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민간인 베트남대사 임명에 최순실 입김 있었나

전임 대사, '베트남서 유치원 사업' 최씨 조카와 '인연'.."최씨 모른다" 의혹 부인

전임 대사, '베트남서 유치원 사업' 최씨 조카와 '인연'…"최씨 모른다" 의혹 부인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2013년 6월 주베트남 한국대사에 현지 우리 기업인이 임명된 이례적 인사를 놓고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기업인이 베트남에서 유치원 사업을 하는 최 씨 조카의 후견인 역할을 했다며 임명과정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인사는 최 씨를 모른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미주 교민매체 '선데이저널'은 지난 3일 최 씨가 자신의 언니 최순득 씨의 아들 장 모 씨 사업을 위해 민간인 전대주 씨의 베트남대사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 씨가 2009년께 장 씨를 만나 후견인을 맡았고 이후 베트남 남부도시 호찌민의 부유층 거주지역에 유치원 개설 등을 도와주며 돈독한 관계를 맺은 것을 계기로 대사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전 전 대사는 LG화학 베트남법인장과 호찌민 한인상공인연합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트남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그런 그가 베트남대사에 임명되자 외교 경험이 없어 대사직 수행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치권에서 추천했다는 설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았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베트남에서 전 대사의 네트워크가 튼튼하다"며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이어서 베트남과 실질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인선 배경과 과정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됐다.

전 전 대사는 대사 시절인 2014년 장 씨가 민주평통 베트남협의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데 역할을 했다. 자문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교민사회에 얼굴을 알리고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민주평통 베트남협의회가 자문위원 2명을 충원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후보를 정했지만, 호찌민 총영사관에서 장 씨를 포함해 2명을 추천했으며 전 전 대사도 전화로 장 씨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원 후보 선임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최근 연합뉴스에 "장 씨 추천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청와대 등 위쪽의 지시 아닌가 짐작했다"고 말했다.

전 전 대사는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컨설팅 사무실을 운영하던 2013년 3월께 고객과 함께 온 장 씨를 처음 만났으며 안면이 있는 정도"라면서 "장 씨의 후견인을 맡은 적도 없고 최순실, 최순득 씨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로로 내가 베트남대사로 추천되고 어떤 심사과정을 거쳤는지 지금까지도 모르고 대사 임무도 떳떳하게 수행했다"며 "장 씨가 직업도 있고 미국에서 공부도 해서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4월 퇴임하고 효성 베트남법인의 고문을 맡았다.

한편 베트남 하노이 교민 70여 명은 5일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 실세 의혹에 연루된 최순실 씨를 포함한 모든 인물과 함께 국민 앞에 나와 헌법과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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