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박근혜에 '女王 될 것, 부정타니 친인척 접촉 피해라'

최경운 기자 입력 2016. 11. 4. 03:11 수정 2016. 11. 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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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 농단] 노태우 정부 민정수석실의 '최태민 보고서' 보니 '최태민, 박근혜 수시접촉하며 재단 운영에 개입했다'고 적어 崔, 외부에 '박근혜 후견인' 소개.. 생필품 제공하며 관계 지속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0년대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순실씨의 부친 최태민씨와 관련된 의혹을 집중 조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노태우 정부의 최태민 관련 조사 보고서에 나타난 최씨의 행태는 최근 제기된 최순실씨 국정 농단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보고서는 최씨가 박정희 대통령이 숨진 1979년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 곁에 머물며 각종 육영·추모 사업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당시 시중 유언비어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1989년 10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한다.

보고서는 최씨가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육영재단과 한국문화재단에 따로 사무실을 두고 박 대통령과 수시로 접촉하며 재단 운영에 개입했다고 했다. 최씨가 측근을 재단 간부와 비서·경호원 등으로 근무하도록 해 박 대통령의 활동을 일일이 수집하는 식으로 재단 운영을 배후 조종했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당시 최씨가 박 대통령 이동 시에 경호차까지 붙였다며 박 대통령이 탄 차를 뒤에서 따라가며 경호하는 차량 사진까지 첨부했다. 보고서는 또 "최씨는 재단 내부에서 '최 회장'으로 불리고 있으며 외부에는 '박근혜씨의 후견인'이라 소개하고, (최씨의) 처(妻)로 하여금 박근혜씨의 생필품을 제공하게 하는 식으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챙기며 국정에까지 개입한 것과 흡사하다.

보고서에는 동생 박지만씨가 "누나가 최태민의 꾐에 빠져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아 사전 약속 없이는 집에서도 만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 지만씨의 접촉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근령·지만씨 두 동생을 청와대에 부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동생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에는 "최씨가 박근혜씨에게 '신의 계시로 몇 년만 참고 기다리면 여왕이 될 것이므로 친·인척 등 외부인을 만나면 부정을 타게 되니 접촉을 피하라'라고 했다거나 '세계 정세가 여성 총리가 동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영국의 대처 총리, 파키스탄의 부토 총리가 탄생했는데 1990년대 초에는 우리나라에도 여성 총리가 나오게 되는데 그 인물이 박근혜'라고 예언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민정수석실은 또 "박근혜씨는 최태민씨가 신의 계시로 자신을 위해 헌신해 (최씨를)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모든 일을 그의 조언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최씨가 '박근혜씨에게 최면을 걸어 육영수 여사의 환상이 나타나게 해 환심을 사고 있다'는 유언비어와 '박근혜씨가 근화봉사단 조직이 완료되면 차기 대통령에 출마할 꿈을 꾸고 있다'는 등의 설(說)이 시중에 유포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정수석실은 보고서에서 "최씨가 각종 재단 운영에 관여하면서 물의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동생인 근령·지만씨는 1990년 8월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최씨가 육영 사업(육영재단), 문화재단(한국문화재단) 등의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식으로 재산을 축적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1990년 동생 근령씨와 벌인 육영재단 분쟁 당시 "내가 누구한테 조종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고, 최태민씨의 비리 의혹에 대해선 "반대 세력의 악선전"이라고 반박했다.

전두환·노태우 정부에 참여한 한 인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호실 작전차장보를 연이어 맡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영애(令愛) 시절이었을 때부터 최태민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집권 직후 전직 대통령 유족 보호 차원에서 최씨를 박 대통령에게서 떼어놓으려 했지만 잘 안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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