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소환] 대한민국의 치욕..'최순실 게이트' 마침내 열렸다

2016. 10. 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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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대한민국 국민의 시선이 오후 3시 검찰로 향한다. 대한민국 사람임을 부끄럽게 만들 온갖 소문을 몰고다닌 사람, 심지어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라는 말까지 나돈 사람, 그러면서 얼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 그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검찰에 소환되는 것이다.

최 씨의 소환까지 국민들은 지울수 없는 생채기를 입었다. 처음엔 분노했지만, 하도 많은 소문이 돌다보니 이젠 허탈해졌다. 상상 이상의 스캔들에 민초(民草)들은 무력감에 빠졌다.


최 씨는 대통령 연설문을 마음대로 고치고, 정부 인사 내용을 미리 보고받고 인선에 개입했다. 대기업에 수백억원을 모금하고, 부동산 정보와 입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개인 이권을 챙겼다. 아무런 공식 직책없이 역사상 이처럼 대단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청와대, 정부부처, 대기업, 민간 등을 통틀어 메가톤급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최 씨다.

국민들 사이에선 "국가 시스템이 사교의 교주한테 씌운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정 붕괴 직전까지 몰고간 ‘최순실 의혹’ 앞에서 일손을 놓은채 분노를 삭이고 있는 일반 국민들이 많다보니 “최순실로 인해 경제성장률 몇 %는 떨어졌을 것”이라는 탄식 마저 나올 정도다.

그런 최 씨가 3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다. 전날 오전 7시37분 영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극비 귀국한 지 하루 만이다. 

온 국민은 이제 수십년간 음지에서 대통령을 쥐락펴락했다는 이 ‘의심스러운 조언자’의 입을 숨죽이며 주목하게 됐다. 

국민들이 당혹스러운 건 우리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한 일반 여성에 좌우됐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최 씨의 손을 거친 연설문과 회의 시나리오에 따라 말했고, 최 씨가 주문한 옷과 액세서리를 입고 다녔다. 정부 고위 공직자 중엔 최 씨 입김으로 자리를 차지한 사람도 있다.

지난 주말 수만명이 모인 촛불집회에서 만난 한 잡지사 대표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력이 친목모임을 통해 남용됐다. 이것은 치욕”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 씨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 축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 ‘기금 유용’,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다. 대통령의 연설문과 각종 외교ㆍ안보ㆍ경제ㆍ인사 관련 비밀 문건을 사전에 받아보고 영향력을 미쳤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8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받아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불법으로 설립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 등이다.

이날 최 씨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말그대로 ‘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청와대와 정부, 문화계, 관련 대기업 등에 숨어 있는 최 씨와 관련된 인사들은 두려움에 숨 죽이고 있을 것이다. 당장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수사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실 행정관 등은 이미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문화계에선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수사대상이다. 검찰은 롯데를 시작으로 SK와 CJ 등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기업들에 대한 소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도 조사가 필요하다.

소문만 무성했던 ‘숨겨졌던 실세’의 존재는 대통령의 권위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대통령 지지율은 출범이후 가장 낮은 17%까지 추락했다.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을 줄줄이 교체하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할 것을 청와대에 공식 요청했다. 대통령의 임기 1년4개월 동안 인사권 등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부분 축소하는 방안이다.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지금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최순실 게이트가 이제 막 열렸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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