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인천] 꼴찌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정다워 2016. 11. 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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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제는 잔인하다. 12위로 시즌을 마감한 수원은 승격 1년 만에 다시 2부 리그로 돌아가야 한다. 수원과 인천 덕분에 2016년 K리그 클래식은 더 흥미로웠다. 조덕제 수원 감독은 "올 시즌 목표가 11승에 승점 45점, 9위가 목표였다. 지금 페이스 정도면 잔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올해 각 팀들 간의 승점 차이가 크지 않다. 목표에 근접했지만 이렇게 돼 아쉽다"라고 말했다. 성적과 별개로 수원은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많은 뉴스거리를 양산한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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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다워(인천축구전용경기장)]

승강제는 잔인하다. 특히 강등 당하는 팀에겐 잔혹한 시스템이다. 1년 내내 피를 말리다 결국 강등이라는 형벌을 내린다. 2016년의 희생양는 수원FC다. 12위로 시즌을 마감한 수원은 승격 1년 만에 다시 2부 리그로 돌아가야 한다. 수원 입장에선 꿈 같은 1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역사는 수원을 허무한 팀으로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 선전했고, 단 1년 사이 빅클럽 못지 않은 이야기를 K리그 클래식에 남겼다. 그들이 남긴 발자국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만큼 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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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까지 꼴찌였고, 37라운드까지 11위에 머물렀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승강제 출범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 장면을 연출했다. 감독 교체 후 급격하게 분위기를 바꿨고, 잔류에 성공했다.  1-0으로 승리가 확정됨과 동시에 피치로 뛰어든 팬들이 유럽 축구 열기 못지 않은 장관을 남겼다. 수원과 인천 덕분에 2016년 K리그 클래식은 더 흥미로웠다. 어느 때보다 꼴찌들의 활약이 빛난 시즌이었다. 
 
#수원FC, 역대 최고의 꼴찌

38전 10승 9무 19패. 승점 39점. 2016년 다이렉트 강등팀인 수원이 남긴 기록이다. 지금까지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된 팀이 이 정도의 성적을 기록한 적은 없다. 2013년 대구, 대전이 32점으로 각각 13위, 14위에 랭크되며 2부 리그로 떨어졌다.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선 12위 강원은 36점으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2014년엔 12위 상주 상무가 34점, 11위 경남이 36점을 얻었다. 작년 꼴찌 대전 시티즌은 불과 19점을 얻는 데 그쳤다. 11위 부산 아이파크도 26점만을 획득했다. 올 시즌 수원이 얼마나 아쉽게 꼴찌가 됐는지를 증명하는 기록이다. 

조덕제 수원 감독은 “올 시즌 목표가 11승에 승점 45점, 9위가 목표였다. 지금 페이스 정도면 잔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올해 각 팀들 간의 승점 차이가 크지 않다. 목표에 근접했지만 이렇게 돼 아쉽다”라고 말했다. 수원 입장에선 아쉬운 게 당연하다. 지금까지 무기력하게 강등된 꼴찌들과 비교하면 충분히 선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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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팀인 수원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얻은 성과라 더 의미 있다. 조덕제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를 놓지 않았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 쉽게 선택하는 수비적인 경기 운영은 그의 계산 밖에 있었다. 대신 그는 승격의 원동력이었던 공격적인 스타일로 밀어부쳤다. 어떤 팀을 만나도 라인을 내리지 않는 축구는 팬들을 매료시켰다. 실점이 많았지만, 매 경기 재미있는 축구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색깔 없이 사라진 역대 꼴찌들과는 180도 다른 1년을 보냈다. 

성적과 별개로 수원은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많은 뉴스거리를 양산한 팀이었다. 수원삼성과의 더비는 K리그의 새 지평을 얼었다.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지역의 클럽이 맞대결했다. 클럽 규모는 비교가 안 되지만 수원은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했다.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정규 라운드 마지막 대결에선 승리하는 쾌거를 이뤘다. 성남과의 ‘깃발라시코’도 색다른 컨텐츠였다. 팀 운영에 적극적인 구단주들 덕분에 만들어진 맞대결은 축구팀이 정치인들의 홍보 수단이 된다는 비판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수원은 이례적으로 승격팀이 받기 어려운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했다. 조 감독이 “1년 동안 클래식에서 많은 걸 누렸다. 뉴스의 주인공이 자주 됐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감사하다”라고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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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팀 인천, 차라리 드라마였다

인천은 가을까지만 해도 강등이 가장 유력했던 팀이다. 매 시즌 나왔던 무력한 꼴찌의 전형이었다. 28경기서 5승 8무 15패 승점 23점을 기록하며 긴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15년 상위 스플릿에 도전하고 FA컵 준우승을 차지했던 저력은 실종된지 오래였다. 급기야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김도훈 전 감독이 경질됐다. 인천은 그렇게 표류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도 감독 교체가 드라마의 서막임을 감지하지 못했다. 이기형 감독대행이 사령탑에 오른 후 인천은 반전에 성공했다. 강호 FC서울을 잡으며 국면전환을 이뤄냈다. 이기형 감독대행이 꼽은 터닝 포인트였다. 감독 교체 후 인천은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로 승점 21점을 쓸어담았다. 37라운드 패배로 다시 한 번 다이렉트 강등의 그림자에 갇혔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승리, 잔류를 확정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마무리였다. 잔류의 주역 김도혁은 "자신감이 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나조차도 믿기 어려운 드라마 같은 마무리다"는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엔 팬들이 K리그 역사에 남을 명장면을 연출했다. 팬들은 피치 위에서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기쁨을 공유했다. 지금까지 K리그에서 잔류를 확정한 팀이 이런 식으로 자축한 적은 없다. 이기형 감독대행은 "유럽 축구를 보는 것 같았다.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에도 나오는 열정이다"라고 말했다. 김도혁도 "팬들 덕분에 열심히 뛰었다. 경기 전에도 이런 팬들 앞에서 꼭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 끝난 후에는 유럽의 열기를 느꼈다. 정말 행복한 결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만큼은 꼴찌들이 조연 아닌 주연 역할을 했다. 강등 당한 수원과 내년에도 K리그 클래식에서 뛰는 인천 모두 당당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썼다. 두 팀의 희비는 엇갈렸지만, 이들을 향한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K리그 역사에 남을 수원과 인천의 2016년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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