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걸어다니는 심해탐사 로봇 세계 첫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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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랩스터6000은 스크루로 움직이는 다른 심해잠수정과 달리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섯 개의 다리로 걸어 다니는 해저 보행 로봇이다.
지난달 20일 부산 기장군 해양로봇센터의 깊이 9m의 대형 수조에서 크랩스터6000은 수조 바닥에서 꽃게처럼 옆 걸음으로 이동한 뒤 수면 위로 떠올라 빠르게 헤엄쳐 이동하는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이 로봇을 개발한 전봉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수중로봇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기존에 스크루로 움직이던 잠수정은 주변 퇴적물을 섞어 놓아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단점이 있었다”며 “크랩스터6000으로 탐사하면 그럴 일이 없어 해저 생물 탐사에 새로운 차원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개발이 시작된 크랩스터6000은 특히 마그마에 데워진 뜨거운 물이 각종 화학성분과 함께 분출되는 심해 ‘열수광상’의 생태계와 자원을 탐사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열수광상 주변의 생물들은 뜨거운 마그마에서 직접 에너지를 얻는 독특한 생명 유지 구조를 갖추고 있어 지구가 뜨거웠던 원시 지구 당시 생명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열수광상 주변은 경사지로 이뤄져 있는데 기존 심해잠수정은 울퉁불퉁한 지역에 착지하거나 한곳에 오래 머물기가 힘들어 근접 관찰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크랩스터6000은 게와 가재의 움직임을 흉내 낸 보행방식으로 이를 극복했다. 이 로봇은 다리 6개 중 3개씩 번갈아가며 움직이는 ‘삼점지지’, 1개만 움직이는 ‘오점지지’ 등 6가지 보행방법을 가지고 있다. 제자리에서 몸을 좌우로 기울이는 ‘롤링’ 등 6가지 자세제어도 가능하다.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다리를 좌우로 들어 지느러미처럼 휘저으며 상하좌우로 헤엄칠 수도 있다. 평상시 탐사할 때는 초속 10cm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지만 수영모드로 변신하면 초속 50cm로 빠르게 움직인다. 이 로봇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유선으로 연결돼 전력을 공급받는다.
육지에서는 무게가 1t에 이르지만 내부에 부력재가 들어 있어 물 속에서는 무게가 20∼30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최대 600기압에 이르는 수압을 견디기 위해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티타늄 등 강도가 높은 소재로 만들었다. 2013년 최대 200m까지 잠수할 수 있도록 개발된 ‘크랩스터200’보다 내압성이 한층 강화됐다.
크랩스터6000은 12월 초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에 실려 동해로 간 뒤 해저 1500∼2000m 지역을 탐사한다. 12월 중순에는 필리핀 인근으로 이동해 6000m 심해탐사에 나선다. 전봉환 연구원은 “길게 보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비롯해 열수생태계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 탐사에도 쓰일 수 있어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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