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엘리트층의 잇따른 탈북으로 비상이 걸린 북한 지도부가 탈북자를 가족으로 둔 군인들을 솎아내는 '숙군(肅軍)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북한군 총정치국(감시·사상 담당)과 보위국(기무사령부 격) 주도로 10월 초부터 군부 내에서 탈북자 친·인척이 있는 군관(장교)과 병사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며 "지난 한 달 동안 약 1000여 명의 군관과 병사가 '생활 제대(불명예 제대)'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탈북자 직계가족은 물론 탈북자를 친·인척으로 둔 경우도 군복을 벗겼다"며 "자기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쫓겨난 군관과 병사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에서 출세하려면 군 경력이 중요하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이후 징병 대상자가 줄어들자 모집 기준을 완화해 탈북자 가족이라도 본인만 문제가 없으면 군대에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태영호 주영 공사의 탈북 등 해외 엘리트층이 동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김정은 지도부가 체제 근간인 군대의 동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탈북자와 관련된 군인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고위 탈북자는 "탈북자가 북한으로 보내는 것은 돈뿐만 아니라 정보도 있다"며 "탈북자가 전하는 외부 정보가 군대까지 침투하는 것을 북한 지도부는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입국 탈북자는 조만간 3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탈북자 숫자는 최근 몇 년간 북한의 단속 강화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김정은 폭정이 심해지면서 작년보다 15%쯤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정은 방문했다고… 병원 개원식 축하 대규모 군중대회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순 시찰했던 평양 류경안과종합병원<작은 사진>이 지난 30일 개원식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김정은이 다녀갔다는 이유로 병원 개원을 축하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를 개최했다. 최태복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개원식에서 “인민의 낙원을 세우기 위해 더욱 힘차게 투쟁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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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선군(先軍) 정치'를 했던 것처럼 북한군은 김정은이 기대는 마지막 보루다. 정보 소식통은 "김정은도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을 진리로 여길 것"이라며 "군의 순수성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탈북자 관련 군인을 솎아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최근 북한군 총정치국이 일선 부대에 내려보낸 강연 자료에는 "변절·도주자와 연계된 불순분자를 적발해 혁명의 순결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출신인 최경희 한양대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군 주력인 20대는 시장과 돈에 익숙한 '고난의 행군' 세대이기 때문에 남한에서 송금을 받는 탈북자 가족을 부러워하는 경향도 있다"며 "이는 남한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말 중부 전선을 넘어 귀순한 20대 북한군 병사는 "남한에 가면 달러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내려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이 병사가 조사 과정에서 '1000달러를 주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며 "정말 돌아갈 마음이 있다면 판문점을 통해 보내주겠다고 하자 '거기로 돌아가기는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군이 제작한 대북 방송에 '내려오면 돈을 준다'는 내용은 없다"며 "다만 북한군 내에서 '정보를 갖고 가면 돈을 준다'는 소문이 돌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탈북자 단체가 날려 보내는 대북 전단에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나 북한 고위층 관련 정보를 가져오면 돈을 주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