찰은 이날 안 전 수석이 일정이나 대통령 관련 의전(儀典) 사항 등을 메모해 뒀다는 다이어리도 제출받았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공범(共犯) 관계인 것으로 판단했지만, '두 사람은 모르는 사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압수물이나 관련자 진술로 볼 때 두 사람이 직접 접촉한 흔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모르는 사이는 맞는 것 같다"면서도 "중간에 매개고리가 되는 사람이 있어서 공모(共謀) 관계로 본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결국 대통령 아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는 결국 '최순실씨의 제안 또는 부탁→박 대통령의 지시→안 전 수석의 모금 실행'의 구도가 아니면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는 재단 관리·운영을 지시하고 안 전 수석에게는 출연금 모금을 각각 지시한 그림이 아니냐는 것이다. 안 전 수석도 검찰에서 "(출연금 모금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결국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사안들이 모두 대통령이 답해야 할 문제로 수렴되는 국면(局面)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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