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범 "'맥베드'는 최순실로 시끄러운 현 세태의 거울"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로 3년 만에 공식 지휘무대 복귀
오페라 첫 도전 연출가 고선웅 "또 다른 '맥베드' 보여드리겠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맥베드' 속 마녀에서 우리 사회 권력층의 모습이 느껴져요. 국정농단 사태의 최순실과 흡사한 '맥베드 부인' 등 이 작품에는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맥베드'에서 지휘봉을 잡는 구자범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베르디가 만든 이 오페라가 현재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며 작품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작품으로 3년 만에 공식 무대에 오르는 구자범은 31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연습동에서 열린 작품설명회에서 "베르디의 '맥베드'는 사실 잘 몰랐는데 서울시오페라단의 제의를 받고 살펴보니 '할만한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복귀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풀어냈다.
구자범은 "'맥베드'는 대중 입장에서는 (음악적으로) 좀 심심하게 여겨질 수 있는 작품이다. 또 베르디가 젊을 때 의욕이 넘쳐 혼자서 다 만드는 바람에 드라마 측면에서도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볼수록 (현실과 맞닿는) 구체적인 부분이 있어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세 마녀가 누군가를 죽이려 '배를 침몰시키자'고 음모를 꾸미는 부분의 합창은 재벌이나 검·경, 언론 등 권력층이 '우리끼리 다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최순실 같은 사람인 '맥베드 부인'은 '맥베드'에게 '지도자가 될 수 있어'라고 속삭이며 조종한다"고 적시했다.
구자범은 이어 "특히 권력을 향한 탐욕으로 왕을 죽인 맥베드 부부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암살자를 처단해달라'고 하는 가증스러운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맥베드'는 우리 시대의 거울과 같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단원들과의 갈등과 성희롱 누명 등으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에서 물러났다가 3년여 만에 공식 무대로 돌아온다. 복귀 소감을 묻자 구 지휘자는 "3년 전에는 정말 못할 것 같아서 안 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맥베드'는 연출가 고선웅의 오페라 데뷔작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고선웅은 연극 외에 창극이나 뮤지컬 등을 연출한 적이 있지만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선웅은 "솔직히 시나 희곡, 소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오페라도 마찬가지로 해보니까 뮤지컬·창극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연극 맥베드'와 다른 부분도 있다. 오페라에는 멋진 아리아가 있지만 (드라마 측면에서) 비약이 있기도 하다. 시각적으로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며 "그런 부분을 어떻게 좀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느냐에 주목하면 분명히 또 다른 맥베드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선웅 연출과 구자범 지휘자는 각각 경기도립극단과 경기필하모닉 예술감독으로 함께 공연을 기획했던 인연이 있다.
고선웅은 "구자범 선생님이 워낙 정확하게 작품을 잘 분석하고 오페라 경험이 많아서 따라가는 입장"이라며 "구 선생님 컨펌(허락)을 받아야 한다. 구 선생님한테만 안 깨지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이에 "지금까지의 '맥베드'와는 다른 '고선웅표 맥베드'가 나올 것"이라고 거들어주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어 "요즘 세상을 보면 탐욕이 에너지가 되며 심지어 미덕이자 자랑거리가 되는 시대가 된 듯하다. 탐욕이 악(惡)으로, 나아가 파멸로 이어진다는 '맥베드'의 경고에 400년 뒤를 살아가는 우리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리톤 양준모와 김태현이 '맥베드'를, 소프라노 오미선과 정주희가 '맥베드 부인'역에 각각 더블캐스팅돼 각기 다른 매력의 조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내달 24∼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2만∼12만원이다. 문의 세종문화티켓 02-399-1000.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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