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경협' 줄게 쿠릴 4개 섬 달라..아베, 푸틴과 12월 담판

오영환 입력 2016. 11. 7. 01:29 수정 2016. 11. 11. 11: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전개발, 사할린 송전망 구축 등30개 경제협력안 구체화해 제시최근 '2개섬 먼저 반환' 의견 급물살나머지는 공동통치 등 단계적 추진

“러시아에 대한 경제협력 플랜은 새로운 2국(러일)간 관계의 지평을 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지난 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친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방러 일정을 시작했다. 아베의 푸틴에 대한 친서는 지난 1·4월에 이어 세번째다. 아베는 지난 5월 소치, 9월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푸틴과 정상회담도 두차례 가졌다. 다음달 15일에는 푸틴이 아베의 초청으로 아베가(家) 3대(代)의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을 방문한다. 전후 일본 외교의 최대 숙제인 북방 영토(쿠릴열도 4개섬) 반환을 위한 아베의 움직임은 치밀하다. 2006년 1차 아베 내각 이래 14차례나 푸틴과 회담한 것은 그 일환이라는 평가다.

세코는 이날 러시아 측과 푸틴 방일 전에 경제협력 우선과제 30개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석유·가스전 공동 개발, 사할린과 홋카이도(北海道)를 잇는 송전망 구축 검토다. 러시아 도시 정비, 하바롭스크 공항 현대화, 보스토치니항 기능 강화도 포함됐다. 주로 러시아의 극동 개발과 실생활 향상을 위한 것들이다. 세코에 이어 이번 주에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방러를 조율하고 있다. 영토와 경협의 맞교환을 위한 러·일간 교섭이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영토 교섭에 관한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하보마이(齒舞)·시코탄(色丹)·구나시리(國後)·에토로후(擇捉) 4개섬의 일괄 귀속과 반환이다. 4개섬은 1855년 러·일 통상조약 이래 일본령이었다가 1945년 8월 옛 소련이 점령했고 일본은 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구나시리와 에토로후가 포함된 쿠릴열도를 포기했다. 이후 러·일은 56년 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러시아의 하보마이·시코탄의 2개 섬 일본 반환을 명기했지만 조약 체결이나 영토 문제는 진전을 보지못하고 있다. 아베는 표면적으론 4개섬의 일괄 반환을 내세우지만 5월 소치에서 푸틴과 ‘새로운 접근법’에 합의한 상태다.아베의 전략은 하보마이·시코탄의 선(先)반환 후 나머지 2개 섬 반환의 2단계론으로 파악된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개섬의 일괄 귀속·반환을 전제로 하지 않고 하보마이·시코탄의 반환을 최저선으로 삼고 있다. 구나시리·에토로후는 평화조약 체결 후 자유왕래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반환받는 구상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일본 정부가 하보마이·시코탄을 반환받고 구나시리·에토로후는 양국이 공동 통치하는 방안을 축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행정권 행사를 전제로 4개 섬 전체나 하보마이·시코탄·구나시리의 3개 섬 공동 통치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동 통치는 중국 등과의 영유권 문제를 무승부 원칙 하에 해결해온 푸틴의 지론을 감안한 해법이다.

일본의 대러 교섭은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돼 진척 상황을 아는 정부 인사는 한자리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러시아와의 파이프가 두터운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전 홋카이도·오키나와개발청 장관은 “56년의 러일 공동선언은 푸틴도 인정하는 만큼 이것이 출발점”이라며 “2개 섬 반환에 더해 (다른 2개 섬에 대한) 공동 통치와 경제특구, 주민의 자유 왕래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개 섬+α(알파)가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외무성 부대신도 언론에 2개 섬 선 반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가 ‘12월 담판’에 나선 것은 미국 대선 직후의 권력 이양기를 고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를 주도해온 미국 행정부가 일본의 대러 경협을 문제삼기 어려운 시기를 골랐다는 얘기다. 푸틴으로선 일본의 경협이 이뤄지면 대러 제재망이 헝클어지는 점을 노렸을 수 있다.

하지만 변수는 적잖다. 하나는 러시아의 태도다. 푸틴은 지난달 “교섭의 기한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해롭다”고 말했다. 협상을 서두르는 일본에 ‘시간은 러시아편’이라는 생각이다. 양국 정상이 협상안에 원칙 합의해도 이행을 위한 실무 협의는 수년 간 걸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입장도 관심거리다. 아베가 협상 결과에 따라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물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베가 이래저래 호랑이굴로 들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오영환 도쿄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박 대통령, 20대 지지율 0%···부정 평가 90% 역대 최고

[단독] 정유라 아들 추정 아이와 놀고 있는 최순실

"정유라, 지난달 난리통에도 덴마크승미대회 준비"

친박들, 촛불집회 날 골프 회동···누구 누구였나?

윤혜진 "엄태웅과 결혼 생각도 없었는데 속도위반으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