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놀음·별신굿·오방색 깃발 펄럭..시국 풍자 '집회의 진화'

노도현·허진무·최승현 기자 2016. 10. 3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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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한예종 학생들 ‘시굿선언’ 퍼포먼스…‘촛불 시민’ 환호
ㆍ대학가·언론·노동·시민사회단체들 시국선언 속속 동참

‘신명’나는 굿판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31일 서울 석관동 캠퍼스에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풍자하는 굿판을 벌이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31일 저녁 서울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앞에 꽹과리, 장구, 징, 북, 태평소 소리가 어우러진 풍물 장단이 울려 퍼졌다. 흰 가면을 쓰고 노란색 부채를 든 광대가 팔다리를 휘저으며 나타났다. 그가 오방색(청색, 흰색, 적색, 흑색, 황색) 깃발을 바닥에 던지자 뒤따르던 7명이 이를 둘러싸고 넙죽 큰절을 했다.

이날 무속인 차림을 하거나 문둥이 탈을 쓴 한예종 전통예술원 소속 학생들은 경기도당굿 부정놀이, 통영오광대 문둥춤, 동해안 오구굿을 선보였다. 맛깔나는 춤판에 구경꾼들은 촛불을 들고 환호했다. 공연에 앞서 한예종 총학생회는 “우리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학생들은 40여분간 진행된 이 행사를 ‘시굿선언’이라고 불렀다. 이는 시국선언에 ‘굿’을 합쳐 현 시국을 재치있게 풍자한 표현이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국선언의 방식과 참가자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방송이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소홀했던 데 대한 반성을 쏟아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야권의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는 간부들을 상대로 우리가 더 싸웠어야 하는데 자기검열에 빠졌다.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알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조만간 ‘언론이 밝혀야 할 10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취재·보도하고, 만일 이 과정에 외압이 가해질 경우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현직 대학언론인 477인은 선언문을 내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가십, 사태를 축소하려는 물타기성 보도, 범죄보다 외모와 성별에 주목하는 여성혐오적 보도는 모두 언론이 저지른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강원지역 60여개 시민사회단체, 충북 제천지역 11개 단체로 구성된 제천시국촛불공동행동, 전남지역 22개 시·군 261개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선언문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운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 반노동, 몰상식과 미치광이 같은 독선과 불통의 정치 뒤편에 어처구니없게도 미친 굿판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청년당 추진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청와대 인수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탄핵된 청와대의 공백을 메꾸고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청와대 인수를 선언한다”고 밝힌 뒤 현판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한신대 재학생·졸업생·교수·교직원 등은 이날 공동으로 시국선언문을 내고 “박근혜 정권의 행태는 대한민국의 자주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피를 흘리신 수많은 열사들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밝혔다.

덕성여대 학생들과 교수들도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가톨릭대·광운대·부산대·인하대·한양대 교수들과 대전대·명지대·성공회대·서울여대·한남대 재학생, 경북대·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등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1일에는 동덕여대, 숭실대, 울산과학기술원 등이 시국선언에 동참한다.

<노도현·허진무·최승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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