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륜스님이 "최순실 씨는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이유

김경희 2016. 11. 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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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즉문즉설` 강연 중인 법륜스님. [사진 법륜스님 블로그]
"최순실 씨는 능력있는 사람입니다. 최순실 씨의 공덕을 제가 한번 얘기해 볼까요?"

지난 1일 법륜스님이 경기도 하남시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한 말입니다.

과오도 아니고 공덕이라니. 강연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시아버님도 남편도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만 지지해왔는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니까 더 이상 못믿겠다고 한다"며 "중립내각보다는 탄핵을 해야할 것 같은데 야당도 마음에 안 들고 뉴스를 볼 때마다 짜증스럽다"고 호소하는 한 시민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법륜스님은 우선 "질문자는 최순실 씨한테 고맙다고 해야한다"며 " ‘역시 능력 있다. 내가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던데, 며칠 만에 우리 남편과 시아버지의 생각을 확 바꿔주었구나’ 해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어 법륜스님은 최 씨의 또다른 공덕을 말해보겠다며, 대구·경북 지역의 50대 이상 성인들이 지닌 지역주의를 깨뜨렸고, 대학생들의 사회비판 의식을 깨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실히 각성하게 됐으니 좋은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 하야와 탄핵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선 "대통령을 탄핵하면 우리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정치적 행위를 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야하면 2개월, 즉 60일 안에 선거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60일 안에 선거를 하게 되면 우리는 좋든 싫든 ‘대통령제’ 선거를 또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법륜스님은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 5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 지금의 상황과 거의 똑같은 결과를 빚을 확률이 높다"며 "감정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냉정한 현실을 짚었습니다.

