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는 꼭 파쇄..회식 자리마다 3색 봉투, 흰색엔 50만원

채승기.손국희 2016. 11. 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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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림기획·존앤룩 직원들 증언금액 다른 하양·빨강·황금색 봉투최씨, 직원·지인들에게 나눠줘'테스타로싸'서 주요 인사 만날 땐얼굴 못 보게 직원들 미리 내보내차씨, 차 트렁크엔 서류 한가득테이프로 밀봉, 심복 통해서만 전달
지난해 6월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급 중국음식점. 최순실(60·구속)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7·장유진에서 개명)씨, 차은택(47·CF 감독)씨가 식사를 겸한 회의를 했다. 재무 상태가 나빠진 카페 ‘테스타로싸’의 재무구조 개편을 위한 회의였다고 한다.
테스타로싸는 최씨가 운영을 하며 아지트로 삼은 카페다. 최씨와 장씨, 차씨가 관리·운영하는 회사인 누림기획, 존앤룩C&C 직원 일부 등 총 8~9명이 동석했다. 그 회의에 참석한 장씨의 측근 A씨에 따르면 원형 테이블 위에는 흰색·빨간색·황금색 등 편지 봉투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봉투가 놓여진 곳에는 앉을 사람이 정해져 있었고, 봉투마다 현금 다발이 들어있었다. A씨는 “내 자리에 있던 흰색 봉투에는 50만원이 들어 있었는데 다른 색깔의 봉투에 얼마가 들었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회장님(최씨)이 주재하는 자리에는 꼭 그런 식으로 봉투가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참석자 중 핵심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누림기획과 존앤룩C&C 등 법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최씨와 차씨는 007작전을 펼치듯 사업을 운영했다. 서류는 단단히 밀봉해 신뢰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전달하고, 결제는 현금으로만 했다고 한다. 철저하게 자신의 흔적을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A씨는 “회장님은 자신이 남긴 자필 메모는 전부 파쇄하라고 할 정도로 철두철미했다”고 말했다.
그가 현금을 애용하는 것은 TV조선이 지난달 26일 보도한 의상 샘플실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한 샘플실 내부를 촬영한 이 동영상을 보면 2014년 11월 14일 샘플실에 들어선 최씨가 자리에 앉아 영수증을 받아서 확인한 후 사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최씨는 지갑을 꺼내 5만원짜리 지폐를 여러 장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그 돈을 재단사에게 건넨다. 영상 밖에 있는 또 다른 직원을 가리키며 10만원을 꺼내 툭 던지는 모습도 나온다. 최씨 측근인 B씨는 “회식이나 진행비 등 돈은 대부분 현금 다발로 전달하고 갔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명절 선물이나 각종 서류 등을 전달할 때도 택배나 퀵서비스는 이용하지 않았다. 심복을 통해서만 전달하고, 수신인이 집을 비우거나 자리에 없으면 다시 갖고 오게 했다. B씨는 “최씨와 차씨가 서류를 자주 주고받았는데 주로 황색이나 흰색 봉투를 사용했다. 겉면에는 아무런 글씨가 없었고 입구는 테이프를 둘둘 감아두거나 풀로 단단히 붙여놔 열어볼 수도 없게 했다”고 말했다. 차씨 역시 자신의 차량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트렁크에 서류를 잔뜩 쌓아놓고 다녔다고 한다. 언제든 자신이 서류를 직접 관리할 수 있고, 압수수색 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트렁크에서 서류를 꺼내 건네줄 때가 있었는데 하도 서류가 많아서 도서관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를 만나러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테스타로싸에서 회장(최순실)이 주요 인사들과 만난 건 맞는데 누군지 얼굴은 못 봤다. 최씨가 전화해 ‘곧 미팅이 있으니까 아르바이트생이랑 니네들(직원들) 미리 다 나가 있어라’고 했다”고 기억했다.◆‘늘품체조’ 돈 최순실 회사로도 들어와=최씨는 직원들을 서로 소개시켜 주는 것에도 인색했다. B씨는 “30여 년 동안 최순실 집에서 머물면서 집사 역할을 하던 사람도 ‘이사라고만 부르라’면서 이름도 안 가르쳐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씨에 대해 “어떤 때는 화만 잔뜩 내고 가고, 어느 날은 명품을 걸친 동네 아줌마 같기도 한 비밀에 싸인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늘품체조 제작비 일부가 최씨의 법인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존앤룩C&C 전 관계자 K씨(48)는 “2015년 초 회계장부를 확인하는데 처음 보는 2000만~3000만원가량이 적혀 있었다. 확인해 보니 늘품체조 일로 정부에서 들어온 돈이었다”고 말했다. 늘품체조 제작비(정부 예산) 3억원가량이 차씨가 만든 유령 회사 엔박스에디트와 존앤룩C&C 등으로 나눠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자금 흐름이 확인되면 현재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사기미수) 외에 알선수재 혐의도 추가할 수 있다는 게 법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승기·손국희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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