법륜스님은 국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되 댓글로 욕을 하는 것, 집회나 시위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 두 가지만 조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다음은 법륜스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강연 전문입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대구, 경북 지역의 50대 이상 성인들은 지역주의에 사로잡혀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어떻게 해도 안 움직이던 그 콘크리트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졌습니다. 그게 여간해서 깨집니까? (모두 웃음) 지난 총선 당시 공천파동을 통해서 금이 짝 가더니, 이번 기회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또 옛날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사회비판 의식도 높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지난 20년 간 사회가 이렇게 되던, 저렇게 되던 깊은 잠에 빠져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대학생들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제일 먼저 일어나더니 지금 제일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대학생들을 다 깨운 사람이 누구예요? (모두 웃음과 박수)
그 공덕을 얘기하자면 10개도 더 된다니까요. (모두 웃음) 또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분위기가 이 사건을 통해서 조금 완화됐습니다.
또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개정안을 내도, 여야가 정쟁하느라 야당이 거부해서 통과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합의해서 어떤 거국내각을 마련한다면 야당도 국정에 책임을 져야 되니까 그런 법안 통과에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지요. (모두 웃음)
정당들이 헌법을 개정해서 어떻게든 민주주의를 심화하자고 해도 그간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니까 꼼짝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나와서 ‘헌법 개정 하자’고 하니까 야당이 ‘갑자기 왜 저래? 무슨 음모 아니야? 반대!’ 이래서 안 될 뻔했는데, 하루 만에 뒤집어버리니까 이제는 헌법 개정 추진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오해도 안 받고 추진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인들은 심부름꾼인데, 그간 우리가 일상적으로 우리의 권력을 행사하려니까 번거롭기도 하고 모르기도 해서 ‘그래, 우리가 권력을 위임해 줄 테니까 네가 대신해라’고 했던 거잖아요. 그렇게 하라고 하다가 우리 마음에 안 들면 바꾸면 됩니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마치 위정자들이 왕인 양 권력을 독점하고, 우리는 그 밑에서 노예나 신하처럼 순종하며 살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실히 각성케 됐습니다. 그러니 좋은 일이에요.
국민들 마음은 ‘하야하라. 탄핵하라’일 겁니다. ‘탄핵’을 하려면 데모를 엄청나게 해야 하고 그걸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되겠지요? 그럼 그걸로 끝나나요? 아니죠. 헌법재판소도 가야 됩니다. 그럼 이걸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나요, 법리적으로 해결해야 하나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리적으로 해결하려니까 부결될 확률도 상당히 높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면 우리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정치적 행위를 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할 위험이 있어요.
‘하야’는, 대통령이 ‘아, 내가 능력이 안 된다’하고 이승만 대통령처럼 하야 하면 좋은데, 헌법에는 하야하면 2개월, 즉 60일 안에 선거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습니다. 60일 안에 선거를 하게 되면 우리는 좋든 싫든 ‘대통령제’ 선거를 또 치러야 해요. 그러기 싫다고 60일 안에 헌법을 개정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우리 기분이야 일시적으로 좋겠지만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 하게 됩니다.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 5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 지금의 상황과 거의 똑같은 결과를 빚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하야 후에 누가 현재의 대통령을 대신해서 잘 할 수 있을까요? 60일 안에 괜찮은 사람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나와 있는 사람 중에서 정해야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이 하면 잘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감정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흥분을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더 밝혀진다고 더 좋을 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강력하면 더 밝혀야 하겠지만 이미 100명 중에 15명만 지지한다고 여론발표가 나옵니다. 그것도 일부 지역의 노인들만 지지하는 현실이잖아요.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더 폭로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빨리 국정혼란을 수습할 것이냐' 입니다.
그러자면 첫 번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여야가 국정안정을 위해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야가 이것을 가지고 네가 잘 했니, 내가 잘 했니 하면서 공방만 하면 혼란만 계속 됩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이나 남북관계는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렇게 내부가 흔들리면 붕괴만 가속화되지요. 우리는 그동안 북한이 올해 붕괴하나, 내년에 붕괴하나 말들이 많았는데, 이러다가는 북한보다 우리가 먼저 붕괴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국민들이 건설적인 쪽으로 여론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고, 기회를 잘 살리면 우리가 그동안 못 했던 걸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권력을 움켜쥐고 있고, 또 반대쪽에서는 계속 폭로하고, 그래서 서로 싸우기만 하면 국가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주저앉을 것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나라가 주저앉을 위기이기도 하지만 서로 반성하고, 협력하면 훨씬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어떤 한 사람의 정치인에게 있는 게 아닙니다. 국민들이야말로 분노만 하지 말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지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면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거니까 질문자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박수)
그러니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안 됩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의사를 표현할 때, 두 가지는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 기사를 보고 자신의 의사를 댓글로 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댓글을 보면 욕을 해 놓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러면 안 됩니다. 또 집회나 시위 등 길거리로 나가 의사표현을 할 때도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됩니다. 이 두 가지만 조심하세요.
댓글을 달든지, ‘좋아요’를 누르든지, 글을 쓰든지, 주권자인 우리의 의사를 최대한 표현하세요. 국민들이 그렇게 합법적인 공간에서 의사표현을 해야 앞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국민의 뜻을 거슬러서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과거 참여 정부 말기에도 국민들이 술만 먹으면 노 대통령 욕을 많이 한 것 기억하시죠? 이미 우리는‘우왕좌왕’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쪽으로 확 쏠렸다가 또 어떤 일이 생기면 저쪽으로 확 쏠리는 식은 안 됩니다. (모두 웃음) 앞으로는 패거리 정치, 패거리 문화도 지양하고, 대안을 중심으로 사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처한 이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노력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기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세요. 옛날엔 권력의 힘이 너무 세서 우리가 좋은 나라를 만들려다가도 감옥에 갈 확률이 높았는데, 지금은 그러다가 감옥에 갈 확률은 별로 높지 않잖아요. (모두 웃음) 집회를 하더라도 폭력적으로만 하지 않으면, 댓글을 달더라도 욕설과 음해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지금 이 상항이 꼭 나쁜 상황만은 아닙니다. 」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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